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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계종 총무원장, '나눔의집 국가보조금' 부정수령 의혹

등록 2020.08.15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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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사무총장 원행 스님

나눔의 집 역사관에서 학예사로 근무

정부, 역사관에 학예인력 보조금 지급

원행, 근무일지상 한 달 20일 출근해

"사실은 2~3일 출근…거짓 작성" 의혹

국가보조금은 한달 140만원씩 수령

안내 일 했다는 단체사진에 안 나와

조계종 측 "원행 스님 출근해" 반박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월24일 오전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2020.06.24. dadazon@newsis.com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월24일 오전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2020.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맡고 있는 원행 스님이 과거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역사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할 당시, 조작된 근무일지를 제출해 정부 보조금을 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행 스님은 지난 2003년부터 2018년 9월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기 전까지 나눔의 집 원장으로 일했다. 특히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최소 2년간 나눔의집 역사관의 학예사도 겸임했다.

익명을 원한 취재원 A씨는 1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원행 스님이 역사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할 당시 정부가 '학예인력지원사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했다"면서 "당시 원행 스님은 역사관에 제대로 출근하지 않았는데, 마치 정상 출근해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근무일지를 조작해 국가보조금을 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행 스님이 역사관에서 학예인력(박물관·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해 전시회를 기획·개최하고 작품 관리나 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으로 근무했다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학예인력지원금'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행 스님은 지난 2009년 5월14일부터 나눔의 집에 있는 역사관에서 학예인력으로 근무했다. 당시 원행 스님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엔 역사관 관장이 원행 스님에게 월 140만원을 학예인력 임금으로 지급했다.

당시 역사관은 정부 사업 중 하나인 학예인력지원사업을 통해 해당 임금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신청했다. 학예인력지원사업은 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와 함께 수행하는 사업으로, 사립 박물관이 학예사를 고용하면 월 120만~140만원을 지원한다. 현재는 액수가 올랐다.

한국박물관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9~2010년 나눔의 집 역사관은 협회에 해당 지원금을 신청했고, 협회는 관련 서류를 확인해 실제로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협회에 지원금을 받기 위해 원행 스님과 역사관이 제출한 '근무일지'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 2년동안 원행스님이 국가 보조금을 부정수령했다는 의미다.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월24일 오전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2020.06.24. dadazon@newsis.com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월24일 오전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2020.06.24. [email protected]

2009년 5월부터 2010년 12월께 협회에 제출된 당시 근무일지에서는 원행 스님이 한 달에 20일 가까이 역사관에 출근해 관람객 안내 업무나 소장품 관리 업무, 역사관 청소 업무 등을 수행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원행 스님의 업무에 대해 관장은 'A(우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로 원행 스님이 역사관에 출근한 건 한 달에 2~3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행 스님이 근무일지에 '역사관 안내' 업무를 했다고 기재한 날짜에 나눔의 집에서 찍은 사진에 원행 스님은 발견되지 않았다.

가령 원행 스님은 근무일지에 2009년 '6월11일 원불교여성회 회원 30명, 역사관 방문안내', '7월14일 캐나다 알파 30명 방문 안내', '10월30일 시문회 역사관관람안내', '12월30일 태평양보상추진협의회 역사관관람안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나눔의 집을 방문했던 이들이 촬영된 단체 사진이나, 현장 사진 어디에도 원행 스님은 없었다. 2010년 근무일지와 사진 자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에서 2010년 당시 나눔의 집에서 근무했다는 직원 B씨는 "이 사진이 찍힌 현장에 있었는데, 원행 스님은 없었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과 역사관 건물이 달라 행사에만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B씨는 "당시에는 사무실이 하나였다. 원행 스님이 오셨다면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009년에서 2010년 박물관협회의 서류 심사도 완벽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부터는 출퇴근 인식기를 사용했지만, 그 이전에는 그런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 원행 스님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원행 스님은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원행 스님이) 역사관에 출근했고, 자료 정리도 했다"면서 "7일 중 7일 내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이 생기는)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예인력지원금이) 정상적인 학예사 급여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원행 스님은 18년 동안 나눔의 집에서 봉사를 하고 일을 했다"면서 "초창기에는 그것을 만들고 준비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시기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객관적인 반박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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