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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경찰 불만 다독인 文…검찰 개혁 제도화에 의미

등록 2020.09.21 17: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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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수사권 조정, 매우 어려워…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이제 법제화만…권력기관 개혁 제도화 빨리 첫발 떼길"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속담 인용…제도화 속도전 강조

김인회 교수 칼럼 "文정부 검찰개혁 노력 물거품 걱정"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9.2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9.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관련해 언급하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옛 속담을 꺼낸 것은 경찰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사권·기소권 분리 원칙의 훼손에 대한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경 모두의 이해 관계를 만족시키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눈앞에 두고 있는 검찰 개혁의 제도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수사체계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70년 이상 된 제도를 바꾸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고, 관련기관이 방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격언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우리가 떼는 첫걸음이 신뢰를 키운다면 우리는 더욱 발걸음 재촉할 수 있다"며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힘있게 추진해나가자"고 독려했다.

검경 양측에서 2021년 1월 시행 예정으로 입법 예고된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을 둘러싼 반발이 표면화 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당초 정부의 검찰 개혁안보다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시행령 수정 촉구 릴레이 시위, 수갑 반납 퍼포먼스로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권한 가운데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분산과 견제 기능을 갖추겠다는 게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주요 취지다. 하지만 24일 차관회의 심의를 거쳐 추석 전 국무회의 의결 수순을 밟고 있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 안에는 검찰이 합법적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들이 살아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9.2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9.21.  [email protected]

2011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공동저자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 신문 기고 글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 내용에 깊은 우려의 뜻을 밝혔다.

김 교수는 기고글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대통령령 제정은 매우 중요하다. 원칙을 디테일로 구체화하기 때문"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도 있다. 이들 조항 때문에 그동안의 검찰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썼다.

시행령 속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법률보다 확대돼 있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와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검찰이 재수사 요청 형태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개입할 수 있고, 시행령 마련을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단독으로 주관하도록 한 것은 검찰과 경찰의 '힘의 균형'이라는 수사권 조정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권력기관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부터 일선 현장에서 땀흘리는 담당자까지 자기 본분에만 충실할 수 있게 하는 게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한 것은 디테일을 강조한 김 교수의 지적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각 권력기관이 추진해온 그동안의 노력과 향후 추진 방향성을 비교적 고르게 언급한 것도 '기계적 균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라는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다소 부족한 점은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을 수 있단 것이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9.2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9.21.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합심해 인권보장 규정을 마련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며 "앞으로 국가수사 총역량을 감소시키지 않고 유지해 나가면서 인권친화적 수사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검찰 개혁의 향후 방향성을 언급했다.

경찰을 향해서 문 대통령은 "경찰은 자치경찰제의 시행에 발맞춰 분권의 가치에 입각한 치안시스템도 안착시켜야 한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를 명확히 나누어 지휘감독체계를 정립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관계기관, 시도 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각각 나누어 설립될 자치경찰의 사무지휘권을 국가경찰로 일원화하는 방안으로 궤도 수정한 자치경찰제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수사권·기소권 분리 원칙의 훼손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검찰 개혁의 제도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데에는 참여정부에서 시도한 검찰개혁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권 후반기를 지나고 있는 시점을 감안할 때 완벽을 기하려다 보면 자칫 검찰의 권한 분산을 제도화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더 미루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시행안의 국회 통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2차 전략회의 성사 시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 한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왼쪽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2020.09.2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왼쪽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2020.09.21.  [email protected]

김인회 교수는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참여정부 당시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정치권과 검찰간의 결탁이 공고화 된 배경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 사법 개혁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함께 이뤄지면서 검찰청법 개정외에 형사소송법 개정 등의 노력들이 병행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성찰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검찰의 제도적 중립의 보장과 현실의 미정착 모순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함께 검찰 권한의 민주적 통제시스템과 함께 마련됐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참여정부는 정치적 중립을 우선시 했고, 검찰 권한의 분산, 견제와 감시를 위한 개혁 과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이 "수사권 개혁은 당정청의 노력으로 속도가 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무리를 잘해 주시기 바란다"고 속도전을 강조한 것도 제도 자체의 완벽성보다는 우선 제도화 자체의 실현에 의미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전환 뒤 "그동안 권력기관 스스로 개혁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법제화만 남았다.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며 "권력기관 개혁 제도화가 빨리 첫 발을 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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