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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혜성 "안성기 선생님 첫 마디 내뱉는 순간 감탄, 자극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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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0 14:11:30
영화 '종이꽃'에서 안성기와 父子 호흡
역할 위해 집에서 다리 묶어놓고 생활
'하이킥' 이미지 커…연기 변신은 숙제
일상은 '개아빠', 반려견과 시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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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김혜성.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안성기 선생님과 언제 영화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했죠."

배우 김혜성이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종이꽃'에서 안성기와 부자(父子)로 호흡을 맞췄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다.

김혜성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미있게 읽혔다.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무엇보다 안성기 선생님이 하신다고 들었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분들만의 기가 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이순재·나문희 선생님과 첫 (대본) 리딩 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그 뒤로 처음이에요. 리딩하는데 공기 자체가 달라요. 첫 마디를 내뱉는 순간 다들 감탄하는데 그게 내공이고 이분들이 연기를 할 수 있는 힘이구나 싶었죠.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돼요."

안성기는 '종이꽃'으로 지난 4월 열린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종이꽃'은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해당하는 백금상도 수상했다.

김혜성은 "제작사 대표님이 이 영화로 안성기 선생님이 해외 영화제에서 꼭 상을 타게끔 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이뤄져서 기분 좋았다"며 "제가 상을 못 받아 서운한 건 전혀 없다. 저는 조미료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크게 웃었다.

극 중 김혜성은 의대생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후 삶에 의지를 잃은 '지혁' 역을 연기했다. 아버지와 둘이 살며 하반신 마비로 침대에 누워있는 역이다 보니 수염도 기르고 손톱도 자르지 않았다.

"촬영 전부터 집에서 다리를 안 쓰려고 했어요. 실제로 느껴야 어떤 불편함과 아픔이 있는지 알 수 있기에 다리를 묶어놓고 기어 다니거나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했죠. 몸이 불편한 분들의 마음을 100% 알 순 없지만,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힘든 부분을 경험해보려 했어요."

영화 속에서 아버지인 안성기와는 서먹한 사이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는 일부러 대화를 잘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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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0. photo@newsis.com
"안성기 선생님과 촬영 내내 간단한 인사 외에는 대화를 잘 안 했어요. 사실 제가 밝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영화에서 서먹하고 대화도 많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그 감정을 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서먹한 감정 그대로 촬영해 오히려 집중하기 편했어요."

극 중 안성기를 뒤에서 안아주는 신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김혜성은 "촬영하면서 뭉클하고 슬프기도 했다. 아버지의 무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선생님은 저보다 크신데 뒤에서 안으면서 왜 이렇게 작게 느껴지나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실제 아버지에겐 무뚝뚝한 아들이라고 했다. 김혜성은 "툴툴대면서 표현을 잘 안 하는 아들이다. 아버지가 사랑이 많으시다. 저한테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하고 끊을 때 사랑한다고 표현을 많이 한다"면서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며 아버지한테 표현을 더 해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잘은 안될 것 같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극 중 앞집에 이사와 우연히 '지혁'의 간호를 맡게 되면서 그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은숙' 역은 유진이 연기했다.

"처음 봤을 때 설렜죠. 이렇게 예쁘신 분이 있구나 놀랐어요. 무엇보다 성격이 너무 좋고 털털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도 불구하고 편하게 대해주고 먼저 다가와 챙겨줬죠. 촬영 분위기도 누나 덕분에 좋았어요."

김혜성은 지난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데뷔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당시의 이미지가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그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 계속 연기할 수 있게 된 계기였다.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제 숙제다. 아직 숙제는 못 풀었지만 계속 연기를 할 테니, 할 때까지 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연기 변신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강박 관념을 가져도 어차피 안 써주더라. (웃음) 뜻대로 안 되니 굳이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머릿속 저 구석으로 밀어 넣어놨죠. 제가 좋아하는 취미라고 생각하자 했고, 좀 더 마음이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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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김혜성.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0. photo@newsis.com
김혜성은 하얀 피부에 대표적 동안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그것도 생각 안 하려 한다"고 웃으며 "서른 전까지 계속 아역에 고등학생 역할이 들어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장르로는 코미디를 언급했다. "예전 임창정 선배님의 코미디처럼 제대로 망가지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정우 선배가 사투리를 쓰며 했던 캐릭터 같은 걸 꼭 해보고 싶어요. 부산 사람이기도 하고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자신감도 있죠. 잘 맞을 것 같아요."

김혜성은 평소에는 반려견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개아빠'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애는 안 한지 오래됐다며, 지금은 딱히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다섯 살 된 푸들인데 집에서 용변을 보지 않아 하루에 세 번 밖에 나가야돼요. 3년째 단 하루도 안 나간 적이 없어요. 밖에서 놀다가도 시간되면 바로 들어와요. 촬영있는 날도 30분, 1시간 일찍 일어나서 나가죠.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제가 졌어요. 이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조금 일찍 움직이면 되는 거죠."

어느새 데뷔 15년 차에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김혜성은 30대가 되면서 책임감과 스스로에 대한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졌다고 했다.

"연기하는 게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더 돼요. 스스로 의심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죠. 하지만 가족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와닿았어요. 저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면 제가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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