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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지 최초 성악가 소코 "고향서 1호 음대교수가 꿈"

등록 2020.08.06 18: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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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피지의 음악 역사에 기록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악 불모지인 피지에서 음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음악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되고 싶어요."

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31), 그는 '팬텀싱어3' 1차전에서 부른 한국의 가곡 '첫사랑'으로 단숨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편, 이 곡을 모르던 한국인들에게 '첫사랑'이라는 곡을 알리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현재 그가 부른 이 곡의 JTBC 공식 유튜브 채널 조회수는 19만여회에 이른다.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소코를 만났다. 그는 상대적으로 음악이 천시받는다는 피지에서 최초의 음대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 현재 그곳에는 음악대학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거창하게 교수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 때부터 가르쳐서 키우고 싶어요. 근데 피지는 낮은 경제수준으로 인해 음악이 천시당하다보니,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조차 찾기 어려울 거예요. 피지에 돌아간다면 그런 아이들을 찾는 게 제 첫 번째 일이 될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email protected] 


4살이 채 되기 전부터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매일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아 친구들로부터 "시끄럽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훗날 그의 노래를 향한 "시끄럽다"는 평은 "세상의 미움이 다 사라지는 기분"(옥주현)으로 재평가된다.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피지에서 어린 나이에 마땅히 음악 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곳이 없었다. 그는 "그 어디에서라도 노래를 하고 싶었다. 원래 신앙심이 깊기도 하고 그래서 10살 때 교회 찬양팀에 들어갔다. 찬양팀에서 보컬로 활동을 했고, 이를 계기로 학교 축제 등에 게스트로 초청받아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이던 2008년,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 것만 같았다. 2008년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피지 버전인 '피지 갓 탤런트'가 방송됐고 그는 출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가수를 포함한 연예인에 관심이 덜한 피지 정서상 피지에서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들은 그에게 성악을 해보길 권했다.

이후 뜻은 있지만 별다른 기회가 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성악을 전공한 한국인 선교사가 그의 노래를 듣고 한국으로의 유학을 제안한 것이다.

"저를 보며 '너 소리가 너무 좋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윤명숙 선생님인데 저에게는 엄마 같은 분이시죠. 개신교 대학을 통해 입학 시험을 보고,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1년여의 한국어 공부를 통해 마침내 그는 2012년 부산 고신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렇게 그의 유일한 스승인 안민 고신대 음악과 교수(현 총장)를 만났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가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08.06 [email protected] 


소코는 안 교수와의 첫 만남에 대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키는 작으시지만, 카리스마가 엄청 났다. 정말 유명한 분이기 때문에, 그분 제자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명숙 선생님이 저에게 한국의 어머니라면 안민 선생님은 아버지다. 항상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셨다. 유학생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더 신경써 주신 것 같다. 몸이 아파서 레슨에 못 갈 때면, 친구들을 시켜 죽 같은 걸 꼭 갖다주게 했다"고 회상했다.

20살이 넘어서야 마침내 음악을 정식으로 배우게 된 소코, 처음으로 음악 수업을 들었을 당시 기분은 어땠을까.

"'정말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흡, 몸(자세), 가사, 피치(음의 높낮이), 박자 이런 교육을 한 번에 받다 보니 미쳐 버리겠더라구요. 그냥 노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악보도 읽어야 하고 가사 딕션(발음)도 신경써야 하고 느낌도 주면서 의미도 전달해야 하고…."

"이 모든 걸 노래하는 짧은 순간에 전부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자, 성악가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이전에 파바로티를 볼 때면 '그냥 노래만 잘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악보에는 어느 부분에서 숨을 쉬고 어느 부분에서 좀 더 액센트를 줘야하는지까지 표기돼 있어요."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 2020.08.06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피지 최초의 성악가 바리톤 소코 2020.08.06 [email protected]


'팬텀싱어3'에서 아쉽게 결선 12명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성악계의 신성이다. 다가오는 14일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오페라 카니발 2020' 앙코르 공연에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그가 준비한 곡은 바로 '팬텀싱어3' 출연 당시 사람들을 감동시킨 가곡 '첫사랑'과 동요 '꼭 안아 줄래요'다.

"미션으로 동요가 떨어졌고 여러 곡을 듣던 중 '꼭 안아 줄래요'를 듣는데 눈물이 났어요. 전 세계가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모든 이들에게 힐링을 주고 싶었어요. 같은 마음으로 임하되, '팬텀싱어' 당시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가 출연하는 '오페라 카니발 2020' 앙코르 공연은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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