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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지방 보건소로…위암 명의의 인생 2막

등록 2020.08.14 1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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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정년퇴임하는 권성준 한양대 의대 교수

대형병원 스카우트 제의에도 양양군 보건소장으로

"의료 낙후된 지역에서 내 경험 사용해보고 싶어"

[서울=뉴시스] 14일 한양대병원에 따르면 권성준(사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한다. 권 교수는 은퇴 후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에서 의료봉사를 할 예정이다.(사진 : 한양대병원 제공) 2020.8.14.

[서울=뉴시스] 14일 한양대병원에 따르면 권성준(사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한다. 권 교수는 은퇴 후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에서 의료봉사를 할 예정이다.(사진 : 한양대병원 제공) 2020.8.14.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위암 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의대 교수가 퇴임 후 지방의 작은 보건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권성준(64) 한양대 의대 교수는 '위암 전문의'로 이미 의학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의사다. 외과 의사로 40여년간 일하며 3000례 이상의 위암 수술을 집도했고, 모교인 한양대에서 병원장까지 지냈다.

권 교수는 오는 8월 정년퇴임을 하고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장을 맡기로 했다. 한 분야에서 권위자 반열에 오른 의사가 지방의 작은 보건소로 가기로 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서울 토박이인 권 교수는 왜 양양으로 가기로 했을까? 사실 퇴임을 앞두고 여러 국내 대형 병원들의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다. 평생을 해왔던 수술과 후학 양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생각해 왔던 퇴임 후 활동을 힘이 남아 있을 때 실천에 옮기고 싶었다.

양양은 최근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지만 고령 인구가 많고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다. 의료 시설은 병원 없이 의원만 6곳, 치과 4곳, 한의원 4곳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의사 수도 매우 부족하다.

40년을 수술을 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한 지역의 질병 예방이나 주민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고 싶다는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권 교수는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25년 전부터 사회에서 만난 선배의 고향인 양양과 설악산을 자주 가다 보니 이제 그 도시에 정이 많이 붙었다. 양양은 의료 측면에서는 상당히 낙후된 곳이다. 10년 전부터 내가 가진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에 가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그는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 아니면 안되는 것도 아니고 후학들도 충분히 길러놨다. 지금 일을 계속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만해야 할 시간이 온다. 조금이라도 젊고 에너지가 있을 때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얼마 전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항상 그래왔듯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사실 외과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업무가 고되고 수입도 적어 요즘 의대생들이 기피하는 전공에 속한다. 하지만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수술로 환자의 생명을 살려낼 때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권 교수는 "학생 때 외과를 선택한 큰 동기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 병원에 온 환자를 신속하게 조치해서 살려내는 것을 봤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엉망인 상태로 병원에 들어오지만 짧은 시간 내에 회복돼서 양복을 입고 고맙다고 인사하러 오는 모습이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게 내 성격과 맞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힘든 일이 많았다. 젊었을 때는 잠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힘든게 1이고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게 5~6이라면 참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학생들에게도 외과 의사 생활을 하면 의사들 사이에서 급여 차이가 꽤 되지만 너무 경제적인 것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꿈을 펼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해준다"고 전했다.

이제 그는 40년 가까이 살아온 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인생 2막을 열어간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 관장하고 책임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암 환자만 보다 보니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런 무게를 내려놓고 간접적으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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