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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감염된 경제, 일용직 노동자들은 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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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7 08:00:00
감염병 국면 지속 일자리 '뚝'…"한 달에 13일 일해"
"월세 걱정에 아들 용돈 10만 원 보내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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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일용직 노동자가 26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동 모 인력대기소에서 일감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2020.09.26.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김민국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6일 오전 5시께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인력대기소. 10여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앉아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따, 오늘은 일이 있다며. 이런 게 어딨는가"

한참을 기다려도 일자리 소식이 없자 한 구직자가 소장에게 큰 소리를 지르며 문 밖을 나섰다. 소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운 좋게 일감을 구한 구직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피던 담배를 급히 끄고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이들도 내일이 되면 다시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일용직을 시작한 지 7개월이 됐다는 서모(40)씨도 이 중 한 명이다. 서씨는 10년 전 자신의 가구 사업이 무너진 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악화하자 공장은 고용 인원을 대폭 축소했고, 그 자리는 젊은이들이 대신했다. 어느덧 중년이 된 서씨의 자리는 없었다.

노부모를 모셔야한다는 생각으로 급히 일용직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용직 구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부모님을 모시고 광주 보다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떠날 예정이다.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력사무소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구모(48)씨는 "내가 겪었던 그 어느해 보다 최악의 고용난"라며 혀를 찼다. 그는 지난 5년 간 광주서 늘어나는 아파트 건설 현장을 바삐 다니며 수입을 올려왔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외부인 채용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이 생계 유지를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 이 마저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용돈을 주지 못하게 된 아버지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박모(52)씨는 하던 사업이 크게 기울며 일용직을 시작했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아내는 곁을 떠났다.

아직 대학생인 아들에게 매달 단돈 10만 원이라도 보내주는 게 아버지의 도리라 생각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박씨는 "당장 내 집의 월세부터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아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오늘도 일을 못하게 될 것 같은데 정말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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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일용직 노동자들이 26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동 모 인력대기소에서 일감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2020.09.26. hyein0342@newsis.com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광주 남구 백운동 모 인력사무소.

인사와 함께 한 중년 남성이 대기실에 들어서자, 이모(61) 소장은 장부에 그의 이름과 배당 장소를 적었다.

동이 트지도 않은 이른 새벽이지만 대기실에는 벌써 10여 명의 사람이 들어찼다. 이들은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평균 13만 원의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건설·철거 공사가 크게 줄어든데다 일반 사업체와 가정집은 감염을 우려, 리모델링 공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대기소 소장 이씨는 "건물이 팔리질 않으니 공사 회전률이 '제로'다. 게다가 사업자들도 감염 예방을 위해 현장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꺼려해 일용직 자리가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15년 째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는 신모(61)씨는 사흘 만에 일터로 향하게 됐다. 그는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며 전남 영암의 건설 현장으로 떠나는 차에 올랐다.

신씨는 지난 5월 이후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 매일 대기소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지만, 한달 중 일 하는 날은 13일 남짓에 불과하다.

신씨는 "코로나19로 일감이 크게 줄어 전문 기술가나 노련한 일꾼이 아니면 일감 경쟁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을 포기하고 일용직 시장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지난 20년 간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해 온 방모(55)씨는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사업을 정리한 뒤 지난 4월부터 일용직을 시작했다.

방씨는 "초반에는 일도 서투른데다 코로나19와 장마까지 겹쳐 1주일에 2~3번은 허탕을 쳤다"며 "요즘같이 일이 가뭄인 때는 몸살 감기도 참으며 일한다"고 말했다.

일감을 구하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삶을 무게를 짊어진 채 인력대기소 문 밖을 나갔다.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은 듯 보였다. 감염의 두려움보다 생계의 다급함이 우선인 이들은 재난의 맨 앞자리에 불려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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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민국 기자 = 지난 26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근로자들이 일자리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2020.09.26. blank95@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blank9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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