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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학대' 방치된 아이들…"교사 자질 검증체계 필요"

등록 2020.11.10 14: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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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매년 증가…지난해 4만1389건 신고

학대 가해자, 부모가 1위…보육교사 등 뒤이어

경남 사천 장애아 어린이집서 5세 아동 폭행

광주시 어린이집서도 아동학대…벌금 300만원

전문가 "보육교사, 철저한 자격 검증 거쳐야"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막중한 책임 물어야"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 해당 영상에는 한 보육교사가 밥 먹기를 거부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2020.10.28. (사진 = CCTV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 해당 영상에는 한 보육교사가 밥 먹기를 거부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2020.10.28. (사진 = CCTV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최근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한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 실태가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 아동들은 부모도 모르는 사이 일상화된 상습 폭행 등 학대 속에 방치됐지만, 재판에 넘겨져도 가해 교사들은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벌금형 등 미약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4년 1만7791건이었던 국내·외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4만1389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8년 3만6417건에 비해 13.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4만1389건 중 최종 학대 판단을 받은 건수는 3만45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4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 중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2만2700건(75.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동 복지시설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가 4986건(16.6%)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다니는 A(5)군의 머리에 난 상처. A군의 모친 B씨는 지난 9월15일 이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 2020.10.28. (사진 = B씨 제공)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다니는 A(5)군의 머리에 난 상처. A군의 모친 B씨는 지난 9월15일 이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 2020.10.28. (사진 = B씨 제공)

이처럼 매년 아이들을 상대로 한 일부 보육교사들의 학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 장애전담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뇌병변장애 2급을 앓는 5살 아동을 약 한 달에 걸쳐 130여대 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교사는 뇌병변장애 2급을 앓아 말을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A(5)군의 머리를 주먹과 컵으로 수차례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어린이집의 원장 및 다른 보육교사들은 이같은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서도 율동을 제대로 따라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보육교사가 피해아동 B(6)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교사는 B군의 발꿈치가 들릴 정도로 귀를 잡아당기면서 끌고 다니는가 하면, B군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거나 얼굴에 물을 뿌리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저항 능력이 없는 아동들에게 일방적인 학대를 가했음에도 가해 교사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이나 재제는 미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경찰 수사 이후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경남 사천의 보육교사 등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사천시청으로부터 '정직 6개월' 징계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검찰의 기소 이후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추가 징계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사천시청 측의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전남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1심 법원이 고작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사는 피해 아동이 밥을 늦게 먹고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로 이유로 귀를 잡아당긴 상태에서 세면대로 끌고 가는 등 총 4회에 걸쳐 신체 학대 행위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11.09. (사진 = 피해 아동 모친 제공)

[서울=뉴시스] 전남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1심 법원이 고작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사는 피해 아동이 밥을 늦게 먹고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로 이유로 귀를 잡아당긴 상태에서 세면대로 끌고 가는 등 총 4회에 걸쳐 신체 학대 행위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11.09. (사진 = 피해 아동 모친 제공)

아동의 귀를 잡아당기고 얼굴에 물을 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광주광역시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서는 올해 2월 1심 법원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당시 법원은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혼자 14명에 이르는 아동들을 책임지고 있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보살필 막중한 책임이 있는 만큼 보육교사에 대한 철저한 자격 검증을 거치고, 주기적으로 효과적인 아동 돌봄을 위한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보육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서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는 보육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안 좋아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아이들한테 푼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를 봐야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온라인 수업만 듣고 실습을 마치면 누구나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며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철저한 자질 검증 체계가 안 갖춰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교사들의 연령대를 보면 40~50대가 많은데, 이들은 과거의 교육 방식에 갇혀 있어 자신들의 행위가 아동학대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며 "시대가 변하는 만큼 아이들에 대한 교육 방식도 변해야 하는데 현재 아이 돌봄을 위한 교육 체계는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육교사에 대한 교육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수업과 병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막중한 책임을 물어야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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