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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 본격 개막…세제·대출도 달라져야 한다

등록 2020.08.15 10: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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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정책, 전세 지원에 초점…전환 필요

전세 활용한 '주거 사다리' 막혀…대출 제도 개선

시장 급변, 각종 관례도 깨질 듯…분쟁 대비해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임대차 시장의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조선시대 이후 가장 보편적인 임대차 방식이었던 전세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앞으로는 월세가 임대차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이에 그동안 전세에 초점을 맞춰 왔던 정부 정책이나 대출 제도 등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매매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저금리 장기 대출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월세 지원 제도를 확충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세, 목돈 마련 필요 없지만…매월 주거비 지출 '부담'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월세의 장단점은 명확하게 나뉜다.

월세는 전세와 달리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 마련이 필요 없다.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임차보증금의 80% 범위 내에서 최대 대 2억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5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최소 몇 억은 가지고 있어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월세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적다.

대신 이 때문에 정부 정책도 전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 운영을 통해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자금대출 등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맞춤형으로 최소 연 1.2% 저리 전세대출을 운영 중이다.

일부 월세지원 제도도 운영되지만, 주로 청년층을 위해서 운영되고 있다. 만 34세 이하 연소득 2000만원 이하만 이용 가능한 '청년전용 버팀목대출'과 주거급여 수급자부터 취업준비생,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일반인까지 지원되는 '주거안정 월세대출' 등에 국한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주택바우처'(임대료 보조지원)도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중위소득 60% 이하(3인 가구 기준 월 232만원)에 대해 지원한다. 저소득층이 아니면 월세 지원 혜택을 받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월세의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마찬가지로 일부 계층에게만 적용된다.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에 대해 10~12% 공제가 가능하지만, 연간 750만원까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전환 시 체감하는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세액 공제 대상을 확대하거나, 공제율을 높이는 식으로 부담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월세는 전세에 비해 임차인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매달 돈이 나가기 때문에 청년층이나 노년층 등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부담이 크다. 또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가 2기(2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에는 집주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돼 있어 연체 임대료 지원 등의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연체를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이와 함께 미국 일부 주에서는 리모델링 공사나 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하더라도 이주보상비를 지급하게 하고 있어,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전세 사라지면 매매 수요 증가"…주담대도 바뀌어야

전세가 사라지면 대출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에서 전세는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사(私) 금융시장으로서, '갭투자'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한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전세 시장이 위축되면 이 같은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다. 그래서 주택 수요자를 위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통적인 사금융 시장이 쇠퇴하는 만큼 제도권 금융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초장기 저리의 대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대출기간이 30~35년인 데,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월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게 되면 그동안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에 대해서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에는 주택의 파손, 장해 시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면 세입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지도록하고 있다. 다만 전세는 도배, 장판을 세입자가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그동안 통용되던 사소한 것들도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수선 유지 의무와 그 범위 내용을 법률에서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계약서상 특약사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원상복구 의무에 대한 분쟁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숙제다. 법무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임대차분쟁조정위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6502건으로, 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23.4%인 1522건에 불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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