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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대통령 불편하게 해 죄송…뉴질랜드엔 사과 못해"(종합)

등록 2020.08.25 17: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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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통화 의제 조율 과정서 뉴질랜드 측 얘기 없어"

"피해자 진술 신빙성 점검해야…제 식구 감·싸기 아냐"

"의제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된 건 뉴질랜드 책임 커"

"면책특권은 주권국 핵심 권리…포기 요구 수용 못해"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0.08.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0.08.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뉴질랜드간 정상 통화에서 성추행 문제가 거론된 것은 '국제 망신'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정상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으로부터 이 의제를 다룰 것이라는 얘기가 없었다"며 "경위야 어쨌든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달 28일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는 2018년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며, 최근 논란이 확산되자 A씨에게 귀임 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전날 오후 화상 실국장회의에서 "2017년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이 지난 7월28일 한-뉴질랜드 정상통화 시 제기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사과는 못 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였다.
 
이 의원은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 통화에서 (성추행) 얘기가 나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국민에게만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뉴질랜드 국민이나 피해자에 대해 사과할 일"이라며 "대통령이 정상 통화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거듭 강 장관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정상 차원에서 문제된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상황이고, 피해자가 지금까지 한 얘기들이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데 다 사실인지 아닌지, 신빙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며 "직원에 대해서 외교부 차원에서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강 장관은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처리해 왔지만 뉴질랜드 뉴질랜드 언론과 정상 차원에서 문제가 나오면서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이 안 됐고, 양국 간 외교적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 문제를 처리하면서 우리의 국격과 주권을 지키면서 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국에 대해서 사과하는 부분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께 사과하는 것은 분명히 국민을 불편하게 해서 사과하는 것이고, 나라 간의 관계에서 상대국에 사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된 데 대해서는 뉴질랜드의 책임이 크다.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것은 국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8.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8.25. [email protected]

강 장관은 최근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이첩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강 장관은 "결론적으로 초동부터 정상 통화까지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는 결론이었다"며 "꼼꼼히 짚어보고, 절차상, 지침의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지금의 지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행자들의 소홀함이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서 해당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 포기를 요청한 데 대해선 "면책 특권 포기는 이 상황에서 맞지 않는 요구"라며 "해당 외교관은 면책 특권을 요구할 때는 다른 나라에 가 있었고 뉴질랜드가 요구하는 면책 특권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뉴질랜드 측에서) 공관과 직원에 대한 조사를 위해 면책 특권, 공관의 불가침성을 포기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공관이 누리는 불가침, 면책 특권은 주권 국가가 갖고 있는 핵심 권리다. 면책특권 포기는 엄중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허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조사에 응하거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대안적 조사 방법을 뉴질랜드 측에 제의했지만 뉴질랜드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과거보다 (성비위 사건이) 많이 터져나오는 것은 본부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후속 조치를 하기 때문"이라며 "더욱 더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면서 적극적으로 기강을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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