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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 "남는 게 없다"…공공재건축, 5만호 공급 '글쎄'

등록 2020.08.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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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용적률 500%·층수 50층 허용

'개발 수익 90% 환수'…재건축 조합 냉담

공공재건축 참여 재건축 조합 저조할 듯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020.08.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020.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개발 이익의 90%를 정부가 환수한다고 하는데 어느 조합원이 동의할까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 재건축을 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업성만 떨어진다"며 "공공 재건축은 우리 아파트와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방안을 내놨지만, 실제 추진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공공재건축 제도를 도입해 서울 강남에 50층짜리 아파트를 짓도록 길을 터줬지만,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재건축 조합들이 수익의 90% 이상을 환수하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의 성패를 결정할 재건축 조합의 공공재건축 참여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된 셈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서울(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기존 용적률(250%)과 35층으로 제한된 층고 제한이 풀린다.

정부는 이 같은 공공재건축 제도를 도입해 향후 5년 간 총 5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상향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할 방침이다. 또 용적률 증가에 따른 개발 이익의 90% 이상을 공공기부 형태로 환수한다.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런 내용에 동의하면 공공재건축이 가능해 진다. 또 세부기준은 서울시가 주택 순증과 분담금 등을 고려해 마련한다.

정부는 층수와 용적률 규제 완화로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재건축 조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합원들이 흔쾌히 동의를 하는 가운데 시행될 것"이라며 "공공참여가 없다면 기존대로 재건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해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며 개발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해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며 개발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늘어난 용적률 대부분을 공공으로 돌려야하기 때문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90% 이상을 기부 채납하는 공공재건축보다 1대 1 재건축을 하겠다는 주민들이 훨씬 많다"며 "LH나 SH가 짓는 아파트보다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가 집값 상승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늘어난 물량 대부분을 기부하면서 50층짜리 아파트를 짓느니 현행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공공재건축에 굳이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임대 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용적률을 대폭 올리더라도 물량 대부분을 기부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주택시장에선 지역·단지별로 공공재건축 참여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익성이 떨어져 부담금 여력이 없는 재건축 추진 단지는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반면, 과도한 개발 수익 환수로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대장주 단지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각에선 고밀도 개발에 따라 교통 및 주거 환경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조합들의 공공재건축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발 이익에 대해 최대 90%까지 환수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조합원들이 응하질 미지수"라며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호를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은마아파트 등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수요가 많고, 사업성을 일정 기준 이상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기부채납까지 하면서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일부 긍정적이나, 과도한 기부채납 방식으로는 재건축 조합들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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