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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성길, 김정은 시대 첫 대사 망명…21년 만의 최고위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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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07 11:59:31  |  수정 2020-10-12 09:52:10
2018년 11월 아내와 잠적, 행방 묘연해 국제적 관심
하태경 "지난해 7월 입국"…21년 만에 최고위급 망명
2011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재외공관장 첫 탈북
국정원, 지난해 8월 제3국 거론하며 행선지 공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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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국가정보원은 3일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2019.01.03.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해 정착한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대사급 인사가 탈북한 것은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21년 만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조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서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보당국은 7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정보당국이 민감한 탈북자 입국 문제에 대해서는 이 같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아버지와 장인이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를 추방하면서 대사직을 대리했다.
 
조 전 대사대시는 임기 만료를 앞둔 2018년 11월 아내와 함께 잠적했다. 당시 잠적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대사관이 외화벌이의 거점 중 하나로 대북 제재를 피해 사치품을 북한에 몰래 들여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치품 상납에서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후 망명 과정에서는 반북(反北) 단체인 '자유조선'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조 전 대사대리가 아내와 함께 산책하러 간다며 대사관을 빠져나온 뒤 자유조선 멤버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조선의 전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했다고 주장한 '천리마민방위'다. 지난해 2월에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이 확인되며 파문이 일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머물기 위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2018년 11월14일 대사관의 여성 직원과 함께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당시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17세로 알려졌다.

이후 조 전 대사대리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행방은 묘연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8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 전 대사대리가 이탈리아를 떠났고, 신변은 어딘가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제3국으로 보여진다고 밝혔지만 행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조 전 대사대리는 한국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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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2018년 1월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외관. 2020.04.05. 
제3국 망명설이 제기됐던 조 전 대사대리가 예상을 깨고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지난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1년 만이다. 더욱이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처음 있는 북한 재외공관장의 탈북인 만큼 북한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남북,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고위급 인사의 망명 문제가 불거질 경우 남북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공개에 소극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남아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가족들로 인해 망명 사실을 비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고영환(1991년, 콩고대사관 1등 서기관), 현성일(1996년, 잠비아대사관 3등 서기관), 태영호(2016년, 영국 대사관 공사) 등이 한국으로 망명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보다 직급이 높다. 태 의원은 지난해 1월 기자회견에서 조 전 대사대리를 향해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며 한국행을 권유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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