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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 누명 벗은 30대…"여전히 욕 듣는다" 한숨

등록 2020.09.09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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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공범' 황당한 누명 쓴 김도윤씨

확인 결과 사건과 관련 없는 동명이인

디지털교도소, 개인정보 게시 후 삭제

"아직도 욕설 댓글에 시달린다" 호소해

"한국 와 사과한다더니 현재 연락두절"

"고대생 사망, 어떤 이엔 정말 큰 상처"

[서울=뉴시스] 성범죄자 등 흉악범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실수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해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도윤(30)씨가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씨가 사실이 아니라며 항의하자 디지털교도소는 그의 개인정보를 삭제했다. 2020.09.09. (사진 = 김도윤씨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시스] 성범죄자 등 흉악범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실수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해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도윤(30)씨가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씨가 사실이 아니라며 항의하자 디지털교도소는 그의 개인정보를 삭제했다. 2020.09.09. (사진 = 김도윤씨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디지털교도소의 실수로 개인정보가 공개됐다가 지워진 게 한 달 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욕설 댓글에 시달리고 있어요. 성범죄자로 의심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충격인데, 이런 댓글들이 계속 달리는 것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성범죄자 등 흉악범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실수로 성범죄자로 지목된 김도윤(30)씨는 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처럼 호소했다. 정작 사이트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정보를 내린 지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자신을 성범죄자로 보는 댓글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초 격투기 선수 출신인 김씨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이라며 그의 개인정보와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 등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씨는 공범은커녕 사건과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다. 디지털교도소는 김씨가 해당 사건의 공범이라는 제보를 받고 그의 개인정보를 게시한 것인데, 사실 김씨는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이에 김씨가 디지털교도소 측에 "왜 내 정보가 올라가 있느냐. 내리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따지자, 디지털교도소는 그의 신상정보를 사이트에서 내리고 "운영진의 제보 검증 단계에서 확실한 확인 없이 업로드가 됐다"고 공지했다.

디지털교도소가 김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로 인해 그가 겪고 있는 피해는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에는 아직까지 "인간적으로 미성년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분이 성범죄자 맞나요? 어디에선 맞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인 척 한다는데 누가 정확히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동명이인으로 드러났고 허위사실로 밝혀진 게 언제인데 아직도 욕을 하느냐", "허위사실 유포하는 사람들은 다 고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교도소'가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이름만 같은 일반인을 성폭행범으로 지목하고 신상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교도소 측은 당사자가 "왜 허위 사실을 올리느냐"고 따지자, 이후 신상정보를 사이트에서 내렸다. 2020.07.30. (사진 = 디지털교도소 갈무리)

[서울=뉴시스] 2020.07.30. (사진 = 디지털교도소 갈무리)

김씨는 "디지털교도소에 개인정보가 올라간 이후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던 사람들한테도 전화가 왔다"며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줬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저 같은 경우 다행히 연고지가 밀양과 완전히 다른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오해를 풀기가 쉬웠던 것 같다"며 "부모님도 처음에는 당황하셨지만, 제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믿어주셨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가 공개된 이후 김씨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굳이 안 겪어도 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이같은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디지털교도소는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라고 한다.

김씨는 "7월에 관련 기사<뉴시스 2020년 7월30일자 '결국 사고친 디지털교도소..엉뚱한 사람 신상공개했다' 참조>가 나간 이후 디지털교도소 측에서 '한국에 오면 연락을 하고 사과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메일로도 연락을 해봤는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고, 연락도 없으니까 아직까지 억울한 마음이 크다"며 "한국에 오면 직접 찾아오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두절된 것이 화가 나 다시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리고 문제 제기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김씨는 "디지털교도소로 인해 죄 없는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지만 고려대 재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만 봐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큰 상처가 됐다는 뜻 아니냐"며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디지털교도소 같은 사이트는 꼭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흉악범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의 접속이 8일 오후 3시께부터 차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교도소는 개설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범죄 혐의가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연이어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2020.09.08. (사진 =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갈무리)

[서울=뉴시스] 흉악범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의 접속이 8일 오후 3시께부터 차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교도소는 개설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범죄 혐의가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연이어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2020.09.08. (사진 =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갈무리)

디지털교도소는 고려대 재학생 A(21)씨가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며 그의 개인정보를 사이트에 게시했지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 능욕'이란 지인의 사진과 신상정보 등을 올리고 음란한 문구를 덧붙이거나 합성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교도소가 성착취 텔레그램 채팅방인 'n번방'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했던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관련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 교수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최근 "디지털교도소에 공개됐던 텔래그램 채팅을 한 인물은 채 교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디지털교도소 측은 지난 8일 오후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운영자의 행방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수사와 관련한 국제 공조를 요청, 경찰청은 이를 현지 인터폴에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수사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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