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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캣츠' 배우들 "코로나 시대에 한국공연 행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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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0 18:03:56
'K-방역' 덕에 안정적…서울공연 한달연장
그리자벨라 역 암필 "사랑의 불시착·현빈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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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2020.10.2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캣츠'에 참여하면서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고, 친구들이 전해준 말은 '행운'이었어요. (코로나19 시대에)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안고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죠."(브래드 리틀)

뮤지컬 '캣츠' 40주년 기념 내한공연은 최근 한달가량의 연장공연을 확정했다. 지난달 9일 개막해 애초 내달 8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예정이었으나 12월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며 좌석 거리두기로 운영돼 온 '캣츠'는 매 티켓이 오픈될 때마다 순식간에 주요 좌석이 매진돼 왔다. 작품성과 함께 철저한 방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앞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K-방역' 상징 중의 하나가 됐다.  

20일 오후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은 "요즘 같은 때에 40주년을 맞은 전설적인 '캣츠'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운이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 직업인 '무대에 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 주어진 기회를 절대 망치고 싶지 않죠. 그래서 매일 소중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리틀을 비롯 '캣츠' 배우·스태프가 한국에서 처음에 '캣츠'를 하기로 정해졌을 때만해도,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1단계였다. 하지만 리허설을 하면서 점차 2단계, 2.5단계로 격상됐다. 리틀은 "솔직히 긴장이 되고 불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은 늘 그랬듯이 똘똘 뭉쳤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수준을 낮췄죠. 미국 출신으로 하는 말이지만, 미국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일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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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 2020.10.2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젤리클 고양이의 아이돌인 '럼 텀 터거'를 연기하는 영국 출신 댄 파트리지는 "방역에 대한 철칙을 지키는 것을 보고 놀랐고 이것이 한국의 방역 비결이라는 걸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타트리지는 처음 한국에 들어와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하면서 현실과 꿈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인 '림보(limbo)'에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초현실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자가격리가 끝난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햇볕도 쨍쨍했고요. 무엇보다 (같은 '캣츠' 팀이지만 만나지 못햇던 배우인) 엘리가 저와 일면식도 없는데 안기는 걸 보고 모두 '사람이 그리웠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메모리'의 주인공이자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도 "자가격리가 끝나고 지인, 주변 사람들을 얼굴을 마주보면서 만나고 안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리틀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집에서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필라테스를 하면서, 동료애를 다졌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연출님의 따님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모두 가족 같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캣츠'는 세계적인 대문호 T.S. 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상상력으로 빚어진 무대 예술,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불후의 명곡 '메모리'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1981년 5월 초연 이후, 30개 국가, 300여개 도시, 15개 이상의 언어로 공연돼 80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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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조아나 암필. 2020.10.2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이번 40주년 내한공연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메이크업 마스크'가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극 흐름상 불가피하게 객석을 통과해야 하는 몇 장면에서, 향균 마스크 위에 고양이 분장을 덧댄 것이다. 언뜻 보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몰입감을 높이면서도 안전성을 꾀했다.

객석 뒤편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빠르게 무대로 질주하는 오프닝 장면과 고양이의 안내에 따라 객석 뒤편에서 등장해 젤리클 축제의 무대에 오르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 장면에 적용된다.

듀터러노미 역의 리틀은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니, 공연 시작 일주일 전에 정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 순간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연출님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죠. 메이크업 마스크로는 예술적인 감성을 전달함과 동시에 안전 수칙을 지킬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다. "안전수칙을 서로 잘 지키기만 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죠. 저희는 두꺼운 가이드 라인 책을 받아서 철저히 익혔습니다."

뮤지컬 '캣츠'는 뮤지컬배우들에게 '뮤지컬계 철인 3종 경기'로 통할 만큼 힘든 작품으로 꼽힌다. 고양이의 습성, 태도, 캐릭터를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 '캣츠'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항상 숙제다.

듀터러노미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리틀은 초반에 다 같이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다고 웃었다. "과거에 제가 무용 수업을 받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오픈닝 장면에서 춤을 추고, 바로 거대한 타이어 위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초반에 제가 들어도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리허설이에요,. 스태미너를 키우는 과정이죠."

배우들은 실제 고양이를 보면서 동작과 습성을 익히기도 한다. 그런데 암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직접 키우지를 못했다. 대신 유튜브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관찰했다. 다만 동료 배우들이 정말 고양이 같아서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가 계속 나오기도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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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캣츠' 댄 파트리지. 2020.10.2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타트리지는 "'캣츠'는 안무와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가이드라인이 분명하게 있다"면서 "다만 제가 맡은 럼 텀 터거는 록스타 고양이인데 실제 고양이는 로큰롤 바이브는 없잖아요. 각자 고양이마다 세 개의 형용사가 주어지는데, 그것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방아쇠 역할을 해요. 관객들이 그걸 찾아보는 것도 재미"라고 귀띔했다.

이번에 '캣츠'를 공연하면서 배우들은 한국을 더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지한파인 리틀은 '브래드 리틀'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빵 아저씨'로 불리며 한국에서 이미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에서 팬텀 역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리틀은 2009년 '지킬앤하이드', 2011년 뮤지컬스타 김준수와 함께 출연한 한국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 등으로 한국 관객을 지속적으로 만나왔다.

특히 2012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당시 자신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한국인 아내와 지난 2017년 결혼, 뮤지컬계에서 '국민 사돈'으로 통한다. 리틀은 "제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죠"라며 웃었다.

세계적 뮤지컬 디바로 통하는 암필도 최근 한국과 무척 가까워졌다. 암필은 '미스 사이공'의 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리아', '레 미제라블'의 판틴과 에포닌 등 유명 뮤지컬에 출연한 스타다.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호주 등에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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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2020.10.20.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캣츠 열풍'의 중심에서 UK&유럽 투어부터 월드투어, 아시아 투어까지 연이어 3번의 '캣츠' 프로덕션에서 그리자벨라를 맡았다. 그런 그녀가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배우 현빈에 빠졌다고 한다. 그의 캐비닛이 현빈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고 리틀과 타트리지가 귀띔하기도 했다.

암필은 "제가 너무 사랑하는 현빈의 나라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행운"이라면서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캣츠'가 코로나19 시대와 희망과 위로를 객석에 안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기 고양이 제마이마가 한국어로 "밤하늘 달빛을 바라봐요. 아름다운 추억에 마음을 열어요. 그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날 올 거야"라고 부르는 부분이 그렇다.

아울러 선지자 고양이 듀터러너미가 새로운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를 '올해의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한 순간이 특히 뭉클하다.

한 때 아름다웠지만, 늙고 추한 모습으로 고양이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그리자벨라를 공동체가 받아들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낙오자 없이 공동체가 똘똘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은유하는 듯하다.

듀터러너미 역의 리틀은 "그리자벨라는 모두가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갖게 만들죠. 모두의 인생을 바꿔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듀터러너미가 그리자벨라를 선택한 건, 혼자서 내린 결정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선택한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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