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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질 직업에 왜 국민 목매게 하나" 부동산 중개업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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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3 11:57:47  |  수정 2020-09-23 15:15:22
한국형 뉴딜 '지능형 정부 전환' 과제, 업계 반발 직면
업계 "시장 상황 모르는 탁상행정…소비자 피해 야기"
중개사 시험, 올해 약 30만 응시…생존권 위기 내몰려
협회 "생존 위협 극에 달해…1인 시위 등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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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용현 협회장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 생존권 말살정책, ‘반드시 저지하겠습니다'를 구호로 1인 릴레이 시위를 전개한다고 23일 밝혔다. 협회는 이날부터 전국 지역별 릴레이 시위 및 민주당사앞 집회(10인 이하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 = 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내년에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에 대한 부동산 중개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거래 시스템이 "정부가 뽑은 국가자격사인 공인중개사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실거래 조사 권한 강화 등 규제와 거래량 감소에 따른 일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스템 도입은 100만 명에 달하는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 문제로 보고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2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박용현 협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또 전국 지역별 릴레이 시위 및 민주당사 앞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는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된 한국판 뉴딜 정책의 10대 대표 과제 중 '지능형 정부 전환'에 과제로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에 연구용역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원스톱 비대면 거래로 바꾸는 한편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기술) 등으로 통해 실제 각 세대를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개발 운영 중인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부동산 중개 시장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광받고 있는 비대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연구용역을 거쳐 실제로 이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그동안 전통적으로 공인중개사가 맡아온 업무들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개 업계는 정부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추진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한다.

박 회장은 "부동산거래 사기방지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정에 밝은 개업공인중개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라면서 "'중개인 없는 거래' 운운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며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180억원을 들여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아직 현장에서 활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매매와 전월세를 포함한 전체 부동산 거래 361만7116건 중 전자계약시스템 이용 건수는 1.8%(6만6148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계약 등 공공기관 이용을 제외한 민간 이용 건수는 6953건으로, 0.2%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 개발에만 골몰한 결과라는 게 중개 업계의 주장이다.

중개 업계로서는 생존권 위협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부의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등 정부의 부동산 산업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이날 오전 현재 6만여 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지난 21일 게시된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대통령님 전상서'는 "국가가 나서서 밥그릇을 걷어차지 않아도 사회구조적인 변화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저절로 사라지는 직종들이 해마다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뉴딜 일자리 창출 사업에 맞춰 100만 중개가족 실업문제를 먼저 해결해 달라"고 밝혔다.

특히 공인중개사 시장 과포화 상태에서 정부가 개선 노력은 없이, 실거래조사 강화와 온라인 허위매물 처벌 등 규제 일변도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게시자는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29만8227명이 접수했다. 왜 수년 내로 없어버릴 직업에 국민들이 목을 매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개업공인중개사가 약 11만 명에 육박하는 반면, 최근 몇 년간 주택 거래량 급감으로 일감 기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스템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규제보다는 공인중개사 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개사의 업무는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비대면 거래로 인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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