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금산 분리 완화①]"경제 살려라" 특명 받은 CVC, 21년 만에 공정거래법 바꾼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08-10 06:00:00  |  수정 2020-08-18 14:07:15
정부, 플러스 성장률 지키겠다며 CVC 전격 허용
공정거래법 내 금산 분리 조항 고쳐야…21년 만
금산 분리 않는 벤처 지주사 시도했으나 실패로
CVC로 벤처 시장에 '회수→재투자' 선순환 구조
정부 "CVC 안착하면 금산 분리 감수 이상 효과"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6.01. photo@newsis.com

금산 분리의 빗장이 풀렸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기업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전격적으로 허용하면서다. 정부가 법을 바꾸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뉴시스는 정부가 CVC 허용안을 꺼내든 배경부터 그 실효성, 벤처 투자 시장 및 재계에 미칠 영향까지 CVC를 둘러싼 현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플러스(+) 성장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0.1%라는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1일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알리며 한 모두발언의 일부다. 홍 부총리가 이날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꺼내든 것 중 하나는 '일반 지주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허용' 카드다.

CVC란 대기업이 출자해 설립, 보유하는 벤처캐피털(VC·벤처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금융사)을 가리킨다. 벤처기업을 금융 투자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반 VC와 달리, CVC의 목적은 '탐색'이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찾아 투자한 뒤, 자본금과 인프라를 쏟아 부어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모기업의 기존 사업 강화나 다각화의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다.


associate_pic

◇'금산 분리 훼손 없는 벤처 활성화' 과거 시도는 실패로

"CVC가 벤처 투자 시장에 '메기'가 돼줄 것"이라며 정부는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시민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금산 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에서 '일반 지주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금산 분리다.

1999년 공정거래법에 담긴 이 원칙은 21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마치 금과옥조처럼 지켜져 왔다. 대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며 사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기 위해서다. 적은 자본금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주사 체제에 금융사인 CVC 보유까지 허용하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2001년 금산 분리를 완화하지 않고 벤처 투자 시장을 자극하고자 '벤처 지주사' 제도를 내놨지만, 안착에는 실패했다. 지주사의 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이 제도는 ▲벤처 지주사 자산 규모 기준을 5000억원 이상으로 할 것 ▲벤처 지주사는 비계열사 주식을 5%까지만 취득할 것 등 규제가 강해 도입 이후 활용 사례가 전무하다.


associate_pic

◇대기업 현금 25조…벤처 시장에 숨결 불어 넣을 CVC

이에 정부는 금산 분리를 완화하더라도 CVC 규제를 풀어 벤처 투자 시장의 활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우선 2019년 말 기준 대기업 집단의 일반 지주사가 가진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25조원에 이른다. 일반 지주사에 CVC 설립을 허용하면 이 자금의 일부가 벤처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유동성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는 CVC가 벤처기업 생태계 전반의 질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CVC에 인수된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자회사가 된다. 벤처기업이 일반 VC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상장(IPO)을 했다가, 수많은 코스닥(장외 증권 시장) 상장사 중 하나로 전락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본격적인 스케일 업(Scale-up·성장)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대기업이 계열사를 사고팔듯, CVC가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을 자극하면 일반 VC의 투자금 회수(Exit)도 용이해진다. 사실상 '벤처기업의 투자금 토해내기'(상환)나 IPO뿐이었던 회수 시장이 다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회수한 금액은 벤처 투자 시장에 재투자되게 해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담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2020.06.18.

 mangusta@newsis.com

◇연내 법 개정 추진…"CVC, 금산 분리 감수할 만큼 효과"

정부는 연내 정기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이런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산 분리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CVC의 설립 형태 중 하나)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벤처투자법(벤처 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중 어느 것을 개정할지를 두고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있었지만, 이내 합의했다.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직접 입법 예고할지, 국회의원 입법안을 바탕으로 추진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관련 의원 입법안의 경우 현재 8건(더불어민주당 6건·미래통합당 2건·무소속 1건)이 발의돼있는데, 금산 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와 관련해 세부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다.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설득을 통해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경기 활성화 방안의 핵심 중 하나가 CVC"라면서 "CVC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각계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금산 분리를 완화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제도가 벤처 지주사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겠다.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경제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