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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역대 최고치에 자본확충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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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7 06:00:00
기은, 올해 유증만 4차례…정부 지분 63%로 껑충
시중은행 후순위채 발행 잇따라…자본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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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중인 8일 서울 명동의 한 건물 가게가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2020.09.08.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고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올해 5000여곳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금융권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각자 충당금 쌓기 등에 돌입하며 혹시 모를 부실 위험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한계기업은 3475곳으로 전년대비 239곳(7.4%) 늘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3년 연속 번 돈으로 이자를 못내는 상황이란 얘기다. 외부감사 기업 2만3494곳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외감기업 7곳 중 1곳이 좀비기업인 셈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한계기업은 5033곳으로 급증하고, 전체 외감기업 대비 비중도 21.4%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며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한계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비중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계기업 여신은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 외감기업 여신(768조1000억원)의 15%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비중은 '업종별 매출액이 평균 10.5%, 코로나 취약업종은 평균 29.5% 감소한다'는 매출충격 시나리오 하에서 22.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의 부도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은 지난 2018년 12월 3.1%에서 올 6월중 평균 4.1%로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한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빠르게 집행한다는 방침이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앞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말까지 연장한데 이어,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1·2차 중복 대출도 허용키로 했다 .지난 18일 기준 금융권 전체 대출·보증 지원 실적은 203만4000건(204조8000억원)으로, 이중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 여행·레저업 등에 지원된 금액은 전체의 34%(69조7000억원)로 높은 수준이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의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 규모도 크게 늘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적자·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자본잠식 등에서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기업 중 보증을 받은 '좀비기업'은 2016년 4829개에서 올해 5901개로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조1511억원(2.7%)에서 1조8660억원(3.7%)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3년 연속 적자기업에 대한 올해 1~7월 지원금액은 1조26억원으로, 2016년 3751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은 4453억원, 44.4% 수준이다.

금융권과 한은 등은 무엇보다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가 국내은행 건전성 지표를 왜곡하는 등 사전 부실위험을 가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만기도래 여신의 상환이 정책적으로 지연되고 원금과 이자상환이 유예되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 2분기 기준 은행 대출의 연체율은 0.33%로 지난해 말(0.36%)에 비해 낮아졌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같은 기간 0.77%에서 0.71%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감춰진 부실이 뒤늦게 무더기로 드러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도 다달이 원금과 이자를 갚기 힘들어하는 곳이 추후 1년에 걸쳐 쌓인 원리금을 한꺼번에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은행들이 각자 선제적으로 늘리고 있는 충당금 적립 규모가 금융사들의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일단 유예된 상태라 지표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자상환이 유예되면서 부실 징후를 사전에 제대로 걸러내기 힘들단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 부실여신 확대로 인한 손실 확대 등에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과 이들 여신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여신에 대한 위험관리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면서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올 들어 정부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4번이나 단행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3월과 4월, 6월 각각 1000억~4000억원로 실시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도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말 기준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기은의 지분율이 지난해 말 53.2%에서 63.5%로 급증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후순위채권 중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보통 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4일 정정공시를 통해 5억달러(6007억원) 규모의 외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오는 4분기 중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국민은행은 당초 올 2분기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에 따른 해외채권 시장 여건 악화를 감안해 발행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4000억원, 4500억원에 이어 8월에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국민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BIS총자본비율은 지난해 말에 비해 1.47%포인트 하락한 14.38%로 주요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3월 3500억원에 이어 지난달 34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우리은행도 3월과 6월 각각 3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후순위채로 2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당국도 한계기업 지원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방치할 경우, 대규모 도산을 촉발해 경제전체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어, 만기 연장과 같은 정부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자상환 유예를 받는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일시적 자금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상황으로 복귀하면 이자를 되갚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정부도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및 코로나19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 등의 잠재 리스크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기업여신의 상환능력 악화가 금융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동성 및 리스크 대응능력 등을 지속 점검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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