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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성과 낼 당일꾼 절실' 북한 노동당 세력 개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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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9 19:15:55  |  수정 2020-09-29 20:10:35
"현 시기 모든 부문,단위에서 실질적인 변화와 발전 절박"
내부자원에만 의존한 경제전략 '정면돌파전' 모순 속에
북한은 내부문제 해결할 실력있는 당원들 필요시점
김여정이 8차 당대회 앞두고 기득권 이룬 노동당 말단서 고위까지 검증하는 듯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일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 19에 자연재해가 겹쳐 내부문제를 해결하는데 여념이 없다는 게 그 배경 중 하나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문제 해결이 시급한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노동당 인적 개편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우리 국민을 살해한 북한군의 만행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위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함으로써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취임 이래 무한한 인내심을 보여온 문대통령은 이번에도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더라도 확대시킬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국내에선 여전히 갈등이 심합니다.

북한군의 행위는 현대 문명국가에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 인권인 생명권조차 하찮게 여기는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를 김위원장 사과만으로 덮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이 왜 이렇게 신속하게 사과했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19에, 자연재해가 겹친 탓에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걸 회피하고 싶었을까요?
 
또 오늘 말씀드릴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준비한 주제는 북한에서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개편 작업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22일자 노동신문에는 “당일군들의 수준이자 사업에서의 실적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이 실렸습니다. 2면의 아래쪽에 실린 글이어서 비중이 큰 글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 북한에서 진행중인 노동당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북한이 내년 1월 8차 노동당 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철저한 당 우위국가인 북한에서 당대회는 새로운 시대의 국가 전략을 마련하는 대단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당대회를 앞두고 말단부터 최상층까지 모든 기관, 단체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과 정책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력의 재편성입니다. 세대 교체도 일종의 세력 재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현재 북한에서 진행중인 세력 재편성은 과거 세대교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범위로 진행중인 듯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첫째,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안정시키고 둘째, 이념적으로 자신이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며 셋째,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실적을 쌓음으로써 자신이 유능한 통치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모부 장성택과 그 추종세력들을 대거 처형, 숙청하는 과정이 권력안정작업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념면에서는 이른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권력 승계가 단순히 핏줄 덕분이 아니라 인민의 복지만을 생각하는 자신의 인품을 달리 따라올 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올 여름 수해현장에 직접 차를 몰고 나타나서 무너진 농민들의 집을 다시 지어주는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이 바로 그런 점을 강조하는 일환입니다.
 
그런데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이 유능한 통치자임을 증명하는 일에선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 했습니다.

2017년까지 핵실험과 ICBM 개발에 매달리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김정은은 2018년 돌연 남북, 북미 정상회담,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해 동안 만남으로써 김정은은 단숨에 국제적 지도자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대성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은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적 지도자라는 위상을 인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제에서 처절한 실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도 핵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내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경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구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런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결국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이른바 ‘정면돌파전’이라는 걸 선언합니다. 정면돌파전에 여러 다른 요소들도 있습니다만 핵심은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제재에 맞선다면 내부의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코로나 19 팬데믹이 김정은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나 김정은과 그 주변 세력의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제법입니다. 국경을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북한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코로나 19 청정국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장마와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김정은 본인이 재해대응을 진두 지휘하면서 위기극복 능력을 과시합니다.

그런 끝에 지난달 19일 김정은이 직접 내년 1월에 8차 당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등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북한은 노동당을 비롯한 모든 기관, 단체들이 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겁니다. 2016년에 있었던 7차 당대회 이후 진행해온 사업을 평가하고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마련하는 등의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듯합니다. 바로 세력재편 과정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세대교체를 넘어 노동당의 말단부터 고위직까지 일일이 검증하는 작업을 벌이는 듯합니다. 일설에는 이 작업을 지금 김정은의 실세 여동생 김여정이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여정은 두 달 이상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여정이 주도하고 있다는 노동당원들에 대한 검증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 바로 실력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논설에 나오는 한 문구를 인용하겠습니다.

“현시기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실질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나서는 절박한 요구이다.“

논설은 이를 위해 당일군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어서 “당일군의 수준과 능력은 연한이 오래다고 하여 저절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며 학력과 경력이 요란하다고 하여 높은 것도 아니다. 당일군의 자질은 정열적인 노력의 산물이다”라면서 당일군이 실천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동신문이 뜬금없이 당원들의 실력을 강조하는 논설을 실은 배경이 바로 이런 기준으로 김여정이 주도하는 세력개편 작업이 진행중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김정은으로선 늙은 간부들로 가득한 노동당이 무기력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부리면서 자력갱생만으로 제재를 이겨내고 경제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왔을 지 모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중앙당 간부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인민들 속으로 뛰어들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홍수와 태풍 피해 현장에 중앙당 사람들을 대거 재해복구작업에 참여하도록 내몬 것도 바로 그런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가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라고 합니다. 지난 75년 동안 노동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특권세력, 기득권 세력이 됐습니다. 온갖 부패의 온상이 된 동시에 북한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는 무기력한 괴물로 군림해 왔습니다.

그런 노동당의 말단부터 상층까지 모든 부문에 실력을 갖춘 인원들로 채움으로써 정면돌파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노동당을 재편하는 것이 세력 재편의 목표일 것입니다.

과연 김여정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최소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로 노동당을 재편하지는 못하더라도 김정은에게 충성스러운 사람들로 교체하는 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북한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북한 체제가 지닌 근본적 문제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최악의 독재체재를 개혁함으로써 핵이 없이도 체제보위가 가능할 수 있음을 스스로 믿게 되기 전까지는 목청 높여 충성경쟁에만 매달리는 당원들로는 제재를 이겨내고 경제발전을 이루는 일은 한계가 뚜렷할 것입니다.

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 경제부국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북한은 경제발전의 잠재력이 큰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체제를 보위한다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탓에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원천봉쇄해 왔습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노동당의 세력개편도 이 같은 한계를 깰 수 있을 정도까진 나아가지 못할 것이 확실합니다. 이처럼 자력갱생에 의한 정면돌파전이라는 전략은 애당초 자가당착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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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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