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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햎' 한재아 "사랑받는 작품에 누가 되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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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26 09: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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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재아. 2020.07.26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는 자신이 맡은 인물과 함께 성장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어햎)에서 '클레어'를 맡은 한재아가 보여주고 있다.

귀엽고 사랑스런 클레어는 진지한 관계에서는 시니컬하다.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헬퍼봇6인 그녀는 과거에 주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기억을 안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한재아는 "저 역시 조금 시니컬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면이 클레어와 닮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서 시니컬한 것은 아니다. 클레어가 옆집에 사는 헬퍼봇5 '올리버’에게 맞추는 것처럼 그녀 역시 "발랄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좀 그렇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잘 웃고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대한다"고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건 "낯선 사람과 처음 대면했을 때의 어색함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클레어의 극 중 밝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이는데, 한재아의 그런 기질과 같다.   

극 중에서 클레어는 올리버와 사랑에 빠지면서 점점 시니컬한 면이 사라진다. 올리버가 친구라 칭하는 그의 주인 '제임스'가 죽기 직전 올리버에게 레코드판을 남긴 것을 보고, 클레어는 과거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문 것을 느낀다.
   
그런데 인간의 형상을 꼭 빼닮은 헬퍼봇들은 자율적으로 사랑에 빠지지 않게 설계돼 있다. 클레어와 올리버는 오류가 난 것처럼, 이 절대적인 법칙에 적용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기 힘든 사랑의 강력함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에는 기쁨만이 아닌 연민을 동반한 슬픔도 내재돼 있다는 걸 알아가며 성장한다.

한재아 역시 클레어와 함께 성장판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저야 말로 이성적이고 엄청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클레어와 올리버의 사랑에 100% 공감이 안 돼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런 사랑을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점차 많이 동요돼요. 올리버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진짜 슬퍼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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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0.07.26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한재아는 클레어 역에 벼락처럼 등장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코로나19 가운데도 매진을 이어가는 흥행 불패작이다. 2016년 초연했고 2018년 재연을 거쳐 지난 6월30일 세 번째 시즌을 개막했는데, 이미 검증된 배우들이 거쳤다.

이번에도 연극·뮤지컬계 대표적 스타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좀 더 대중과 접촉점을 넓힌 전미도, 두 번째 시즌에 증명을 받은 강혜인이 클레어를 맡고 있다. 한재아가 클레어 역으로 이들 사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을 때 일부 관객은 물음표를 찍었다.

한재아는 지난해 뮤지컬 '그리스'의 '샌디' 역으로 처음 주역을 꿰찬 신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초연, 재연을 객석에서 너무 좋게 본 관객이었는데, 제가 이 역을 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관객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한재아 배우는 미모가 열일하는 와중에 노래마저 잘하다니. 빛나는 무대였다", "재아클(한재아+클레어) 사랑스러움 터지는 연기가 너무 좋다" 등 후기는 호평일색이다.

그런데 한재아는 관객들이 클레어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그간 전미도, 강혜인을 비롯 이지숙 박지연 최수진 등 다소 체구가 아담하고 귀엽고 예쁜 배우들이 이 역을 맡았다. 그런데 한재아는 키가 167㎝로 다소 큰 키에 도회적인 이미지다.

한재아는 "처음에는 저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클레어를 연기하셨던 분들이 작고 마르며 예쁜 배우들이었잖아요. 그런데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하고 싶었어요. '나만의 클레어가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죠"라고 털어놓았다.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 오디션 곡이었다. 클레어의 음색이 본인과 어울린다고 믿고,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머리카락을 땋고 가는 등 다른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려고 했죠."

역에 발탁된 이후에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인 영화 '그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유사한 휴머노이드를 다룬 영국 드라마 '휴먼스' 등을 참고하면서 클레어 역에 살을 붙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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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0.07.26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한재아의 장점 중 하나는 맑은 음성이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한 그녀는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이던 지난 2012년 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뮤지컬스타 홍광호가 돈키호테를 연기했는데, '좋은 소리'를 연기에 실어서 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후 뮤지컬로 진로를 굳혔다. 졸업을 하고 뮤지컬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하다가 지난 2017년 11월 창작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앙상블로 데뷔를 했다. 당시 홍광호와 '팬텀싱어'로 유명해진 고은성이 타이틀롤로 나섰는데, 한재아는 두 배우를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매일 매일이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양준모, 김선영 같은 선배 배우들로부터 많는 것을 배운 때였다. 

이후 자신을 뮤지컬계로 이끈 '맨 오브 라만차'에 출연하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자신을 돈키호테로 착각하는 알론조의 조카 '안토니아' 역을 맡았다. 그러다 세 번째 뮤지컬인 '그리스'에서 주역을 꿰찬 것이다.

사실 춤 장면이 많은 '그리스' 공연의 경우 초반에는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제대로 춤을 춰 본 적이 없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공연 막판에는 댄스파티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신나는 마음을 담은 '위 고 투게더'에서 속눈썹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댄스 삼매경'에 빠지는 등 행복하게 공연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랜선 공연 '집들이 콘서트', 김문정 음악감독과 더 M.C 오케스트라가 주축이 된 코로나19 응원 위한 거리 뮤지컬 '안녕, 고마운 그대' 등에 출연하는 등 점차 뮤지컬계에서 중용되고 있는 한재아는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도 무궁무진하다.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의 크리스틴, '지킬앤하이드'의 엠마 등 맑은 음성의 캐릭터는 물론 '번지점프를 하다'의 태희, '시라노'의 록산, '뉴시즈'의 캐서린 등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맡기를 꿈꾼다. 소프라노 황수미와 강혜정을 존경해 단독 콘서트를 연다면,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도 부르고 싶다.

꿈을 일부 이뤘고, 다른 꿈으로 인해 현재 설렘이 가득한 한재아는 그럼에도 '어쩌면 해피엔딩'에 출연하고 있는 지금은 매일 떨린다고 했다. "사랑 받는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무대에 올라가면 신나고 기분이 묘해져 그런 걱정은 다 사라진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두 달 넘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 클레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너는 좋은 로봇이야. 나라는 사람을 변화시켜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어쩌면 해피엔딩', 9월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 올리버는 정문성, 전성우, 양희준이 나눠 연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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