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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페라의 유령' 케이틀린 피니 "크리스틴 맡아 공연, 놀랍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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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6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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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얼터네이트 역을 맡은 케이틀린 피니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0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이견 없는 명작이다. 다만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이 발표된 때가 1910년이라, 지금 시대의 정서와 덜커덩거리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팬텀에 비해 크리스틴이 수동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고 당당한 배우들이 크리스틴 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면서 기존 해석의 지평이 넓혀지고 있다. 고전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걸 새삼 증명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내한 서울공연을 통해 크리스틴으로 데뷔한 미국 배우 케이틀린 피니(26·Caitlin Finnie)가 대표적이다.

최근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피니는 "유령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크리스틴의 열린 마음이 그녀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일 노래 소리와 예술의 내음이 진동하지만 유령은 지하에서 자신의 내면 밑바닥과 싸운다. 크리스틴을 향한 열망, 라울을 향한 질투, 자존감과 열등감을 오선지에 그려 가며 분투한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틴은 새로운 영감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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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얼터네이트 역을 맡은 케이틀린 피니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06. 20hwan@newsis.com


피니는 "크리스틴은 내면에서 강인함을 찾으면서,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고요. 그런 면모들을 끄집어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피니는 이번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서 크리스틴의 '얼터네이트'를 맡고 있다. 클레어 라이언이 주로 이 역을 맡고 피니는 주 2회 크리스틴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 더블·트리플 캐스팅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국내 공연계와 달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에서는 얼터네이트를 사용한다.

같은 캐릭터를 두 명의 배우가 나눠 맡는다는 점에서 더블캐스팅과 비슷하다. 다만 원배우는 7회 가량, 얼터 배우는 2회 가량 공연하는 등 공연 횟수에서만 차이가 난다. 주로 차세대 스타가 거쳐 가는 시스템이다.

중국계인 피니는 이국적인 외모로 뮤지컬스타 시에라 보게스를 잇는 디즈니 계열의 크리스틴이라 불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3월19일이 피니의 크리스틴 데뷔날이었는데, 그녀가 무대 위에 나서는 줄 몰랐던 관객들도 피니 표 크리스틴에 홀딱 반해 버렸다.

"첫날 (극 중에서 발레 무용수이던 크리스틴이 처음으로 주역을 맡아 부르는) '싱크 오브 미' 하이를 부르는데, 모든 분들이 숨을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 때 울컥했죠. 어린 시절부터 꿈 꾼 배역이었던 만큼 공연이 끝나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분장도 엉망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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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얼터네이트 역을 맡은 케이틀린 피니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06. 20hwan@newsis.com

피니 표 크리스틴은 밝고 생명력이 넘쳤다. 피니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힘이 있죠. 자신의 강인함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유령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나아갈지를 생각하고 그와 공감하는 크리스틴은 강인함을 가진 여성"이라고 여겼다.

크리스틴과 피니는 닮은 점도 많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노래를 즐겨 부르고 음악을 소중하게 여기는 점이 비슷하죠"라며 웃었다.

어릴 적 뉴저지에 살면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자주 접한 피니는 일찌감치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 열 살 무렵부터 피아노, 플루트, 보컬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배우를 꿈꾸게 됐다.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오페라와 뮤지컬 과정을 수료한 뒤 시카고에서 공연한 뮤지컬 '왕과나'(The King and I)로 데뷔했다. 2년 간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미국 투어에서 코제트 역을 맡아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피니는 배역이 주어지기까지 20대 초반에 뉴욕에서 살면서 수차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속 연기 지망생 '미아' 같은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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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얼터네이트 역을 맡은 케이틀린 피니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06. 20hwan@newsis.com

오디션에서 거절당하는 일과 단기 알바를 오가는 생활이 반복됐다. 필라테스와 발레 동작을 접목한 운동인 '바르(barre)' 학원 프런트에서 일하며 무료로 레슨을 받고, 아기도 돌봤으며, 광고·피팅 모델도 했다. "아버지가 '라라랜드'를 보고 제 생각이 난다며 연락을 주시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무럭무럭 성장해가면서 맡고 싶은 배역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뮤지컬 '해밀턴'의 '일라이자'와 '하데스타운'의 '에우리디케'다. 이렇게 꿈을 좇는 성장 과정에서 이번 한국에서의 경험은 소중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브로드웨이 등에서는 공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 겸 제작자인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이 안전하게 공연 중인 한국의 방역을 공개적으로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피니는 "코로나19가 찾아온 지금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제 배우 친구들도 모두 일을 하지 않고 있죠.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요. 이런 상황에서 제 꿈의 공연이던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을 맡고 있다는 자체가 놀랍고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춘 피니는 사랑 앞에서 자존감을 갖춘 당당함도 인상적이었다. 그 덕분에 크리스틴이 좀 더 활기차 보였다. "제가 실제 크리스틴이라면 유령, 라울 누구든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선택했을 겁니다!"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 8월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대구 공연, 8월19일부터 9월27일까지 계명아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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