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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 자랑, 백제 혼 담긴 '계유명천불비상'

등록 2020.09.03 15: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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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1천개 새긴 ‘위엄’ 압도... 김정섭 시장 “예술성 등 뛰어나”

[공주=뉴시스]국보 108호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

[공주=뉴시스]국보 108호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

[공주=뉴시스]송승화 기자 =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중인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이하 불비상). 국보 108호인 이 삼존불은 양력 8월31일부터 9월 5일까지의 시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재다. 1360년전인 서기 660년 이 때에 부여 사비성이 무너지고 백제사가 작별을 고한 뒤 고토 수복을 염원하는 유민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백제와 삼존불의 의미를 짚어본다.

서기 660년 8월31일(음력 7월13일) 김유신과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 연합군이 부여 사비성에 들이닥쳤다.

궁녀 3천이 낙화암에서 몸을 던졌고, 비운의 의자왕은 태자와 함께 공주 웅진성으로 피신했다. 며칠후 웅진성 마저 연합군의 수중에 떨어졌고 의자왕은 항복한다.

백제 700년의 융성했던 역사가 허망하게 막을 내린 1360년 전 9월5일(음력 7월18일)의 기록이다.

세월이 흘러 1960년 어느날, 연기군 조치원(현 세종시) 인근 서광암에 모셔져 있던 불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이하 불비상). 은둔하던 국보 108호의 위엄이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불비상은 백제 패망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흑치상지와 복신·도침·부여풍 등을 중심으로 유민들은 백제 부흥 운동을 계속한다. 예산의 임존성과 전북 부안의 주류성이 주요 거점이었다. 그러나 주류성도 무너지며 저항은 끝내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 유민들이 망국의 한과 설움을 달래며 고토 회복의 갈망을 담아 불비상을 만들었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국립 공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불비상에는 ‘계유(673·신라 문무왕 13년)년 4월 15일에 미차내 지역의 진모 씨를 비롯한 250인이 국왕대신 칠세부모 법계중생(國王大臣 七歲父母 法界衆生)을 위해 예를 갖춰 만들었다’는 명문이 기록돼 있다.

'칠세부모'는 상하 직계 7세대를 아우르는 불교 용어인데, 국왕 신하 등 조정백관은 물론 과거와 미래의 모든 백성들이 백제를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로 보인다.

계유 무인 기축 등의 시기가 통일신라시대 초인 673년과 689년 사이라는 점이 ‘백제 유민의 작품’ 임을 뒷받침 한다.
[공주=뉴시스]김정섭 공주시장(오른쪽)이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국보 제108호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을 관람하고 있다.

[공주=뉴시스]김정섭 공주시장(오른쪽)이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국보 제108호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을 관람하고 있다.

총 높이 91㎝, 몸높이 71㎝, 폭 47.5㎝, 본존 높이 38.5㎝ 크기다. 이름 천불비(千佛碑)처럼 작은 불상이 920여개 새겨져 국보의 위엄을 더한다.

불비상을 둘러 본 김정섭 공주시장은 “천불비상의 불상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백제유민의 망국의 한과 조상들의 극락왕생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불비상은 전면의 아랫부분에 삼존상(三尊像) 및 제작 관련 명문(銘文)이 있고, 그 외 부분은 작은 불상들이 조각된 특이한 양식으로 백제의 높은 예술성이 반영된 것 같아 자랑스럽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불비상은 둥근 연꽃무늬 받침 위로 긴 네모꼴의 몸체가 이어지고, 몸체 아랫부분 중앙에 삼존불이 도드라지게 조각 돼 있다. 삼존불의 머리 뒤로 각각 연꽃무늬가 장식된 둥근 광배가 있고, 가운데 자리한 본존불은 불꽃무늬 광배가 둥근 광배를 감싸는 형태다.

삼존불 양 옆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고 나머지 부분에는 좌불을 빼곡히 배치했다.

최장열 공주박물관 학예실장은 “백제의 불상 양식을 계승하려 한 유민들의 의지가 충실히 반영된 작품”이라며 “백제의 관리 출신들에게 직위를 부여함으로써 신라가 유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모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유명불비상은 청주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 106호 전씨아미타불 1기가 더 있고, 이를 포함한 비상은 국내 총 7기가 전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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