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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황망·분노 뒤섞인 박원순 분향소…시민들 조문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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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11 18:44:23  |  수정 2020-07-11 18:57:25
서울시, 서울시청 앞에 설치해
공식 조문 전부터 시민들 운집
일부 시민들 눈물 흘리며 애도
광장 곳곳서 충돌·일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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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0.07.11.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말이 안 나오네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조문하기 위해 서울시청 시민분향소를 찾은 80대 양수열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세상을 떠난 슬픔은 어느 누구나 같다는 것이다.

양 할머니는 "아는 사람도 아닌 데 불쌍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살아서 해결을 하시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세금만 내는 사람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시장님이 너무 불쌍하다"며 양 할머니는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는 공식적으로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객을 받았다. 하지만 박 시장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하고 싶었던 시민들은 그보다 이른 시간부터 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느덧 조문이 시작된 오전 11시에는 추모를 기다리는 행렬이 시청광장을 한바퀴 둘러쌀 정도가 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검소하게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어떤 화환이나 조기도 없이 벽면에 근조(謹弔)라고만 외롭게 써 있었다.

꽃 9500송이로 꾸몄지만 9m×3m 규모의 분향소 제단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검소함을 넘어 쓸쓸함 마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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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0.07.11. myjs@newsis.com
일반 시민들은 7~8명씩만 입장한 후 묵념을 통해 박 시장을 추모했다. 당초 헌화와 시청 내 분향소 등을 고려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모두 생략됐다.

일부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헌화하기 위해 꽃다발을 들고 기다렸다. 하지만 헌화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시청 정문에 개인적으로 꽃다발을 놓고 갔다.

강동구 천호동에서 휠체어를 끌고 서울광장을 찾은 김경영(52)씨는 "살아 생전 장애인체육회 활동을 하면서 박 시장을 몇번 뵀다"며 "맨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 할 말이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김씨는 "정말 황망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제는 좋은 곳에 가서 편하게 쉬시라는 말을 전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도 이날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단원고 명예 3학년 3반 고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김진철(55)씨는 "마음이 안 좋다. 안산에 살다가 시흥으로 이사를 갔다. 지하철을 타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우리(세월호 유가족) 가족에게 잘해주셨다. 지금도 생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시청 공무원들과 시민분향소 관계자들은 일일이 돌아다니며 줄 서 있는 추모객들의 온도를 재는 등 굵은 땀을 흘렸다. 또 시민들에게 2m 거리두기를 안내하고 손소독제 이용도 권고했다.

추모 후 나가는 출구에서는 방역수칙에 따라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도록 했다. 그냥 지나가려는 일부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

시 관계자는 "처음 헌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불필요한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의 안전과 질서유지가 필요함에 따라 분향소 주변에는 경찰인력과 공공안전관을 배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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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0.07.11. myjs@newsis.com
시민분향소 옆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박근혜 탄핵 무효' 팻말을 써붙이고 시청광장을 지나던 여성과 시민분향소에서 추모 후 나가는 사람들 간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추모객들은 "저런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팻말을 든 여성은 추모객들을 향해 "니들이 뭔데 난리냐"고 소리쳤다.

한 추모객은 펫말을 든 여성에게 '가!'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경찰의 제지로 사태가 진정된 후에는 시청광장 바닥에서 서럽게 흐느꼈다. 이 여성은 "저런 사람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이후 기독교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찬송가를 부르자 일부 추모객들이 반발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머리를 밀고 승려 복장을 한 사람과 일부 유튜버들 간에도 언성을 높이는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경찰들과 시청 공무원들의 만류로 폭력 사건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특히 시청 공무원들은 직접 다툼의 당사자들을 떼어놓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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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1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민분향소 조문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2020.07.11.myjs@newsis.com
시민분향소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지켰다. 김 의원은 서울시에서 정무수석,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한 뒤 이번 국회에 입성한 박 시장의 최측근이다.

김 의원은 추모객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시민분향소를 지켰다. 부스스한 머리와 부은 눈, 굳게 다문 입과 그 위의 마스크는 현재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김 의원에 이어 같은당 천춘호 의원도 시민분향소를 방문해 시민들을 위로했다. 천 의원은 박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시민분향소 추모객은 4000명에 육박했다. 전국에서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기 위해 시청광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박 시장의 조문을 위한 시민분향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12일과 13일은 각각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조문을 할 수 있다.

박 시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13일 발인과 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13일 오전 7시30분 발인이, 오전 8시30분 시청에서 영결식이 각각 진행된다. 영결식 이후 고인이 9년 가까이 몸담은 서울시청 주변을 돌며 고별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전 9시30분에는 서울시청을 출발해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할 예정이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맡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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