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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연출 "사수·멘토 송승환, 김춘수 '꽃'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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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08 19:00:09
2000년대부터 뮤지컬 연출·제작자로 인연
'평창 동계올림픽' 총감독·부감독 사이
정동극장 연극 '더 드레서'서 배우·연출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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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2020 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에서 장유정 연출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로널드 하우드의 '더 드레서'는 노배우의 '선생님'과 그의 오랜 드레서 '노먼'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은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열린다. 2020.10.08.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가 20대 때 여성 연출이 진짜 없었어요. 그런데 송승환 대표님은 그 때부터 기회를 주시고 배려를 해주셨죠. 그 감사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호명함으로서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켜주는 내용의 시(詩)인) 김춘수의 '꽃' 같은 의미의 분입니다."

장유정(44)은 무대(뮤지컬·연극)와 영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몇 안 되는 연출가다. 특히 여성 연출의 존재감이 약하던 2000년대 공연계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금발이 너무해'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블루칩 연출가가 됐다.

'형제는 형감했다'와 '금발이 너무해'는 배우이자 '난타'로 유명한 피엠씨(PMC)프러덕션의 대표인 송승환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작품.

2010년 장 연출이 자신의 동명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김종욱 찾기' 이후 영화계로 진출한 이후에도 끈끈한 인연이 이어졌다.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한 '2018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송승환), 부감독 겸 폐막식 연출(장유정)로 '평창 콤비'로 통했다.

오는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더 드레서'에서는 주연배우(송승환)와 연출(장유정)로 호흡을 이어간다.  

8일 오후 정동극장에서 만난 장 연출은 "송승환 배우님이 부족한 저를 내치지 않아서 감사할 뿐"이라고 미소지었다. "제가 결정을 단순하게 할 수 있는 분이에요. 같이 할 때 배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시고 증명하게 해주시죠. 제게는 다정한 사수이자 훌륭한 멘토"라고 했다.

평창올림픽 때도 자신을 나무란 적이 없고 "제가 막무가내로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하게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일종의 설득의 관계였죠. 제가 주로 설득을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제가 연출이지 않습니까. 제가 디렉션을 내린 뒤 잘했다고 말씀드리면 흐믓해하세요. 이제 최소한 동등한 관계가 된 거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기회가 기회가 언제 오겠습니까. 하하."
 
"평창올림픽 기간에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송 감독님 차를 타고 왔어요. 다른 분들은 (사수 관계니까) 피곤하지 않겠냐고 걱정도 하시는데, 저는 자면서 편하게 와요. 다만 일할 때는 저를 엄청 긴장하게 만드세요. 이 분께 실망감을 드릴까봐, 최선을 다하죠. 칭찬에 박하시기는 하지만, '수고했다'고 말씀하실 때를 잊을 수가 없거든요."
 
장 연출의 열풍은 2010년대에도 이어졌다. 영화 '김종욱 찾기' '부라더'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이 이어졌고, 2013년 초연한 뮤지컬로 김광석이 부른 곡들을 엮은 '그날들'은 수차례 공연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2015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연극 '멜로드라마'를 올렸으며 작년에는 포니정 혁신상도 받았다.

장 연출이 5년 만에 연출·각색에 참여한 연극인 '더 드레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명 작가 로날드 하우드의 작품이 원작이다. 하우드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각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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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2020 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에서배우 송승환, 안재욱, 오만석 등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로널드 하우드의 '더 드레서'는 노배우의 '선생님'과 그의 오랜 드레서 '노먼'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은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열린다. 2020.10.08.kkssmm99@newsis.com
'리어왕' 연극 공연을 앞둔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하루 이야기다. 오랫동안 셰익스피어극을 해 온 노배우와 그의 의상담당자와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

1980년 영국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 시어터에서 초연했고 1984년 극단 춘추가 국내 소개했다. 최근에는 영국 BBC에서 안소니 홉킨스와 이안 맥켈런 주연의 TV 영화로 제작돼 국내외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송승환은 홉킨스가 연기한 극단 대표 겸 배우인 '선생님'(Sir) 역을 맡는다. 하우드는 이 캐릭터를 실제 유명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인 도널드 올핏 경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작품을 고르는데도 함께 한 장 연출은 "'세일즈맨의 죽음'부터 다양한 작품을 봤는데, 이견 없이 '더 드레서'를 골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왜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도 연극을 해요. 우리나라도 6·25 때 국립극단이 대구에서 공연을 했고요.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영화가 개봉하고 연극을 합니다. 우리는 왜 연극을 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하우드 작가가 캐릭터를 잘 다룬다는 점도 이 작품에 매료된 이유다. "인간미가 넘치는 작가예요. 선생님 역도 결이 깊죠. 각색을 했지만 지나치게 새롭게 만들지는 않았어요. 한국 사람은 잘 모르는 구체적 지명이나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으려고 헸죠. 캐릭터의 중요한 부분들은 살리려고 했습니다. 연극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의 의미를 담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상징적이거나 문학적으로 거리두기'가 할 필요가 있나는 생각을 해서 구어체를 쓰기도 했죠."

무엇보다 '더 드레서'는 자신을 반추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여겼다. "각색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아는 것'이 없다는 거였어어요. '이걸 모른다'가 아닌 '이것만 아는구나'를 깨닫게 했죠. 연극 작업은 절 겸허하게 만들어요."

한편 선생님 역의 송승환과 함께 호흡할 의상 담당자 노먼 역에는 안재욱 배우와 오만석 배우가 더블 캐스팅됐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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