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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접고 귀촌, 이장까지 맡았는데"…꿈 앗아간 곡성 산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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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08 11:56:17
70대 부부…3년전 정착·부인만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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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뉴시스] 류형근 기자 = 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산사태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이 토사에 매몰된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전날 오후 8시29분께 마을 뒷편의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4가구를 덮쳐 4명이 숨졌으며 1명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0.08.08.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폭우로 인한 산사태는 7년전 돌아온 50대 부부와 마지막 정착지로 생각하고 3년전 이사온 70대 부부의 꿈과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지난 7일 오후 8시29분께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은 뒷편 야산에서 순식간에 쏟아진 토사로 5가구가 매몰됐다.

8일 오전 현재 산사태로 50대 이장부부와 70대 여성, 70대 노부부 중 부인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1명이 실종 상태다.

성덕마을 주민들은 "부부들이 사이도 좋고 타지에서 돌아온 것을 티도 내지 않으며 이웃들과 잘 지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50대 부부는 서울에서 요리사를 접고 7년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녀가 없었지만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행복하게 살자며 귀촌했다.

이들 부부는 성실함으로 마을의 모든 일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홀로사는 노인의 집에 찾아가 말벗이 됐고 농사일도 거들어 주며 이웃들과 친하게 지냈다.

올해 초에는 마을주민들의 추천으로 이장에 선임될 정도로 이들의 귀촌의 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장부부의 옆집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부부는 3년전 주택을 매입해 성덕마을에 정착했다.

70대 부부는 다른 마을에서 이사를 왔지만 예전부터 성덕마을에 살았던 것 처럼 이웃들과 편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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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비가 많이 내린 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오산초등학교 강당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2020.08.08.  hgryu77@newsis.com
또 이 마을을 마지막 정착지로 생각하고 옆집의 이장부부와 서로 왕래를 하며 새로운 정착지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산사태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집앞 하천이 위험할 것으로 보여 집에 머물렀지만 뒷편 야산의 토사가 순식간에 덮쳐 피하지도 못했다.

산사태를 목격한 같은 마을의 친구 김모(53)씨는 "사고 이후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주택을 삼켜버린 토사에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며 "평생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고향으로 돌아와서 성실하게 살았는데"라며 "초등학교로 대피한 마을주민들은 밤새 한잠도 못잤다"고 전했다.

이어 "쉬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마지막 가는길조차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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