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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산에 들어간 이유가 있었다…'그래서 산에 산다'

등록 2020.09.16 16: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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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래서 산에 산다'. (사진 = 시루 제공) 2020.09.1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그래서 산에 산다'. (사진 = 시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 시대가, 이 사회가, 현재 발전한 모든 문명을 내버려두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농사를 짓기 위한 것이 아닌 자연에서 나는 그대로, 불편케 하는 벌레를 잡기보단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스무해 동안 산에서 살고 있는 최성현씨는 바로 이런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최근 펴낸 '그래서 산에 산다'를 통해 스스로  '바보 이반의 삶'이라 부르는 삶의 방식을 공유한다. 또 그러면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보 이반의 나라를 꿈꾼다.

저자는 스물여덟이 되던 해에 모든 것을 비우고 산으로 갔다. 책 한 권이 계기였다. 일본의 자연농법 사상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다. 저자는 깊이 공감했고 주저 없이 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의 산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세상 어떤 부자보다도 풍족하고 자유롭다고 한다. 세상 속에서 얽히고 설키면서가 아니라 흐르는 개울물을 보면서, 달래를 캐면서,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삶에 관한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쁨이 있고 그것들이 다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도 한다.

저자의 경작 방식은 땅을 갈지 않는다. 풀도 뽑아야 할 잡초가 아니고 벌레도 없애야 할 해충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짓는 농사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단잠을 방해하는 쌀바구미, 온 집을 뒤져 가며 먹을 것을 찾아내는 집쥐, 아침저녁으로 수십 차례 피를 빠는 쇠파리, 입가에 묻은 과일즙을 핥는 땅벌, 감자밭을 망쳐 놓는 멧돼지도 모든 생물과 있는 그대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이야기들은 도시에서는 깨닫기 힘든, 그렇지만 단순하고 명료한 그만의 삶의 철학을 전한다.

책은 2006년 출간됐던 저자의 책 '산에서 살다'의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 몇 편의 글은 덜어내고, 훨씬 많은 새 글로 채웠다. 저자가 직접 지은 시 열세 편과 하이쿠 열다섯 수도 더해졌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생긴 요즘, 책을 통해 자연 속에 머무는 듯 한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336쪽, 시루, 1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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