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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철 다가오는데…호흡기전담클리닉 개소 '난항'

등록 2020.10.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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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클리닉, 지역의사회 협조가 관건

의료기관형 클리닉도 지원 의료기관 적어

적정 보상 문제에 정부 "정액 수당 지급"

독감철 다가오는데…호흡기전담클리닉 개소 '난항'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대비하기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 1000개소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의료인력 수급, 적정 보상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을, 겨울철 트윈데믹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자 독감 무료 예방접종 확대와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독감 예방접종은 백신 운송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호흡기전담클리닉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가을, 겨울철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호흡 환자들의 1차 진료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건소 등에 설치되는 개방형 클리닉과 의료기관형 클리닉으로 나뉜다. 정부는 연내 500개소, 내년 500개소 등 총 1000개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개방형클리닉은 의사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보조 인력과 관련해서도 이미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업무로 보건소 등의 업무에 과부화과 걸려 지원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의료기관형 클리닉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개방형클리닉, 지역의사회 협조가 관건

개방형클리닉은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 공공시설 등에 설치를 하고 민간의사 등이 순번제로 진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병원 등에 소속돼 일하고 있는 의사들을 개방형클리닉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개방형클리닉에 지원하는 의사들에 대한 적정 보상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질병관리청 전신)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계간의료정책포럼에서 "각 지자체가 속한 보건소에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고 지자체장의 책임 하에 운영하는 것은 정부 소관이므로 일단 설치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실제 운영 실무에 들어가면 클리닉을 주도할 의사 인력 지원은 해당 지역 의사단체의 지원 없이는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설립과 운영을 시군구 지자체장의 책임 하에 두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226개 시군구의 방역수준에 격차가 매우 크다. 환자 관리에 허점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지자체를 감독하는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있어야 효율적으로 전국적인 호흡기감염질환의 발생과 치료에 대한 조절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 회장(부산남구 보건소장)도 "개방형클리닉의 지원인력과 관련해 최소 2명이상 4명 정도까지 보조 인력이 필요한데 지침 상 보건소나 지자체가 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그러나 현재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어 개방형클리닉 보조업무까지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도 밝혔다.

◇의료기관형 클리닉도 지원 의료기관 적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병·의원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의 경우에도 지원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이 적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면 시설·장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개소당 1억 원 가량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성격을 바꿔야하고, 기존 환자군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지원금만 생각하고 의료기관 클리닉에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 의료 인력과 관련해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을 위해서는 의사 1명이상 간호 인력 1명 이상과 기타 보조 인력이 구비조건인데 일단 조건을 충족하고 개원을 하더라도 과다한 숫자의 호흡기 환자가 발생해 내원하게 되는 경우 의사와 간호사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의료기관형 클리닉의 성사가 불투명 하므로 감기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 개방형클리닉은 진료 마비 사태가 초래될 것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호흡기 감염 질환이 현저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번 겨울이 지나기라는 보장은 없다"며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관형 호흡기전담 클리닉에 이견이 커서 현재로서는 설립이 난망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목 회장 역시 "의료기관형 클리닉도 지금까지는 부산만 해도 참여의사를 보이는 병원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병원급이 없는 지역도 있어 중앙정부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적정 보상 문제 불거지자 정부 "정액 수당 지급"

정부는 당초 개방형클리닉에 지원하는 의사에게 해당 의사가 소속한 의료기관에 환자가 내원한 것으로 간주해 수가를 청구하도록 계획했다. 그러나 수가 개념으로 갈 경우 진료량에 따라 보상수준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이어져왔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계간의료정책포럼에서 "개방형클리닉에서 근무하게 될 대부분의 의사들은 본인의 소속 근무처 업무 외에 추가로 근무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며 "참여 의사는 감염에 따른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진료업무를 하는 것이니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위험수당 개념)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민간의사를 모집할 때에는 정액 수당과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공중보건의사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책정된 수당이 없어 기관의 부담이 적다"며 "실제로 적극적인 민간 의사의 모집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저 의사를 구했다는 시늉만 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동원하고자 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인력과 동등한 수준의 수당 설정은 아닐지라도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적절한 수당 설정을 통해 행정기관이 민간 인력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적정 보상 문제가 불거지자 개방형클리닉에 참여하는 민간 의사에 대한 보상을 정액 수당 형태로 변경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당 50만원의 정액수당을 지급하기로 했고 10월1일부터 시행한다"며 "시급으로도 지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호흡기전담클리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날씨가 더 추워지기 이전에 설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늦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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