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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옥고까지 치렀던 박지원, DJ 햇볕정책 재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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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4 05:00:00
DJ 발탁돼 정계입문, 햇볕정책 주도적 관여
대북송금 문제로 유죄 판결, 옥고 치르기도
6월17일 청와대 오찬 참석하며 직접 조언
정치 9단 정평, 국내 정치 관여 우려 '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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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7.0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대북 정보 등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국가정보원의 수장으로 내정됐다. 박 내정자가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답게 햇볕정책을 계승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박 내정자를 지명하며 "박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판단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제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또 "박 후보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역할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 내정자 스스로도 내정 소식을 접한 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시절을 상기시켰다.

박 내정자는 미국 LA를 거점으로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뒤 1970년대 미국 망명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계에 입문했다. 박 내정자는 자신을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소개한다.

박 내정자는 청와대 대변인,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 김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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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0.06.15. park7691@newsis.com
햇볕정책이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대북 유화정책이다. 화해와 포용을 기본으로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켜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햇볕정책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됐다. 이후 현대아산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조성 등 성과가 있었다. 박 내정자는 분단 후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간 물밑 접촉 당시 밀사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햇볕정책은 투명성 부분에 있어선 일부 문제를 드러냈고,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내정자가 옥고를 치렀다.

대북송금 특검은 2003년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 현대가 4억5000만 달러를 국정원 계좌를 통해 북에 지원했으며 이 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금 1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현대 회장이자 사건 핵심 인물인 정몽헌 회장이 현대 계동 사옥에서 투신했고, 대북송금에 관여했던 박 내정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 말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복권됐지만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 내정자는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뒤 민주당 내 친노무현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당 내 비노 인사로 활동하던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신당에 합류하는 등 친노무현·친문재인계와 거리를 둬왔다.

안철수 대표와 함께 문 대통령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던 박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한 뒤 박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성공을 통해서 진보 정권이 재창출되는 데 박지원의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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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정치,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03.02.kkssmm99@newsis.com
박 내정자는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빠져있던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남북관계 현안에 관해 직접 조언도 했다. 박 내정자는 문정인 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청와대 오찬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박 내정자가 햇볕정책의 계승자로서 현재 위기에 빠진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박 내정자가 정계에 오랫동안 활동하며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점은 다소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2012년 대선 여론조작 사건 등 국내 정치 관여가 문제가 됐던 만큼, 박 내정자가 이끄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내정자 스스로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에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에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북한이 박 내정자를 향해 최근에 내놓은 반응은 막말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8월 미사일 발사를 비판한 박 내정자를 향해 "6·15시대에 평양을 방문해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로 노죽을 부리던 이 연극쟁이가 우리와의 연고 관계를 자랑거리로,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해 먹을 때는 언제인데 이제 와서 배은망덕한 수작을 늘어놓고 있으니 그 꼴이 더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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