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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술의 알콜로드]랜선 옥토버페스트나 즐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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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02 06:00:00
뮌헨 옥토버페스트, 2차대전 이후 첫 취소
혼술·홈술에 지친 이들, 모니터 앞 랜선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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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독일)=AP/뉴시스】독일 뮌헨에서 185회 옥토버페스트가 개막한 22일 한 젊은 여성이 맥주를 든 채 테이블 위에 올라서 전세계 최대 맥주 축제의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2018.9.22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실내에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맥주를 마신다. 잘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1000cc짜리 무거운 맥주잔 여러 개를 쥐고 분주히 움직인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한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부딪히고, 아는 노래가 있으면 목청을 높여 떼창을 부른다. 언어가 다른 것 쯤은 별 일이 아니다. 애주가들은 술잔 앞에서 'We Are The World'니까.

독일 바이에른주의 수도 뮌헨에 들렀을 때 한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경험한 추억의 한 페이지다. 아무 날도 아닌데 이렇게 신났으니,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였다면 얼마나 대단했을지.

옥토버페스트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뮌헨에서 진행되는 세계적 규모의 맥주 축제다. 행사에는 대형천막에 수 천명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대화를 하면 그 공간에는 얼마나 많은 비말이 둥둥 떠다닐까.

그래서 올해 행사는 취소됐다. 19세기 초 시작돼 매년 열린 옥토버페스트가 취소된 적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취소된 게 2차 세계대전 때다.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류 역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수천, 수만명이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까지 갈 것도 없이 일 년에 두 번 뿐인 명절인데 가족끼리도 모이지 못하는 세상이다. "고향에 안 오고, 부모님 안 뵙는게 효도"라는 캠페인까지 벌이는 마당이니, 마스크도 없이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전생 같은 일이다.

그래서 혼술, 홈술이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바이브컴퍼니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지난 8월31일까지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혼술'과 관련된 키워드는 점차 하락 추세를 보이고, '홈술' 관련 키워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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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뮌헨의 중심에 있는 마리엔 광장. 여행자들이 뮌헨을 방문하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장소다.
혼술이 '즐기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되다보니 , 굳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적 홈술은 외로움을 불러오게 마련이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겨난 트렌드가 '랜선 술자리'다. 지인들과 함께 화상채팅을 하면서 모니터 앞에서 각자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랜선술자리를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몇년 전 촬영한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시민들이 마스크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런 게 '코로나 블루'라고 하나보다. 인생 위시리스트에나 넣을 만한 옥토버페스트가 아니더라도, 그냥 동네 호프집에서 눈치 안 보고 생맥주 한 잔할 그 날은 도대체 언제일까.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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