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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값 잡으려면 부동산 대책 엇박자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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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22 15: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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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택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공식화한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소속 관료에게 전화가 왔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7·10 부동산 대책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라 "국토부와 사전 조율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화들짝 놀라 해명이나 변명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그는 "말을 아껴야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부동산정책이 사전 조율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실무진이 차마 나설 수 없으니 언론이 나서서 '높으신(?) 분'의 설익은 발언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그의 말마따나 홍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 부처 간 사전 조율된 게 아니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 뒤 당·정·청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거듭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착수되지 않았다"며 총괄 조정 권한이 있는 홍 부총리의 발언을 단 하루 만에 일축했다. 홍 부총리 발언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부동산 대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하루 만에 정반대 태도를 내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차관의 발언 뒤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서울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반박했고, 박 차관은 주택공급 확대 TF 실무기획단 첫 회의에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어 17일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그린벨트 해제 검토에 무게를 싣자, 19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빚어진 당정청의 혼선은 일단락됐지만, 부동산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7·10 대책 발표 이후 10여 일간 정책당국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쑥불쑥 내뱉은 '말의 성찬'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또 정부 내부의 검토나 조율을 거치지 않고, 불쑥 꺼냈다가 황급히 주워 담는 일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징조라는 점에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집값 안정이 무엇보다 중대하고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충분한 검증과 사전 조율을 통한 정책당국자들의 일원화된 발언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부동산정책을 사전 조율 없이 불쑥 꺼냈다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면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집값 안정을 기대했다가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때까지 정책당국자들은 개별 발언을 자제하기 바란다. 사전 조율 없이 불쑥 내뱉은 발언으로 혼선을 자초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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