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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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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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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올해 들어 부쩍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쇼핑' 카테고리에 새로운 앱이 많이 깔렸다. 대부분 식재료 관련 앱인데, 그 동안 당연하게 오프라인을 찾던 품목들을 취급하는 채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늘회', '인어교주해적단' 같은 수산물 관련 플랫폼이다.

수산시장에나 가야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직접 가서 고를 지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최근 유명 유튜버가 수산시장 중량 눈속임 문제를 폭로했듯, 베테랑이 아니라면 제 값을 주고 구입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늘회와 인어교주해적단은 이 점을 영리하게 건들였다. 시장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소비자들은 '잘 모르고 먹느니, 아는 사람이 큐레이션한 수산물을 먹자', '오프라인에서 어버버 하며 모르는 걸 들키느니,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하자' 마음먹는 게 편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오늘회는 2018년 서비스 시작 이후 2년5개월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21억원이었는데, 올 1~8월에만 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는 누적 13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당근마켓은 맥시멈 라이프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해 준 고마운 앱이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 좁게 느껴졌다. 집에 하루 종일 있자니 공간에 비해 너무 큰 가구, 창고가 돼 버린 방 하나가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당근마켓에 내다 팔았다. 산 값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지만, 누군가에겐 저렴한 가격에 활용도 높은 물건이 되니 환경적인 면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웠다. 당근마켓은 최근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월 평균 24회, 하루 20분 가까이 사용하는 중고마켓이자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됐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이용한 것은 통신판매가 금지된 술을 사는 김에 나간 것이 아니라면 손에 꼽는다. 코로나19는 유통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기존 업체들에겐 지독한 위기다. 위기와 기회는 양면의 동전이란 말이 있던가. 이런 혼란의 시기가 오히려 최근 각광받는 모바일 채널같이 준비된 신인에게는 큰 기회다.

그런가 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신구의 조화가 빛나는 지점도 있다. 전통시장 내 음식점들이 네이버나 쿠팡이츠 등과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명절 준비 때문에 붐비는 시장을 나가지 않고도, 모바일 주문으로 전이며 과일이며 떡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쿠팡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시장의 상인 10명 중 9명 이상이 배달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대격변의 시기가 올 때마다 사회가 돌아가는 판은 크게 변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지갑을 여는 곳도 달라졌다. 1997년 외환위기 때가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코로나19는 분명 이보다 더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변화를 위한 발버둥 없이 잔혹한 시대만 탓해서는 살 길을 찾을 수 없다. 어차피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못 돌아간다. 절대로.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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