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9세기 정원을 빌린 캔버스의 역사…'화가들의 정원'

등록 2020.08.10 11:02:26수정 2020.08.18 14:16: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화가들의 정원 (사진=샘터 제공) 2020.08.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화가들의 정원 (사진=샘터 제공) 2020.08.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모네, 르누아르, 세잔,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 등 19세기 거장들은 정원을 탐닉했다.

 1800년대 중반 물감의 발명으로 가능해진, 야외 그림 작업 의미하는 '앙 플랭 에르(En Plein Air)'는 인상주의 운동과 동의어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광물 안료를 손으로 갈아 오일과 혼합해 물감을 만드는 과정은 위험해서, 19세기 이전 작업실의 모습은 화학 실험실에 가까웠다. 유화 물감을 보관할 수 있는 튜브가 미국의 한 초상화가의 손에서 탄생했고 물감의 발명으로 자연 풍경과 정원을 그리는 화가들은 야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르누아르, 세잔,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전 세계 위대한 화가들이 직접 가꾼 정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정원은 정물화 소재와 달리 매번 새로운 시선과 느낌으로 담아낼 수 있는 소재다. 화가들은 정원이라는 모티프를 반복해서 그리면서 화법을 다듬고 완성해나갔다.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에서 모네는 걸작 수백 점을 탄생시켰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흐는 프로방스의 작은 정원에서 한 해 동안에만 150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정원은 화가들의 정치적 위기나 고난의 시기에 휴식과 성장,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1930년대 후반 멕시코시티에서 살아간 프리다 칼로에게 ‘푸른집’ 정원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방당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에게도 푸른집의 정원은 피난처가 됐다. 잉글랜드의 평온한 마을 서식스 찰스턴의 정원은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삶의 터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의 징집을 피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위대한 화가들이 직접 만들고 살아간 집과 정원에서 우리는 예술과 생에 대한 결코 시들지 않는 열망을 발견할 수 있다.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352쪽, 샘터, 1만78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