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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보다 무섭다"···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울상'

등록 2020.07.15 14:08:08수정 2020.07.27 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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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보다 무섭다"···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울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요?"

A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이번에 최저임금 1.5% 올라간 것만 보면 '큰 부담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면서도 "자영업자들은 월세와 인건비가 가장 부담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들이 월세를 안 깎아준다. 이 상태에서 인건비가 올라가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의 편의점은 서울 이태원동 근처에 위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입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 특히 이 편의점은 점주가 물건을 사는 형식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등에 비해 마진이 5~10% 정도 낮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B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지 않았느냐. 연장선상에서 보면 엄청 부담된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시간당 1만원이 넘는데, 여기서 1.5% 인상하면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주말 포함해 알바생 6명을 썼다가 현재 4명으로 줄였다. 4명도 근무 시간을 1~2시간씩 줄이고 내가 더 일하고 있다. 또 알바생을 1~2명 줄여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역시 즉각 반발했다.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밝혔다.
[르포]"코로나19보다 무섭다"···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울상'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872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5%(130원) 오른 금액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보다 인상률이 낮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9% 올랐다. 1.5%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지만, 저물가 시대임을 고려하면 높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10시께 명동을 찾았다. 한 집 건너 한 집 문을 닫거나, '원가 세일' '점포 정리' '임대 문의' 등의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픈 시간을 늦추거나, 임시 폐쇄한 지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편의점 외에도 카페, 식당, 화장품 매장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인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심스럽게 최저임금 인상 관련 의견을 물었지만,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최저임금 생각할 겨를도 없다"며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다"고 했다.
[르포]"코로나19보다 무섭다"···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울상'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 사정도 비슷하다. "코로나19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무섭다. 알바생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서 혼자 운영 중이고,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문을 닫는다"며 "건물주 얼굴을 본 적도 없다. '너무 힘들어서 월세 좀 낮춰달라'고 하니 관리인은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 정말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똔똔'만 돼도 버티자'라는 심정"이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지 않았느냐. 다른 건 안 지키면서 최저임금은 왜 꼭 1만원에 맞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민노총이 노동자들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본인들 자체가 노동자가 아니라 귀족이다. 최대 25% 인상을 요구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을 올릴수록 일자리는 줄고, 혼자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질거다. 알바생을 쓰더라도 몇시간만 고강도로 시킬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됐으면 한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D씨도 "알바생을 두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점심 때만 조금 장사가 되고 저녁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월세 내고 나면 손해지만 버티고 있다. 우리가 나가면 들어올 사람들도 없다"며 "옆에 호텔도 문 닫고 이 골목만 봐도 다 비어 있지 않느냐. 서울시와 중구에서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예전엔 명동이 관광객 위주로 돌아갔는데, 서울 시민들이 모일 수 있게 특화 거리로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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