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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동환 "마스크 쓴 관객 바라보는 배우 심정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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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11 09:45:29
데뷔 51년 나이 일흔 1인극 첫 도전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공연
이해랑예술극장 2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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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동환. 2020.10.11.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photo@newsis.com
[안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이에 따라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바는 없잖아요. 일반적으로는 60세, 65세가 되면 한계가 오고 주저앉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미리 안주할 필요는 없죠."
 
공자는 '논어'에서 칠순을 종심(從心)이라 칭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혹은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도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

칠순을 갓 넘은 배우 정동환(71)을 보면 '종심'이 수긍된다. 극단 피악이 오는 22일부터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초연하는 '대심문관과 파우스트'를 통해 처음 모노극(1인극)에 도전하는데 그가 추구하는 연극배우의 정도 위에 있다.

지난 2017년 7시간짜리 도스토옙스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1인4역을 맡았을 당시, 1부 마지막의에서 대심문관을 연기하며 무려 20여분간 혼자 연속으로 독백을 쏟아내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이번 1인극은 그가 처음 맞닥뜨린 거대한 산이다.

작품의 내용과 메시지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나진환 연출(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이 각색, 신의 존재와 인구의 구원을 톺아본다. 정동환은 자신의 캐릭터로 각인된 대심문관은 물론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 이반·알료샤 형제 등을 넘나든다.

최근 경기 안양 연습실에서 만난 정동환은 "1인극은 처음이라 부담도 크지만 기꺼이 안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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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동환. 2020.10.11.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photo@newsis.com
그럼에도 고전의 관념적인 언어들을 허투루 흘려보내면 안 되는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작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상대배우 없이 스스로 상대역까지 소화해야 한다. 

"위험 부담이 크죠. 관념적인 것을 연결해야 하고, 혼자서 여러 화자가 돼야 하니까. 무엇보다 도스토옙스키와 괴테의 깊이를 잘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칠순이 넘은 나이에 얼마만큼 무대 위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지' 지켜보게 만드는 게 아니고요. 젊은 배우는 젊은 배우대로 저 같은 나이 대의 배우는 그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

그러면서 정동환은 처음 1인극을 연습하면서 "제가 '극단적인 고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미 정동환은 무대와 삶에서 고독을 경험했다.

지난 2007년 초반 TV드라마 '연개소문'에 출연하면서 예술의전당 토월연극시리즈인 아서 밀러의 '시련'에 참여했는데 공연장에서 쓰러진 것이다. 당시 예술에 가까운 나이.

정동환 본인이나 주변에서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찍었지만 그는 고독을 뚫고 다시 무대로 향했다. 결국 이듬해 그해 연극계 최고 수확으로 통한 연극 '고곤의 선물'로 진가를 입증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등 산을 오르면서도 혼자가 되는 고독을 체험했다. 

"엄홍길 대장이 말씀 하셨어요. 산에 올라가는 갈 때 힘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고독'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요. 신체적인 능력 못지 않게 그런 정신,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한 거죠. 연극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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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동환. 2020.10.11.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photo@newsis.com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단테의 신곡' '메피스토' '태풍기담'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등 숱한 명작을 경험한 그는 올해 데뷔 51주년를 맞았다. 여전히 청년 같은 형형한 눈빛을 자랑하지만 "데뷔 몇주년이라는 상관 없다"고 단호했다. 다만 "언젠가 무대에서 내려와야겠지만, 미리 그만두지는 않고 싶다"고 했다.

"제가 에베레스트에 간다고 했을 때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걱정하신 분들이 많았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한번 가 보고 정말 힘들면 못 가는 거죠. 힘들 거라는 지레짐작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산을 좋아하는 그답게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관련 막바지 이야기는 자연으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일상이 붕괴돼 혼란에 빠진 지금, 자연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정동환은 강조했다.

"괴테는 통찰력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파우스트는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욕망을 갖고 있죠. 근데 자연은 우리가 순응해야 할 대상이지 극복 대상이 아닙니다. 코로나19도 인간의 교만에서 온 거 아닙니까. 그런 부분은 우리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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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동환. 2020.10.11.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photo@newsis.com
연극 역시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정동환은 코로나19가 연극계에 준 피해는 생각만 해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분들도 물론 힘들지만, 그걸 바라보는 배우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연극은 생명체라 배우, 관객이 교감하는 것이 필요한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얼굴 표정을 읽기 힘들죠.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으면 해요."

정동환이 배우로서 오랜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생명력이다. 그리고 그 생명력의 비결은 유연함이다. 연극계의 어른이지만 그는 함부로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고집부리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 기억의 결정판'에 불과해요. 자신이 보고 공부한 것이 신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넓게 보면 그 가치는 대단할 게 없죠. 그걸 아는 게 중요해요. 저 역시 아직 부족하지만, 그 생각을 유념하려고 하죠."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좌석제, 마스크 착용, 문진표 작성, 발열체크 등 정부 방역지침을 따른다. 오는 11월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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