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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추석 연휴 강타 '나훈아 신드롬' 이유?…"그런 거 묻지마소!"

등록 2020.10.05 12: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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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절망 속 위로 안겨

나이 일흔 무색한 가창과 무대 매너

최근 트로트 범람 속 헤비메탈 협업 등 트로트 지평 넓혀

트로트 언택트 공연, 신호탄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스터 트롯' 이전에 '가황(歌皇)' 나훈아(70)가 있었다. 올해 추석 연휴 시작과 끝을 장식한 것도 모자라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나훈아가 대중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방송된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국 시청률 29%(닐슨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고정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KBS 2TV 주말 드라마가 아니면 최근에는 보기 힘든 숫자다.

나훈아의 돌풍은 이어져 이달 3일 밤 방송된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도 전국기준 시청률 18.7%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비하인드 영상 등을 담은 일종의 나훈아 다큐멘터리다.

전설로 통하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그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난무한다. 5일 현재 인터넷 포털에 소개된 나훈아의 프로필에는 1947년 출생, 데뷔곡은 1966년 '천리길'로 적혀 있다.

한국전쟁 이후 대중음악이 걸어온 길을 집대성한 '빽판의 전성시대' 저자인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나훈아의 첫 녹음은 1968년 '내 사랑'으로 확인된다.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난 이들의 출생신고에 오류가 많긴 하지만, 나훈아는 1950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에 대한 몇몇의 기본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 퍼졌지만 그가 50여년동안 톱 가수 군림해온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히트곡은 셀 수 없다.

나훈아는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하고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11년 만인 지난 2017년 7월 새 앨범 '드림 어겐(Dream again)'을 공개했다. 동시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어 매진행렬을 기록했다.

콘서트에서 보여준 기량은 여전했다. 당시 낭창낭창, 리드미컬한 목소리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를 무색케 했다. 능수능란하게 고음을 넘나들며 객석의 귀를 빨아들였다. 쇼맨십은 아이돌 저리가라였다. 관객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는 마법같은 무대는 소문대로 절대고수 '쇼꾼'의 면모였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email protected]

이후 앨범 '벗 2', '나훈아 아홉이야기'를 내놓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다만 방송 등의 출연은 하지 않다 이번 KBS 추석특집으로 15년 만에 방송 나들이를 했다. '신비주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그의 행보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건 당연했다.

◇코로나19 절망 가운데 위로

 나훈아가 지난달 KBS홀에서 진행한 공연 실황을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관객 없이, 온라인 관객 1000명만으로 녹화를 했다. 서울부터 제주 등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짐바브웨 등 사전 신청한 세계 곳곳의 팬들이 온라인으로 나훈아의 공연을 보는 방식이었다.

특히 나훈아가 콘서트에서 국민들에게 전한 발언은 대중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등으로 뒤숭숭한 시절에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기 때문이다.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KBS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은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조명했다.
 
'다시보기' '재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나훈아의 이번 콘서트에서 나훈아는 추가로 요청했다 한다. 자신의 말이 왜곡되지 않도록 편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최규성 평론가는 나훈아의 이번 콘서트에 대해 "나와야 할 때를 제대로 아는 영민한 분"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무엇인가가 결핍돼 있고 이동이 제한된 다른 세상에서 위로가 필요했는데, 딱 감동과 위안을 안기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19. (사진 = 예아라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19. (사진 = 예아라 제공) [email protected]

나훈아가 지난 8월 발매한 새 앨범 '나훈아 아홉이야기'도 코로나19에 위로를 안기는 음반이었다. 앞서 나훈아 소속사 예아라 윤중민 대표는 이번 음반에 대해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휘젓고 가까운 사람마저 선뜻 손 내밀지 못하게 하는 삭막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까지는 다치게 내어 줄 수 없다"며 의의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 앨범 신곡 '테스형'은 콘서트에서도 대단한 화제였다. 그는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부르고 난 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테스형'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곡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알려졌다.

최 평론가는 "원래도 나훈아 노래 중에는 해학적인 것이 많다. 그래서 서민 층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잘난 체 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내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들었다. 

누구나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니 나훈아의 이번 추석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훈아는 원래 대중 사이에 '개념 연예인'으로 추앙을 받았다. 과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명 가수와 아나운서를 대서 초대했는데, 대중예술가는 개인 아닌 대중 앞에서 공연한다며 거절한 일화가 예다.

이번 KBS 콘서트를 앞두고 상당한 개런티를 받았다는 소문이 잠시 나돌기도 했는데, 실제 나훈아는 코로나19에 국민에게 위로를 주고자 한다며 '노 개런티'로 임했다.

최 평론가는 "특히 노 개런티 이야기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다. 나훈아는 뭔가 '급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켜줬고 이번 공연을 통해 스스로 자기를 업그레이드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20. (사진 = 예아라 예소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20. (사진 = 예아라 예소리 제공) [email protected]

◇내 나이가 어때서

나훈아의 가창과 무대 매너에 대해 일부에서는 불호를 표하기도 한다. 이를 드러내고, 몸짓이 요염해 다소 '느끼하다'는 반응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객석을 좌지우지하는 가수는 없다는 것은 무대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든 공통으로 내놓는 관전평이다. 

지난 2017년 복귀 콘서트에서 나훈아의 낭창낭창, 리드미컬한 목소리는 일흔살에 가까운 나이를 무색케 했다. 능수능란하게 고음을 넘나들며 객석의 귀를 빨아들였다. 쇼맨십은 아이돌은 저리가라였다. 관객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는 그의 마법같은 무대는 소문대로 절대 고수 '쇼꾼'의 면모였다.

독일에는 일흔세살에 산모가 된 여성이 있다며 열정을 내뿜은 그는 하얀 민소매와 색색으로 물든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이번 KBS 콘서트에서도 나훈아는 민소매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를 누볐다. 몸매는 여전히 날렵했고, 피부는 탱탱했다.

특히 그가 '젖무근 힘을 다해 노래한' 곡은 무려 28곡이었다. 1부 '고향', 2부 '사랑', 3부 '인생' 등 확실하게 구분한 콘셉트로 4면 모두가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무대에 대형 배를 몰고 등장한 그는 2시간40분가량 쉬지 않고 좌중을 휘어 잡았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일흔이 넘은 공연에 두 시간 러닝타임의 공연을 홀로 채우는 이는 영국의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정도다. 

최 평론가는 "잃어버리지 않은 남자스러움과 건강이 이번 콘서트에서 단연 화제였다"면서 "보통 일흔살이 되면 음역대가 떨어지는데, 고역대를 표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평상시에 상당한 가창 연습을 한 노력 덕분"이라고 짚었다.

"음악부터 건강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면서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돌볼 줄 한다. 그렇게 자기 관리를 하는 나훈아에 견줄 가요계에 인물은 조용필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19. (사진 = 예아라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08.19. (사진 = 예아라 제공) [email protected]

◇트로트 지평을 넓히다

나훈아의 이번 콘서트 무대 중 '사내'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메탈 밴드 '메써드(Method)'와 협업은 젊은 록스타 이상의 열기를 방출했다.

최 평론가는 "트로트와 헤비메탈을 매칭해 놀랐다. 이질적인 질감일 수 있는데 나훈아 선생이 헤비메탈에 대한 이해가 있어 자연스러웠다"고 들었다.

사실 나훈아의 음악은 트로트에 한정돼 있지 않았다. 1980년대에 발표한 '잡초' '무시로'는 팝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최 평론가는 "나훈아스러움에는 '성인 발라드'가 있다. 국악과 접목한 곡도 많았다. 이번 콘서트에서 기타를 직접 연주를 하며 팝송을 부르는 모습도 명장면"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최근 트로트의 범람 속에서 나훈아가 트로트에만 머물지 않으며 '트로트가수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도 큰 성과라는 평도 많다.

트로트 가수를 매니지먼트하는 관계자는 "최근 트로트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트로트 장르가 복제를 반복하고 있어 관계자들도 지루해하던 참이다. 그런 와중에 나훈아의 다양한 시도는 새로운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트로트에 질려 해당 장르에 소화불량을 소화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훈아가 '찐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나훈아는 클래시컬 트로트부터 트로트의 장르적 범위를 확대시켰다. 트로트가 이렇게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2020.10.04. (사진 = KBS 2TV 캡처) [email protected]

아울러 나훈아의 이번 공연은 트로트도 언택트 공연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 순간이기도 했다. 현재 아이돌 그룹 위주의 K팝만 언택트 콘서트계 중심에 있는데, 나훈아의 공연으로 다른 트로트가수들의 온라인 공연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최 평론가는 "나훈아 선생이 나온 명분과 메시지가 좋았고 공연 콘텐츠도 나무랄 데 없는 진정성과 열정이 돋보였다"면서 "모든 장르의 가수가 언택트 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 나훈아의 공연은 모범적 사례다. 또 다른 언택트 공연의 강력한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은 이처럼 나훈아로 떠들썩한데, 정작 그는 초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향후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 방송 중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의 물음에 끝까지 '가황'다운 초연함을 보였다.

"흐를 유,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예요. 남는 게 웃기는 거죠.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죠.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입니다. 그런 거 묻지마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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