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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혜수 "90년대 스타일 버섯 머리로 싹둑...안 예뻐 보이는게 목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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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16 06:00:00  |  수정 2020-10-16 09:56:29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1일 개봉
소심하지만 수학 천재 '심보람' 역
"가수로 무대 서고파…또다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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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혜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까만 긴 생머리를 싹둑 잘랐다. 쇼트커트로 버섯 머리에 동그란 안경까지 쓰니 다른 사람 같았다. 거울을 본 배우 박혜수는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박혜수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실체는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인 회계부 사원 '심보람' 역으로 변신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고졸이라 늘 말단으로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박혜수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90년대 느낌을 어떻게 멋스럽게 풍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보람'은 셋 중 가장 촌스럽고 멋 부리지 않는 느낌이다. 쇼트커트와 안경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뒤 만족스러웠어요. 이번 영화에서 안 예뻐 보이는 게 목표였죠. '보람'은 예쁘진 않아도 귀엽고 챙겨주고 싶은 느낌이 나길 바랐죠. 맹하면서도 답답한 모습도 '보람'의 일부예요. 발에 닿을 듯 말 듯 한 코트와 한 켤레 낮은 단화, 투박한 가방과 안경,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보람'의 모습이 만들어져 좋았어요."

박혜수는 시나리오를 보고 세 캐릭터가 개성이 넘쳐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고아성과 이솜의 캐스팅이 끝난 상태에서 대본을 봤는데,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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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혜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
'보람'은 소심하고 어수룩하지만, 숫자 앞에서는 강한 수학 천재다.

"'보람'이는 말을 잘하지도 않고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아니죠. 하지만 숫자와 관련해선 자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게 매력 중 하나예요. 옛날에는 주판으로 계산했다고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줘서 (주판을 표현하는) 손동작을 했고, 재미있게 담긴 것 같아요. 실제로 엄마와 주판을 구해서 연습했어요."

1994년생인 박혜수는 90년대를 파편적으로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투박하면서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고 했다. 90년대 의상을 입고 옛 느낌의 을지로 거리로 출근하는 장면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요즘엔 찾아보기 어려운 공중전화 소품도 특히 정겨웠다.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끊길까 봐 동전을 계속 넣는데 옛 추억이 생각나 재미있었어요. 초등학생 땐가, 공중전화로 집에 컬렉트 콜(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을 걸었던 기억이 있어요. 소품으로 옛날 포장의 과자들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반갑고 정겨웠죠."

영화 속에서 고아성, 이솜과는 입사 동기로 유쾌한 우정과 연대를 보여준다. 극 중 고아성은 실무 능력은 완벽하나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 '이자영' 역을, 이솜은 뼈 때리는 돌직구 멘트의 마케팅부 '정유나' 역을 맡았다.
 
"현장의 좋은 분위기가 화면에도 전달되더라고요. 셋이 함께 한 장면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해요. 셋이 뭔가 먹으면서 촬영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극 중) 퇴근하고 꽈배기, 맥주, 떡볶이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진짜 같았죠. 그 시절 포장마차나 술집이 그 분위기가 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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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
숙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밤늦게까지 고민을 나누고 수다를 떨며 '합숙'하듯 세 배우는 친해졌다. 박혜수는 "언니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며 "언니들과 피곤한 몸에 잠들기 직전까지 나누는 진솔한 대화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떠올렸다.

현장에서도 선배인 고아성과 이솜의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인물의 깊이를 더하는 디테일한 연기는 배우의 몫이 있는데, 언니들이 늘 해내는 걸 보면서 멋있었죠. 배우로서 건강한 삶을 살며 균형이 잘 잡혀있는 모습에 저 자신을 좀 더 돌아보게 됐어요."

특히 박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성장했다고 밝혔다. "자신감이 많이 없을 때 언니들이 칭찬해주니까 스스로 인정할 힘이 생겼어요. '보람'을 연기하며 위로받았고 촬영이 끝난 후 제 마음속에 비어 있던 공간이 많이 채워졌죠. 언니들을 만나 에너지를 받고 많이 밝아졌어요."

그러면서 "언니들이 저를 챙겨주는 걸 경험한 만큼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저도 누군가의 선배가 되면 언니들 같은 선배로 제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박혜수는 지난 2014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4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언젠가 가수로서의 모습도 기대해달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를 마친 후 일기장에 새로운 다짐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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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혜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
"일기장에 '내년 이날에도 앨범을 안 냈다면 정신 차려라'라고 썼어요. 꼭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집에서 혼자 열심히 기타를 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었는데, 무대에서 풀 밴드 반주에 노래하니 더 행복하더라고요. 연기할 때와 또 다른 감정이 들었죠. 제가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꼈어요. 언젠가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혜수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세웠던 것 같다. 항상 조급했고 빨리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힘들었을 때가 없진 않았지만, 저 자신을 많이 알게 되고 세상에 대한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매 작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변신하는 모험이 즐거워요. 이번에 영화 포스터를 보고 박혜수를 한참 찾았다는 말이 너무 뿌듯했죠. 다음에도 새롭게 변신하고 싶어요.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라 자신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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