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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피스트 곽정 "하프의 매력은…일단 그 자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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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04 18: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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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하피스트 곽정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04.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지난달 18일 1년 만에 예술의전당에 오른 하피스트 곽정(48)은 무용을 하는 듯, 연기를 하는 듯한 우아한 몸짓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전 셰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하피스트 앙상블이 2002년에 한국에서 최초로 결성됐다. 그 '하피데이앙상블'의 수장 하피스트 곽정(48)은 세계를 대표하는 하피스트 중 한 명이다.

아시아 하프 페스티벌의 공동설립자인 그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A 국제 하프 콩쿠르, 세계하프대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5회 멕시코 국제 하프 콩쿠르, 제20회 이스라엘 국제 하프 콩쿠르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많은 이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장식품으로 더 유명한 하프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애써 온 그를 서울 중구 하피데이앙상블 연습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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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하피스트 곽정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04. radiohead@newsis.com
이미 유명한 하피스트였던 그가 클래식계에서 스타덤에 올랐을 때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주빈 메타의 1997년 내한공연 당시였다. 당시 하프 강국인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던 주빈 메타가 협연자로 곽정을 선택한 것이다.

"주빈 메타는 1993년 이스라엘 내한 당시 처음 만났습니다. 하프 콩쿠르 중 가장 권위있는 콩쿠르가 이스라엘 하프 콩쿠르일 정도로 이스라엘은 하프 종주국이라 할 수 있죠. 당시 이스라엘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기 직전이었는데, 주빈 메타가 제 연주를 보고 '이 친구를 통해 문화적으로 먼저 교류를 열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그의 하프 인생은 12살 때 시작됐다. 연주자로는 다소 늦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가족행사에서 친척 어른들이 들려주곤 하던 연주를 보고 4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엄한 선생님의 체벌로 이내 음악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후 그가 다시 하프라는 악기를 손에 쥐었던 것은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에 따르면 클래식 애호가였던 그의 외할머니는 웬만한 음악 전공생보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할머니는 첫 음만 들어도 몇 번째 심포니의 몇 악장이라고 바로 알아맞히실 정도셨다. 제가 집안의 첫 손녀인데 항상 저를 우리 '천사'라고 부르셨다. 어느날 할머니가 저한테 '천사'들은 하프를 치니까 우리 정이도 하프를 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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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8일 열린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무대에 오른 하피스트 곽정(사진=예술의전당 제공)2020.07.19 photo@newsis.com 
고가의 하프 가격에 처음에는 반대했던 그의 부모는 12살짜리가 3일간 벌인 단식투쟁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곽정은 하프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이건 내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14세 때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데뷔한 그는 예원학교 재학 중 미국에서 열린 하프계의 전설 '수잔 맥도널드 캠프'에 참가하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곽정은 "당시에는 국내에 음악캠프(단기 아카데미) 같은 게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 언니들을 따라 수잔 선생님의 캠프를 갔다. 근데 그때 선생님이 제 연주를 듣고 제자로 삼아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은 보통 대학원생 이상만 제자로 받아주신다.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를 가르친 게 현재까지도 4명뿐인데 제가 2번째 미성년자 제자였다. 미국에 남으라는 선생님의 러브콜에 부모님 허락도 안 받고 오케이를 했다"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1994년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하며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한 곽정은 이스트만 음대에 진학해서 역시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하며 이 대학의 77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프로 대상을 수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98년 하피스트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애틀랜틱사와 일곱 장의 음반 계약을 맺은 곽정은 소프라노 조수미, 린다 에더가 참여한 첫 번째 음반 "더 기프트(The Gift)"를 발매했는데, 크리스마스 음반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초판이 매진됐다. 이 음반은 인기에 힘입어 이후 2004년 12월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재발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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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하피스트 곽정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04. radiohead@newsis.com
그는 10년이 넘게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 하프를 배워 아시아에서 최초로 클래식 하프와 전자 하프 모두를 연주하는 하피스트가 됐다. 전자 하피스트로 활동할 때는 곽정 대신 '하피스트K'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클래식 하프를 연주할 때보다 훨씬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그가 생각하는 하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 하프의 매력으로 그는 '천사의 악기'라 불리는 하프의 아름다운 자태를 꼽았다.

"일단 보기에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하프는 그 크기 때문에 연주자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무대에 세팅이 됩니다. 관객들은 악기를 보자마자 사진 촬영이 가능한 때라면, 바로 '우와!'를 연발하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죠."

배우기 쉽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았다. 곽정은 "하프는 소리를 내는 방법이 어렵지 않다. 외려 손이 부드러운 초보자들이 치면 예쁜 소리가 난다"며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잠깐 가르쳐 드려도, 세 살이건 네 살이건 아흔살이건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현악기와의 음악적 차별점을 자랑했다.

"다른 현악기는 단선율이라 멜로디만 나옵니다. 하프는 피아노처럼 반주도 할 수 있고, 멜로디도 낼 수 있어요. 그래서(다른 현악기보다)더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고, 다채로운 소리를 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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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하피스트 곽정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04. radiohead@newsis.com
그는 하피스트앙상블 주관으로 2012년부터 코리아 하프 페스티벌을, 2015년부터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를 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함께 열릴 예정이었던 이 두 행사는 오는 11월29일부터 12월3일까지로 연기됐다. 

이들 행사에 대해 곽정은 "콩쿠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하프 단독 콩쿠르다.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대가분들을 소개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대중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라며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해피 콘서트'는 하프를 취미로 배우는 분들이 세계적인 프로들과 한 무대에 서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하프 대중화 성과를 물었다. 그는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연 때 보면 관객들이 이제는 하프에 페달이 있다는 사실, 하프에 줄(현)이 47개가 되고 페달이 7개라는 사실 정도는 아시는 것 같아요. 취미로 하프를 배우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뿌듯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죠."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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