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박원순, G선상의 아리아와 함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다

등록 2020.07.13 11:54:1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3일 오전 8시30분 박원순 시장 영결식 진행

공동위원장 3명, 시민대표, 유가족 조사 낭독

'이제 시민이 시장'…시작도 끝도, 시민과 함께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박 시장의 딸인 박다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박 시장의 딸인 박다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이상 없습니다. 그 자리에 시민여러분이 계십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서울특별시장입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녀인 박다인(37)씨는 13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를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갔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한 듯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족 중 아버지인 박 시장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던 이도 박씨다.

박씨는 "시민운동가였던 아버지는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그런 아버지에게 시민과 시민의 삶은 꼭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다. 온전히 시민의 뜻으로, 시민을 보호하려는 뜻으로 '시민이 시장이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전했다.

'시민운동가',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 당선', '시민이 시장이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시민들과 함께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영결식을 하기 위해 서울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를 부인 강난희 여사 등 참석자들이 뒤따르고 있다. 2020.07.1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영결식을 하기 위해 서울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를 부인 강난희 여사 등 참석자들이 뒤따르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오전 7시20분께 빈소를 출발한 박원순 시장의 운구차는 오전 7시50분경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후 서울광장에서 시청으로 영현봉송 뒤 오전 8시30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이 진행된 8층 다목적홀 입구에서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맞이했다. 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고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이다. 이들 역시 큰 충격에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박 시장의 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지키기 위해 손님들을 맞았다.

영결식장에서는 유가족으로 보이는 여성이 참담함을 머금지 못하고 목을 놓아 울었다. 그는 '오빠야'를 외치며 곡(哭)했고, 주변에서도 겨우 억눌렀던 감정을 눈물로 표출했다.

사회를 보던 고민정 의원도 영결식을 시작하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제 손을 잡을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지만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 만들어갈 세상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국민의례와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일대기에 대한 영상이 상영됐고 서울시교향악단의 'G선상의 아리아'가 연주됐다.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15분 남짓한 시간은 64년의 인생을 살다 간 박원순 시장을 그리워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이어진 조사에서 백낙청 박원순서울시장 공동장례위원장도 고 박원순 시장의 시민운동가로써의 삶을 조명했다.

백 위원장은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은 시민운동가였고, 시장으로서도 줄곧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머물던 당신을 떠나보내는 마당에, 시민사회의 애도를 전하는 몫이 내게 주어졌을 때 사양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수많은 서울시민과 이땅의 국민과 주인들, 해외의 다수 인사들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덤덤히 소회를 밝혔다.

박원순 시장과 '40년 지기 친구'를 자칭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많은 분들이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 박원순과의 이별을 참으로 애석하게 느끼고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었다.

그는 "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 때 그 모범생이 김상진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반유신 시위에 참여했고, 그래서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검사가 되길 포기하고 1년 만에 다시 인권변호사로 돌아왔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인권변호사 박원순으로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가게로 대변되지만, 넓게 보면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라고 한 부분에서는 어떤 때보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박원순 시장님은 누구보다 시민을 사랑하시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낮은 자세로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며, 시민의 자리를 도시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시킨진정한 ‘시민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서 부시장은 "'시민 덕분입니다'. 지난 9년 동안 박원순 시장님의 첫 마디는 언제나 그랬다. 모든 공을 시민에게 돌리는 분이었다. 하늘에서도 그 넉넉한 미소로 '시민 덕분입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시장님의 마지막 요청사항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며 박원순 시장의 뜻을 끝까지 이어받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때부터 고 박원순 시장과 함께 일해온 시민대표 홍남숙 씨도 "시장님과 25년의 인연 덕분에, 당신의 이웃이자 친구이자 팬이 됐다. 당신의 삶으로 인해 저는 작을 삶을 크게 확장했다. 기여, 헌신, 나눔, 쓰임 이런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며 과거 소외를 밝혔다.

이어 "당신은 이미 충분했다. 당신은 이미 너무나도 충분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공동위원장 3명과 시민대표의 조사 낭독이 끝난 후 유가족 및 민주당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유가족 헌화에서는 강난희 여사와 박주신 씨, 박다인 씨 등 4명이 나와 헌화했다. 특히 강난희 여사는 헌화 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울었다. 박주신씨는 어머니를 부축해 자리로 되돌아갔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영결식 마지막은 유가족 대표 박다인씨의 몫이었다.

그는 '시민이 시장이다'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우리 모두의 꿈, 한명 한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서울특별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는 말로 영결식을 끝맺었다.

영결식이 치러진 제단 뒤로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표어가 걸렸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도전 때 내걸었던 문구였다.

박 시장은 처음과 끝 모두를 시민과 함께, 시민으로 마무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