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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분리 완화②]CVC 정부안 두고 엇갈린 평가…"시작이 반" vs "규제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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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10 06:00:00  |  수정 2020-08-18 14:07:24
'일반 지주사 CVC 보유 추진 방안'에 담긴 규제
금산 분리 훼손 우려에 설립~행위 안전장치 둬
CVC는 100% 자회사로 설립·외부 조달은 40%만
재계 "설립 지분율·조달률에 제한 둔 것 아쉬워"
정부 "CVC 전략 투자 시너지…재계 유인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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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안을 내놓으며 각종 '안전장치'를 끼워 넣었다. 총수 일가가 CVC를 사익 편취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를 이용할 스타트업 업계와 재계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금산 분리 빗장이 21년 만에 풀렸다. 시작이 반"과 "규제 수준이 강해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CVC 설립부터 투자처 보고까지 전 단계에 안전장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30일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와 함께 만들어 공개한 '일반 지주사의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에는 금산 분리(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며 사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것)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안이 담겼다.

먼저 CVC 설립은 '일반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해야 한다. 타인 자본금 활용을 제한하려는 조처다. CVC는 차입도 자본금의 200%까지만 할 수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1000%,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900% 대비 대폭 쪼그라든 수준이다.

또 CVC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펀드를 만들 때는 조성액의 40%까지만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다. 펀드를 조성할 때 계열사의 출자는 기본적으로 허용되지만, 금융 계열사나 총수 일가는 참여할 수 없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CVC의 계열사에도 CVC는 투자할 수 없다.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까지만 가능하고, 투자 이외의 다른 금융업은 겸영할 수 없다. 신기사는 융자 및 타 금융업을 겸영할 수 있지만, 일반 지주사가 CVC로 설립하는 신기사는 이를 금지할 계획이다. CVC는 출자자 현황, 투자 내역, 특수 관계인 거래 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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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보다 높은 문턱…걱정 많은 공정위 입김?

전반적으로 당초 예상보다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CVC를 완전 자회사로만 만들게 한 설립 규제에 관해 관련 업계에서는 "지주사와 계열사가 공동 출자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스스로 돈을 버는 '사업 지주사'가 아니라면 CVC를 자기 자본금만으로 설립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CVC 지분 구조에 완강한 입장을 지킨 것이다.

펀드의 외부 자금 조달 규제의 경우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줘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미국 구글의 CVC인 캐피털 지(Capital G)가 자기 자본금만으로 투자하는 점을 들어 외부 자금 조달 허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다만 40%라는 한도에 관해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출자자에 의한 CVC 감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조달률에 한도가 생겨 아쉽다"면서 "CVC를 허용하는 주요 선진국은 펀드 조성 시 외부 자금 조달률을 특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이런 배경에는 공정위가 있다. 금산 분리 완화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대기업의 CVC 보유를 허용하면 총수 일가 사익 편취나 편법적인 경영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공정위는 금산 분리를 완화하지 않고 벤처 투자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벤처 지주사' 제도의 손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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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러 대기업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의 빌딩숲. (사진=뉴시스 DB)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악용 사례 나오면 모두 물거품…이 수준이 최선"

정부는 '이런 수준의 규제를 두더라도 재계가 CVC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CVC가 일반 지주사 체제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촉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지주사 체제에 제공되는 기본적인 세제 혜택도 있어 재계가 참여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CVC 참여 의향을 자체 조사한 결과 재계의 호응도는 그리 높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 지주사 여러 곳에 'CVC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 설립하겠느냐'고 문의했는데 68곳에서 회신이 왔고, 그중 18곳에서 '설립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면서 "참여 의사를 밝힌 18곳 중 대기업은 7곳"이라고 밝혔다.

정부 한편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논의 과정에서 규제가 강해졌고, 아쉬운 최종안이 나왔다는 얘기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펀드의 외부 자금 조달률 규제는 당초 50% 수준에서 논의됐다"면서 "CVC는 악용 사례가 한 번이라도 나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첫발을 떼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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