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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 독감백신 운송 신성약품 가이드라인 위반…"백신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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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4 05:00:00
박능후 "과도한 걱정…현실적으로 10분 내외 노출"
"WHO, 25도서 2주간·38도 이상서 하루 안전 판단"
전문가 "백신 유통 과정에서 2~8도 콜드체인 중요"
종이 상자 운반…"가이드라인 위반·백신 변질 가능"
"이번 기회에 다른 백신 유통과정도 일제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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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나성웅 질병관리청 차장. (공동취재사진) 2020.09.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을 담당한 신성약품이 백신을 종이상자에 넣어 유통한 것과 관련, 불과 두 달 전에 보건당국이 마련한 백신 유통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백신을 종이상자에 넣어서 유통시킨 것이나, 백신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짧은 시간 상온에 노출됐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에선 "임상시험에서도 온도 기준이 맞지 않으면 버린다"면서 정부 입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독감 백신 유통 문제뿐 아니라 국가 예방접종사업에서 다루는 백신 유통 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유통상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질병관리청(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제조·수입·도매·의료기관용)'에 따르면 종이상자는 백신 수송용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수송용기 기준은  ▲철제 또는 견고한 플라스틱 상자(가형) ▲가형의 용기 내부에 스티로폼을 비롯한 기타 단열재 장치를 한 것(나형) ▲나형의 용기에 화학냉각제 또는 얼음덩어리를 넣은 것(다형) 등 3가지로 나뉜다.

3가지 수송용기 기준이 1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으로는 ▲가형 5~6시간 ▲나형 10~11시간 ▲다형 20~24시간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문제의 백신을 생산한 신성약품은 해당 수송용기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종이상자에 백신을 넣어서 운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불과 두 달 여 만에 운반 현장에서 위반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23일 자료를 내고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 제6조(수송)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백신) 수송은 '수송용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냉장 차량으로 직접 수송하는 경우에는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별도 용기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종이상자에 넣어 운반한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백신 온도가 상온으로 올라가면 변색되는데, 이를 오염됐다고 보고 폐기한다"며 "냉장 차량으로 수송했다 하더라도 종이상자에 넣어서 백신을 운반했다면 종이상자 자체의 보냉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신이 변질되기 쉬운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질병청은 지난 22일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신성약품이 담당한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접하고 접종 중단 방침을 밝혔다. 중단 물량은 500만여 도즈(500만여명분)에 이른다.

다음날인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질병청에 백신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백신 품질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당시 전체회의에서 "실태를 파악해 보면 우리가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냉동차를 벗어나 운송된 시간은 1시간, 현실적으로는 10분 내외"라고 말했다.

이어 "실태를 파악해 보면 조금 우리가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가 쓰고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상온 노출과 관련해 섭씨 25도에서는 2주간, 38도 이상에서는 하루 정도가 안전한 기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 발언 이후 질병청도 WHO가 2012년 발표한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와 관련해 설명자료를 냈다. "인플루엔자 사(死)백신은 25도에서 2~4주, 37도에서 24시간 안전하다"는 내용이 해당 자료에 언급돼 있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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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서 관계자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잠정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만 13~18살(중고생)대상 백신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됐다'며 '품질 검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무료접종 대상자의 예방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고 밝혔다. 2020.09.22.jtk@newsis.com
그러나 김우주 교수는 그간 상온에 잠깐이라도 노출된 백신을 쓰지 않고 폐기해 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백신을 임상시험 때도 많이 사용하지만, 온도기록장치에 기록된 온도 허용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기록된 백신은 버린다"며 "백신이 공장에서 출하해서 의료기관에서 접종할 때까지 배송, 유통, 이동 시 2도에서 8도 사이의 콜드체인(저온유통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백신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백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개입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백신 운반·관리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년 홍역, 볼거리, 수두 등 전염병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유행은 여전히 이어져 왔던 만큼 이번 인플루엔자 운반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가 다른 백신 운반 과정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가 필수 예방접종 질병인 홍역의 유행이 대표적이다. 질병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만3060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홍역은 이후 유행이 줄었다. 그러나 2007년 194명, 2014년 442명, 2019년 194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일부 유행이 이어졌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1년에 20명이 안 됐던 홍역 환자는 지난해에만 194명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홍역의 경우 매년 접종을 해 왔지만, 지난해를 비롯해 시시때때로 유행해 왔고, 20대도 많이 걸리고 있다"며 "효능이 있다고 인증된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사고가 인플루엔자 백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백신 유통 과정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해볼 여지는 있다"며 "백신 유통 과정을 일제 점검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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