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인터뷰

[인터뷰]김창완 "나 위로하자고 앨범 만들다니, 이렇게 못돼 처먹을 수 있나"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10-18 09:21:43
37년 만의 솔로 앨범 '문(門)', 오늘 오후 6시 발매
김창완이 풀어놓은 음악적 시간의 새 영역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8.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위로를 말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러워요. 위로라는 것은 비단 요즈음에만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인간은 원래 나약하니까, 어느 시대든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타인을 위로하는 것도 너무 소중하지만 '나를 어떻게 위로하고 살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위로가 특히 필요한 시대에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의 솔로 앨범 '문(門)'은 제때 도착했다. 그의 37년 만의 솔로앨범이지만 늦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18일 오후 6시 발매되는 '문(門)'에 실린 11곡은 '뭉근한 희망'을 안긴다. 좋은 노래는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긍정의 신호임을 깨닫게 한다.

"시간은 모든 것에 무관심했지만 / 추억을 부스러기로 남겼지~ / 가끔은 생각이나 지나온 날들이 / 그 시간들이 남의 것 같아~"('노인의 벤치' 중).

김창완이 이번에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타이틀곡 '노인의 벤치'는 삶을 함부로 껴안고 관찰하거나 관조하는 대신, 살며시 어깨동무를 하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는 그의 성향을 닮았다.  

누구보다 음악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사람이 뮤지션이지만, 김창완은 그걸 강요하거나 단정하지 않는다. 삶의 불완전함의 굴곡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들의 일이란 걸 김창완은 깨닫게 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김창완을 만나자마자 "'문(門)'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덜컥 고백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8. misocamera@newsis.com
그는 "이번 앨범을 미리 들은 분들이 '뭔지 모르겠는데 울컥한다'고 하세요.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겠는데 슬프다'고 하고요"라며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

"어쩌면 (앨범에 담긴 정서를) 우리가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의도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에요. (앨범에 실린) '시간'은 4년 전에 발표한 곡이고요. 그런데 들으면서 눈물이 난다는 건, 우리가 무심하게 지내온 날이 많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해요."

그러면서 김창완은 울지도 못하고 사는 세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우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죠. 눈물을 흘리면, 곧바로 실패자로 낙인을 찍고요. 우리는 카타르시스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손꼽히는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람 좋은 얼굴로 모든 걸 꿰뚫는 괜찮은 정신병원 원장 '오지왕'의 표정으로 김창완은 말했다.

"시간은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가거나 / 차창 밖 풍경처럼 한결같이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시간)

김창완은 1977년 사이키델릭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 후 가수, 배우, DJ, 작가, '김창완밴드' 리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왔다. 다만 그간 솔로 앨범을 내놓지 않았다. 솔로 앨범은 1983년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처음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18. misocamera@newsis.com
이번 앨범의 부제로 '시간의 문을 열다'를 붙인 김창완은 바쁜 일정으로 매일 시간에 매여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의 시간에 대해 톺아볼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내 몸·내 마음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실존으로서 '시간의 끝'이 내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결국 제게 위로를 전하는 앨범이 된 거예요. '나 위로하자고 앨범을 만들다니, 사람이 이렇게 못돼 처먹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하."

'자신을 위로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위로할 수 없지 않겠냐'고 묻자, 쑥스러운 듯 '씨익'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이번 김창완의 앨범을 들으면,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떠올릴 이들도 꽤 될 것이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영화감독과 한국의 '어쿠스틱 대명사'인 김창완에게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그건 '비가역적인 시간'의 개념을 다루는 방식이다. 놀란은 '인터스텔라'에서 웜홀을 통한 이동과 블랙홀 너머 4차원의 공간을, 최근작 '테넷'에서는 순방향의 시간과 역방향의 시간을 한 장면에 담아내는 성취를 이뤄냈다.

김창완의 노래에서도 과거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살갑게 공존한다. 37년 전 '어머니와 고등어'에서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는, 이번 앨범에서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와 "옥수수할머니 옥수수 찐다"로 연결이 된다. 일상의 풍경을 노래로 끌고 들어와, 투박한 생명력을 슬며시 노래하는 건 김창완의 전매특허다.

노랫말이 "보고싶어 어머니 / 보고싶어 아버지"가 전부인 '보고 싶어'에서는 기타로 연주한 민요 '한오백년'의 멜로디가 내내 흐른다. '시간'에서는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순간의 별빛이지"라고 통찰한다. 김창완이 풀어놓은 음악적 시간의 새 영역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창완, 37년 만의 솔로앨범 '문(門)' 커버. 2020.10.18. (사진 =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photo@newsis.com
김창완은 "최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개념이 있었어요. 내 시간과 상대방의 시간은 다르게 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라고 털어놓았다.

가상의 장면이 찍힌 사진을 그 예로 들었다. "2억3000만 광년 떨어진 별을 2020년에 같이 보고 있다고 칩시다. 2억3000만 광년에 걸쳐 도달한 별빛은 지금의 빛이 아니잖아요. 이미 죽어있을 지도 모를 별의 빛일 수도 있고요. 근데 우리의 모습과 그 별빛이 한 컷에 담기면, 과거 그리고 너와 나의 시간이 모두 같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 빛을 찍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 다르지만, 같은 시간을 체험하는 거죠."

멜로디와 박자가 흐르는 라이브 음악은 '시간의 예술'로 통하는데, 그걸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체감을 하기도 했다.

"순간이 영원이고, 영원이 순간이라는 말은 그럴 듯해요. 무엇보다 자기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살잖아요. 그런 만큼 자신의 생명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우주의 어떤 역사를 이룬 일부분이라는 사실도 됩니다. 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생에서 음의 순간이나 의미를 깨닫는 것들이 너무 소중해지는 겁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것이 있다. "이런 '개인적인 체험'이 음악을 통해 어떤 설득력을 가질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김창완으로부터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걸 함부로 강요하지 않는,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본다. 김창완의 '너의 의미'를 재해석한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그를 롤모델로 꼽고,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김창완의 에세이집 '안녕, 나의 모든 하루'를 잘 읽겠다며 소셜 미디어에 존중의 표시를 남긴 이유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0.10.18. misocamera@newsis.com
"세대를 억지로 구분하는 건 자기 배를 가르고, 허리를 자르는 것과 같아요. 장맛을 하나 지키는데도 3대가 필요한데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그 대는 수없이 누적돼야 하죠. 그러니 세대를 구분하고나 반목시키기 보다 켜켜이 잘 쌓여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창완이 동요에 대해 꾸준히 애정을 가져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울림 시절에 이미 '산 할아버지', '개구쟁이' 같은 '동요'를 발표했던 김창완은 지난해 생애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출간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옥수수 두 개에 이천원'과 함께 '글씨나무'가 그런 결의 곡이다. "글씨나무가 자란다 장난감 써서 붙여라 글씨나무가 자란다 내 이름도 붙여라 / 초록색 칠판위에 커다란 나무 그리고 / 예쁘게 글씨를 써서 마음대로 붙여라."

 어느날 분교를 방문한 김창완이 아이들이 칠판에 빼곡하게, 희망이 담긴 글을 적는 걸 보고 만든 곡이다. "아이들은 글씨를 적어 벽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걸 가졌다'라고 생각하죠. 하하. 그런 아이들이 너무 예뻤어요. 글씨 하나하나가 나무처럼 자라서 하나 하나의 꿈이 되는 거잖아요."

김창완의 멜로디 하나, 노랫말 하나에도 여전히 꿈의 시간이 담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