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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독일서 온 작곡가 조은화 "베토벤은 거울같은 존재"

등록 2020.08.27 16: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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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아이슬러 음대 교수

2018년 베토벤 오마주 작품 편곡 버전 공연

30일 롯데콘서트홀 음악축제 피날레 장식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교수로 재직 중인 작곡가 조은화 교수가 코로나19 시국에 위험함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한국땅을 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가 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는 이 시점에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가 있다.

오는 30일 오후 2시 롯데콘서트홀 개관 4주년 기념으로 펼치는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0'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서다.

이번 공연에서 조은화 교수는 자신의 2018년 작품, 베토벤 오마주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를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 버전으로 선보인다. 당초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대편성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규모를 줄여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

조 교수는 2009년부터 베토벤 오마주로 '차이의 향유' 연작을 작곡하고 있는데, 첼로 콘체르토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는 유일하게 제목을 붙인 작품이다. 2018년 독일문화원 50주년 기념 음악회 당시 위촉받아 초연했던 곡이다. 초연 때에 이어 이번에도 축제의 예술감독인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연주를 이끈다.

최근 만난 조 교수는 올해 축제의 마지막 곡으로 '베토벤 오마주'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베토벤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 아주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업병이 있는데 음악을 들을 때 습관적으로 악보를 생각하며 들어요. 어느 날 우연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들으며 다른 날과 같이 악보를 상상하며 듣다가(이후에)막상 악보를 확인해 보니 전혀 다른 악보인 것을 알게 됐죠. 그로부터 의문을 품고 시작된 작품이에요."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email protected]


첼로 콘체르토를 오케스트라 대편성으로 바꾸며 그가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공연 공간이 주는 '일회성'의 맛을 살리는 일이었다. 편곡 작업 당시 그는 '유튜브를 통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관객이 앞으로 유튜브만으로 공연을 만족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문득 이 곡의 초연 당시를 떠올렸다.

"이 곡을 초연했던 2018년 당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지인들이 '선생님(작품이)쓰나미 같아요'라는 평을 제게 했었죠. 그 말을 듣고 '쓰나미?'라고 흘려 들었던 것이 생각나면서, 듣는 사람들에게 내가 의도하지 않은 또 다른 공간이 주는 의미가 또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번 공연을 위한 버전은 '공간에서 주는 울림'에 포커스를 뒀어요.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거리를 두고 앉아 연주하면 소리가 돌고 돌아 마치 휘몰아치는 것처럼 홀 안에서 함께 채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죠."

현재의 관심사 역시 이번 곡의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소리가 공간에서 어떻게 흐르는가'가 현재의 최대 관심사라고 짚었다.

조 교수는 "아예 컨셉으로 잡아서 깊이 있게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아주 감사하게도 베토벤 후기에 주로 사용됐던 함머플뤼겔(피아노의 전신·함머 클라이버)을 위한 작품을 위촉받았는데, 그 시대 옛날 악기를 지금 연주하게 되면 어떤 악기로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고음악(바로크 음악 이전의 음악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0.08.27 [email protected]


국악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전통 음악은 매우 훌륭하고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돼 기회가 되는 대로(한국 전통)악기를 배우고 작품을 쓰고 있어요. 나에게 편한 언어는 서양악기를 가지고 쓰는 곡이겠지만, 앞으로 10년, 20년 작업해 나가야 하는 작품은 국악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번 자가격리 기간을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한국의 생활소음이 독일 등 타국에 비해 꽤 큰 편이라 귀가 쉽게 피로해져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생활소음을 들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위해 도시에 방문할 때마다 높은 곳에 올라 그 도시만의 소리를 들어보곤 한다. 남산에 올라가보면 '우~'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향이 부산이다. 부산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번 격리 때는 특히 오토바이 소리나, 빠르게 지나가는 차 소리, 그리고 어떤 가게에서 나는 소리들이 많이 들렸다. 거슬린다기 보다는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은화 교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외에도 2008년 부조니 작곡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대한민국 작곡대상을 받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작곡가다.

그는 앞으로 베토벤 오마주 연작으로 3~4개의 작품을 더 작곡할 예정이다.

그에게 베토벤의 의미를 묻자, "나에게 베토벤이 가지는 의미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은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베토벤 음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등 베토벤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용이한 작곡가"라며 "그는 항상 새로움을 주고, 해를 거듭할 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이번 격리 기간 동안 '역주행'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베토벤은 나에게 매년 역주행과 같다"고 답했다.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2020'은 오는 30일 연주로 2주간의 막을 내린다.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공연이 취소된 만큼 피날레 연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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