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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국회 본회의장에선 왜 하이힐을 신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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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09 09:00:00  |  수정 2020-08-18 14:05:23
'빨간 원피스'처럼 엄숙주의 극복, 자유 상징 될 수도
성차별 측면 있어 일부 국가선 강요 거부 운동 일어
의원들, 하이힐 안 신는 이유 "많이 걸어야 해 불편"
"하이힐 신었다가 핀잔 듣고 갈아 신었다" 사례도
의류 전문가 "양복은 남성 중심 집단의 권위 표현"
"하이힐, 국회 기존 가치관 조롱하는 역할 할 수도"
국회법에 '품위 유지' 조항…"품위의 내용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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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5일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 후 본회의장을 나가는 류호정 의원. 2020.08.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김남희 기자 = 국회 출입 기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건 정치인의 얼굴보다 신발이다. 의원들의 '백브리핑'(backbriefing, 비공식 브리핑)을 바닥에 앉아 노트북으로 받아적어야 하는 탓에 얼굴보단 신발이 더 시선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2년여간 그렇게 마주한 의원들의 신발 중에서 하이힐은 찾기 힘들었다.

국회에서 하이힐의 실종에 대해 혹자는 그간 여성이 불편함에도 착용을 강요받았다는 점에서 '성차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를 들고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남성중심적 문화를 고수해온 국회에서의 하이힐은 역설적으로 실종이 아니라 착용으로써 자유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연일 논란과 화제를 모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빨간 원피스'와 같은 맥락이다.

◇직장에서 하이힐을 벗을 권리

현대 사회에서 하이힐은 성차별의 상징이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직장 내 하이힐 착용을 거부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직장 여성에게 하이힐 등 불편한 신발을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쿠투(#Kutoo) 캠페인이, 영국에서는 '하이힐 강요 금지' 청원이 진행된 바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하이힐 강요에 제재를 가한 사례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당국은 2017년 4월 기업들이 여성 직원들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했고 같은 해 8월 필리핀 노동고용부는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 국회 내에서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로 편의성을 드는 여성 의원들도 많다.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구두나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저도 하이힐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많이 걸어야 할 것을 대비한 것이다. 하이힐을 신는 게 옷차림에 맞는 복장이면 신겠지만 하이힐에 맞는 옷을 입는 경우가 잘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의원들은 편한 신발을 선호한다. 많이 걸어야 하고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힐은 편한 신발이 아니다"라며 "국회에 복장 엄숙주의 같은 건 없다. 국회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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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6년 9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두를 벗어놓고 대정부 질의를 듣고 있다. 2016.09.23. pak7130@newsis.com
◇국회에서 하이힐을 신을 자유

그러나 국회 내에서 하이힐의 실종은 성차별의 상징으로서 하이힐이 거부돼온 전세계적 흐름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애초에 하이힐의 착용이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이 화제가 되기 전 한 초선 의원에게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 본회의장이나 의원총회를 갈 때는 구두나 단화로 갈아 신는다"고 했다. 그 의원은 하이힐을 신었다는 이유로 핀잔을 들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많은 의원이 모이는 의원총회나 본회의에 참석할 때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회의사당에서 30년 동안 구두를 수선해온 한 구두수선 전문가는 "하이힐을 고치거나 광택을 내러 오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며 "잘 안 신으니까. 5cm 정도 되는 굽이 있는 단화를 신는 사람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류 의원을 통해 촉발된 복장 논란에 대해 "(국회에 대해)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권위의식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의원 보좌진들도 국회 특유의 엄숙주의·권위주의적 분위기를 복장에 제약을 가하는 요소로 꼽는다. 국회 생활 3년 차인 한 보좌진은 "국회의사당은 뭔가 엄숙한 공간"이라며 "우리 의원도 의사당에 갈 때는 신발을 구두로 갈아 신고 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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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과 20대 국회의원들이 2016년 9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09.07 photo@newsis.com
◇의류 전문가 "국회 권위주의·집단주의 깰 수 있는 복식"

이에 대해 이유리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국회가 오랜 기간 정장과 구두 차림을 격식 있는 옷차림으로 표준화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처음엔 양복이 그렇게까지 귀족적 권력의 복장은 아니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남성 정장이 남성 중심 집단에서 권위와 함께 무난한 집단주의를 표현했다"며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 개성을 획일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 정체성이 보이는 옷이었으니까. 류 의원 논란은 저희가 이때까지 그런 문화에 익숙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류 의원의 원피스가 그랬던 것처럼 하이힐이 그러한 권위주의·집단주의를 깰 수 있는 복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히려 하이힐이 상징하는 강한 젠더적 고정관념으로 인해 엇갈린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는 "기존 가치관에 동의하지 않음, 관심 없음, 의도적 조롱 등이 하이힐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하이힐은 기본적으로는 굉장한 여성성으로 상징되는데 굉장한 여성성이라는 게 알고 보면 굉장한 권위·권력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해석의 스펙트럼은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각자 국회를 해석하는 대로 옷을 입고 온다고 보는데 류 의원은 국회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국회도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유시민 의원이 격식 없이 입고 왔을 때보다 덜 뭐라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도 입을 수 있다는 식의 반응이 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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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이은주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7.16.since1999@newsis.com
◇변화 움트는 국회, 더 파격적인 옷차림 나올까

실제로 국회 내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류 의원의 시도에 응원이 쏟아졌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복장을 착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이미지 전략' 분야 전문가인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인이나 공인이라면 복장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그런 차원으로 접근한다면 사실은 자신감 넘치고 개성 넘치는 류 의원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허 의원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피스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왔던 지난 4일은 공수처법, 부동산법 등이 처리됐다. 통합당은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였다"며 "다른 날이었다면 원피스 운동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국회가 딱딱한 공간이다. 본회의장에서 재킷을 입고 있다가 벗으면 직원분이 와서 '의원님, 재킷 벗으시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며 "복장보다는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국민께서 평가해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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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여야 국회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2020.07.16. photo@newsis.com
◇국회법에 '권위'라는 단어는 없다

류 의원은 지난 6일 논란이 불거진 직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50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라고 하는데 그것이 검은색, 어두운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관행들을 좀 깨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일 잘할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출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류 의원 논란으로 많이 인용된 국회법에는 실상 '권위'라는 단어가 없다.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말하고 다시 위엄과 기품은 각각 '존경할만함'과 '인격'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기사 딸린 검은 차를 타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이런 건 과거 시대의 품위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품위의 기준을 내용에 맞춰야 한다. 그 사람이 가진 생각, 마음가짐,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럼 당연히 옷차림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국회는 운영부터 건물의 배치까지 우리나라의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기관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류호정 의원 시도는 신선하면서도 국회가 가야 할 길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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