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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직업계고 온라인 실습 장기화…취업률 저하 등 위기 가속

등록 2020.07.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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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실습 병행…학생 피드백·평가 한계

현장실습 축소…"오프라인 실습 확대해야"

"VR 등 실습기반 투자·외부기관 연계 필요"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 고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직업계고인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에 방문, 교사·학부모와의 원격수업 준비상황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 고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직업계고인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에 방문, 교사·학부모와의 원격수업 준비상황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온라인 실습이 장기화되면서 신입생 충원과 졸업생 취업률 하락 등 이중고를 겪는 직업계고의 위기가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학과 개편, 고졸채용 활성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한 발짝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도 일반고처럼 격주제나 격일제로 등교하고 온라인 실습을 병행하다보니 학생들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직업계고의 전문교과 실습과 현장훈련은 지금껏 학교 내 실습실 등에서 오프라인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수업을 병행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오프라인 실습 기회도 축소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직업계고 전문교과 온라인 실습의 주요 이슈와 개선방안' 연구에서 직업계고 교사 14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대체로 실습 내용을 촬영한 동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으로 온라인 실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활용하는 경우는 일부다. 온라인실습이라고 해도 주로 이론 내용을 설명하거나 공구·장비 사용법, 안전사항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 교사들은 실습내용을 정확하게 학습하기 어렵고 학생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 피드백 등 쌍방향 소통이 어려운 점 등에 대한 어려움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특히 학생의 수준과 완성한 작업물을 정확하게 실시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과제였다. 
 
한 직업계고 교사는 "실습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오류, 실수 등을 교사가 직접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 회로 설계 및 구성, 측정 등의 실습은 예상치 못한 오류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원격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다른 직업계고 교장은 "일반고와 달리 직업계고는 실습할 때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똑같이 3분의 2 이하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적용해 실습 횟수나 빈도 수가 줄었다"며 "학생들의 기술이 빨리 향상되지 않으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취업에서도 불리할까 위기감이 든다"고 밝혔다.

직업계고는 이미 산업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충원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취업률도 하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6년 97.2%였던 충원율은 2017년 94.1%, 2018년 88.4%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만 올해 특성화고 신입생 미달 사태가 난 학교가 42개교에 이른다. 전체 정원 1만4226명 중 1592명이 미달됐다.

직업계고 취업률도 2017년 53.6%에서 2019년 34.8%로 떨어져 중학생들의 선호도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연구위원은 "중학생의 직업계고에 대한 선호도가 낮을 수록 직업계고 학생 정원의 감소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현장실습처는 물론 고졸채용도 축소돼 올해 졸업생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 모두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용 한국중등직업교육협의회장(경기기계고 교장)은 "학령인구 미달 직격탄을 받는 것이 직업계고"라며 "현재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수요가 많은 조리외식분야나 뷰티산업은 미달되지 않지만 기계, 전자 등 뿌리산업 분야는 미달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 간 거리두기를 확보하고 교육 질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업계고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학과개편 등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국 직업계고 101개교의 학과 153개를 신산업·유망분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전자나 기계 등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과를 AI소프트웨어, 정보보호, 반려동물, 소방안전 등 수요가 높은 학과로 개편하는 작업이다. 이미 지난 2018년에는 98개, 지난해 125개를 구조조정한 바 있다.

다만 올해 학과개편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는 2022학년도, 즉 내년 하반기에 새 학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1~2년의 시차가 발생하고, 이 학생들이 졸업하기까지 3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교육부가 고졸채용 전담 산하기구를 신설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산업부와 함께 직업계고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코로나19가 길어져 경기침체가 심화된다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직업계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온라인 실습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능원 안재영 연구위원은 온라인 실습이 단순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교수학습 콘텐츠 개발 강화 ▲온라인 평가 지원 ▲학생 대여용 PC 지원 ▲AR/VR 및 인공지능(AI) 학습도구 활용 극대화 ▲교원 역량 강화 지원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전문교과의 실습을 필요로 하나 실습자원이 주로 학교에 집중돼 있다"며 "제대로 된 직업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문화된 시설투자가 이뤄지거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강화돼야 하지만 정부의 투자 계획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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