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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택배 노동자들 '죽음' 후에야…정부·국회, 뒤늦게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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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1 12:07:02
고용부, 이날부터 CJ대한통운 등 긴급점검
올해만 11명의 택배노동자 사망 후속조치
국회 환노위도 CJ대한통운 현장시찰 나서
뒷북 대응에 실질적 변화 이어질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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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 추정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과중한 업무부담 등으로 올해만 11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21일 택배업계의 근무환경 등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매번 '죽음의 행렬' 이후에야 뒤늦게 움직이고, 이조차도 형식적 절차에 그쳐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13일까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Sub·지역)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한다.

이는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 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김원종(48)씨가 사망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한진택배 소속 김모(36)씨와 쿠팡 물류센터 택배포장 업무담당 장모(27)씨가 잇따라 숨진 데 따른 것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지난 19일 회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과 관련해 "고용부는 이분들이 소속된 택배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사망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사항 확인 시 의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긴급점검은 6개 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택배분야 '기획점검팀'을 구성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 노동자 6000여명에 대한 면담 조사도 병행해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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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photo@newsis.com
고용부는 우선 관련법상 기준을 초과하는 과로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과로 등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실시여부 등을 확인하고, 개선방안 마련과 이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또 원청인 택배사와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관련 법률에 따라 이행했는지 여부를 점검해 위반사항 확인 시 법에 의거해 조치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점검에선 최근 제기된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의 '대리점 대필 의혹'도 철저히 살핀다는 방침이다.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14개 업종은 현재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고 대필까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고 김원종씨의 경우도 신청서에 대한 대리점 대필 의혹이 제기돼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대리점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으며, 그 결과 대필 사실이 확인돼 산재적용 제외를 직권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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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19.  ppkjm@newsis.com
고용부는 김씨와 같은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현재 공단에 제출된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전수조사해 대필 의혹 등 위법사항 여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적용제외 신청 비율이 높은 대리점에 대해서는 신청 과정에서 사업주 강요 등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강압에 의한 적용제외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뿐 아니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위원들은 서울 서초구의 CJ대한통운 화물터미널을 직접 찾아 현장 시찰을 하기도 했다.

당초 오는 26일 환노위 종합감사에서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택배, 쿠팡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이견으로 무산되자 현장 감사로 갈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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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 추정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21.   photo@newsis.com
환노위 위원들은 현장시찰 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CJ대한통운 대표 등 관계자들에 소속 택배 노동자 사망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묻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으나 얼마나 처우 개선 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은 정부가 지난 8월13일 택배업계와 함께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심야배송 금지' 등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날에는 로젠택배 소속 택배 노동자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10월부터 진행 중인 국감 기간에만 무려 4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음에도 각 당의 이해관계에 얽혀 택배회사 대표를 단 1명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했다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환노위는 CJ대한통운 대표를 비롯한 택배회사 대표들의 국감 증인 채택을 포기했다"며 "증인 채택이 물 건너 가면서 결국 국감은 속빈 강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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