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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백신 '스푸트니크V' 세계 첫승인에 '무리수' 비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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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12 11:42:44
임상 3상 시험과 대중 접종 동시에
전문가 "심각한 부작용 벌어질 수도"
러시아 "서구권의 정치적·조직적 폄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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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사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러시아 백신에 의문을 표한 상태다. 2020.8.12.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백신 이름은 러시아 전신인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 스푸트니크에서 딴 '스푸트니크V'다. 1957년 미국보다 앞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백신 분야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담았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러시아 백신에 의문을 표하고 나섰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백신 최초 개발이 아니라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보건부는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면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를 두고 서구권 국가들의 정치적이고 조직적인 폄훼라고 반박했으나, 단순히 정치 조작이라고 치부하기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스푸트니크V의 개발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비윤리성 문제로 점철돼 있다고 표현했다.

첫 번째 이유는 임상 3상 시험의 부재다. 임상 3상은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예비 약물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마지막 시험 단계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도 백신의 임상 3상 시험을 마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연구소의 알렉산더 긴즈버그  연구소장은 "3상 시험을 계속하면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약계는 수천~수만 명을 상대로 몇 개월 간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생략한 실험 약물을 공식 백신으로 등록해선 안 된다며 일제히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의 백신을 '1상 단계'로 분류하며 "어떤 백신이든 다양한 임상 시험과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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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연구소의 연구원이 백신을 들어보이는 모습. 2020.8.12.


두 번째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지원자들이 외부의 압력없이 답변이 가능했는가다.

가디언은 임상시험에 군인 다수가 참여하며 이미 참여 강압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진 상태라고 전했다. 백신의 효능감에 대해서도 군인은 민간인들보다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경향을 보였다.

이를 놓고도 지원자들이 '부작용에 대해 말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느꼈는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 번째는, 러시아 백신이 대량 생산을 해도 될만큼 효과적인가의 문제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2차례 접종으로 장기간의 면역이 형성되고 임상시험 결과는 면역이 2년까지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으나 해당 백신의 임상시험에 관한 과학적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항체가 체내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혹은 어느 정도의 방어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효과가 매우 부분적인 백신으로 정부와 국민에 코로나19가 종료됐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자칫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백신 논란에 대해 우선 약물에 대한 큰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워싱턴대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소의 마이클 킨치 박사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초기 약물을 생각해보라"며 "우리가 완벽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추측으로 백신 1세대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헤이븐 대학의 러시아 전문가인 매슈 슈미트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향후 대중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학적 연구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는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며 "향후 러시아에서 효과가 있는 백신을 만들더라도 이는 전 세계에서 널리 채택될 수 없을 듯하다.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오히려 반(反)백신 운동을 자극하고,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음모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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