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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라임 '등록취소'…금감원 뒷북 제재 논란

등록 2020.10.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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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물들 '해임권고'…아바타 운용사들은 '업무일부정지'

오는 29일에는 판매사 제재심 진행…공방 예고

1년만에 라임 '등록취소'…금감원 뒷북 제재 논란


[서울=뉴시스]신항섭 류병화 기자 =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 관련 첫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자산운용의 제재를 등록취소로 결정했다. 또 아바타 운용사들은 최대 업무일부정지의 제재가 내려졌다. 다만 사태가 발생한지 무려 1년2개월만에 이뤄진 제재라는 점에서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관리부실 등으로 피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제23회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를 등록취소 및 신탁계약 인계명령으로 결정했다. 또 구속 중인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의 핵심인력에 대해서도 해임권고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8월 라임사태가 이뤄진지 약 1년2개월만에 제재안이다. 라임운용은 약 1조67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판매·운용하면서 부실 사실을 은폐하거나 손실 발생을 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을 활용하고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폰지사기 형태의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이외에도 라임자산운용의 요청 등에 따라 집합투자재산 운용 행위(소위 OEM펀드)를 한 아바타운용사들(라움자산운용,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쿤자산운용) 3곳에 대한 제재도 이뤄졌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및 라움자산운용은 업무일부정지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고, 라쿤자산운용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조치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사안인 점 등을 감안해 자산운용사 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하는 한편,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말했다.

◇너무 늦은 관리·감독, 피해 사태 키웠다는 지적도 나와

라임 사태가 벌어진 이후 감독당국인 금감원에 대한 '운용사 감독 부실' 지적이 쏟아졌다.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금융위원회지만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금감원에 책임이 크다는 것이었다.

특히 금감원은 현장 검사 중간발표, 분쟁조정 계획, 펀드 이관 등과 관련해 수차례 잡음이 일었다.

당초 라임운용에 불법성이 제기 됐던 것은 지난해 7월 중순이었다. 지난해 7월23일 전환사채(CB) 편법 거래를 통해 파킹거래, 부실자산 매각, 수익률 돌려막기 등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라임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한 것은 한달 후인 8월21일~9월6일이었다. 이어 9월20일부터 10월2일까지 한차례 더 추가검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현장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1달이나 지난 시점에 검사를 나가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초 제기된 의혹들만 가지고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8년 초 라임에 대한 제보가 있었음에도 조치가 없었다는 논란도 있다. 뉴시스는 지난 2월18일 '[금감원 논란③] 라임 사기극 2년 가까이 묵인?'이라는 제목으로 금감원이 2년전부터 라임 사태를 알고도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사외이사는 2018년초 금융위원회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라임이라는 자산운용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제보했다. 그는 “펀드내에서 수익률 조작을 위해 순환투자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곧바로 이 금융위 관료는 금융감독원에 이 사실을 전달하고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금감원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두 차례의 현장검사를 마친지 4개월이 지나서야 중간검사를 발표해 전반적으로 '대처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을 일으키고도 약 2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며 금감원의 운용사 관리 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분쟁조정 일정 수립에 차질을 빚었으며 판매사들간의 협조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100% 보상 권고 결정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의 책임을 판매사인 금융회사들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라임과의 공모 책임이 없는 판매사들까지 계약 취소 및 전액 보상 결정을 내렸다. 계약을 취소하고 펀드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한 첫 번째 사례다.

또한 가교운용사 설립 과정에서도 규모, 지분구조 등에 대해 “세부내용은 판매사들이 정할 일”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까지 보였다.
1년만에 라임 '등록취소'…금감원 뒷북 제재 논란


◇“모럴해저드 심각”…업계·당국 비판도 이어져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모럴해저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사태는 증권맨들과 일명 쩐주 회장이라 불리우는 큰손, 그리고 금융감독기구 소속의 인물이 합작한 여의도판 사기사건이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신한금융투자 전 PBS 팀장 심모씨가 함께 라임의 펀드를 설계하고 대신증권의 반포WM센터장 장모씨가 집중 판매했다. 특히 대신증권 반포지점에서 근무 중이던 대신증권 부사장 아내 안모 차장의 판매가 92.8%를 차지하는 몰아주기도 나타났다. 그리고 핵심인물 3인방은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자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이 금감원 문건을 빼돌려 라임사태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고, 그 위에 쩐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팀장은 김 회장의 고향 후배이며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간 이력이 있다. 이를 이용해 라임 관계자들은 청와대 고위 간부가 막아주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했다.

◇증권사 CEO 중징계도 예고대로 진행될까

라임사태의 행위자인 라임운용과 아바타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제재가 마무리돼 시장의 관심은 오는 29일 예정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로 이동한다.

금감원의 라임 등록취소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의결돼야만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라임의 그간 행보 등을 고려 할 때, 이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증선위와 금융위 정례회의 일정 등을 감안하면 11월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심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6일 금융당국은 오후 늦게 판매사 3곳(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중징계 등이 담긴 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내부통제 표준 위반을 근거로 한 징계수위며, CEO에 대한 '직무정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가 직무정지로 결정될 경우, 대표이사가 교체될 수도 있다. 과거 유령배당 사건으로 구성훈 삼성증권 전 대표이사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회사를 떠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은 구 전 대표가 부임한지 1달만에 일어난 사건이란 점에서 징계수위가 낮춰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중징계가 그대로 적용됐다.

다만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을 이유로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미비해 공방이 예고된다. 현재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CEO 제재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감원이 DLF사태 은행사들에게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을 이유로 CEO에 중징계를 줬지만 법원은 행정처분 집행 정지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또 DLF의 경우, 직무정지 보다 한단계 낮은 문책 경고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29일 열리는 제재심은 당일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초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제재심의 경우, 2번의 연장 끝에 제재 수위가 결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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