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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새로운 날 올거야" 고양이들의 위로…뮤지컬 '캣츠'

등록 2020.09.10 18: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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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내한공연 9일 개막…11월8일까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고양이들의 군무.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고양이들의 군무.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밤하늘 달빛을 바라봐요. 아름다운 추억에 마음을 열어요. 그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날 올 거야."

9일 오후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 공연은 따뜻한 위로의 무대로 전달됐다.

코로나 시대여서일까. 과거를 추억하며 하루 빨리 '새로운 날'이 오기를 바라는 고양이의 마음이 이전과 달리 들렸다. 제마이마(홀리 윌록)의 '새로운 날 올 거야'라는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게 객석에 꽂혔다. 

뮤지컬 '캣츠'는 1년에 한번 열리는 고양이 축제 '젤리크 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새로 태어날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한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의 몸짓이 압권이다.

무대도 현란한다. 고양이 몸집 만한 신발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대형 폐타이어가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을 영상 하나 없이 구현한다. 배경을 뒤덮은 각종 쓰레기들은 고양이 눈으로 바라본 크기에 맞춰 실제보다 여러 배 부풀려 제작됐는데, 그건 객석에서 바라봐야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그리자벨라(조아나 암필)의 '메모리'.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그리자벨라(조아나 암필)의 '메모리'.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멜로디를 붙인 이 명작은 봐도 봐도 새롭다.

시대에 상관없이 언제나 감정 이입이 가능한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갊에 따라 여러 번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그 때마다 마음에 드는 고양이가 달라진다"며 환호한다.

어릴 때는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 마냥 좋고 그보다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해지는 청년 시절에는 섹시한 몸매와 몸짓의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가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사회 초년생 때는 다른 고양이를 챙겨주는 리더인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이 눈에 들어 온다. 사회 생활이 녹록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중년들은 '메모리'의 주인공 그리자벨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마스크. 2020.09.09.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마스크. 2020.09.09.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너미'가 새로운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를 '올해의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한 순간이 그래서 더 뭉클하다.

이번에는 극장 고양이 '거스'가 눈이 아닌 마음을 파고 들었다. 중풍으로 앞발을 덜덜 떨고 털도 푸석해졌만, 술 한잔만 권하면 그로부터 젊은시절에 기립박수를 받았던 무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극장에 대한 애틋함이 더해지는 에피소드다.

 '메이크업 마스크'도 눈길을 끈다.극 흐름상 불가피하게 객석을 통과해야 하는 몇 장면에서, 향균 마스크 위에 고양이 분장을 덧댄 것이다. 언뜻 보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몰입감을 높이면서도 안전성을 꾀했다.

객석 뒤편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빠르게 무대로 질주하는 오프닝 장면과 고양이의 안내에 따라 객석 뒤편에서 등장해 젤리클 축제의 무대에 오르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 장면에 적용된다.

듀터러노미가 무대에 오른 뒤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재빨리 다른 고양이에게 건네는 장면을 낚아채는 것도 이번 시즌 관극의 또 다른 재미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럼 텀 터거와 고양이들.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중 럼 텀 터거와 고양이들. 2020.09.1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1986년부터 오리지널 협력연출과 안무를 맡은 고(故) 질리언 린과 함께 세계 '캣츠' 무대를 연출해온 협력연출 크리시 카트라이트는 "'캣츠'는 태어날 때부터 즉흥성을 품고 있는 작품으로, 매 공연마다 변화를 주면서 노력해왔고, 그 신선함이 우리를 매료시키며 40년 가까이 공연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캣츠는 '반려묘 시대'에 고양이에 대한 존중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 위 고양이들은 고양이를 다루기 까다롭지만 그를 매너 있게 존중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삶은 흘러가고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고전은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캣츠'는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객석 1열을 판매하지 않는다. 좌석 거리두기 예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공연장의 정기적 방역, 공연장과 객석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진표 작성, 입장 시 체온 모니터링 등의 예방 수칙을 진행한다. 11월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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