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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민족주의, 혐오·배제 아닌 사랑과 연결돼야"

등록 2020.11.10 17: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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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온라인 간담회

"더 성숙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노력 필요해"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아룬다티 로이 온라인 기자간담회. 2020.11.10. jmstal0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아룬다티 로이 온라인 기자간담회. 2020.11.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한국과 북한의 상황이 국민들에 국한되는 게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강국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해결을 원하겠지만, 일부 이 문제가 존재하는 게 다행인 경우도 있지요."

인도의 소설가이자 시민운동가 아룬다티 로이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작가로 참여했다.

아룬다티 로이는 남북의 분단 문제 해결에 대해 "민족주의는 혐오나 배제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로서 한반도 분단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제가 한국에 가보지도 못했고 자세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해서 어떤 말씀 드리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혐오와 갈등 등을 보면서 민족주의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무슬림 등 종교 갈등, 성소수자 이슈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지다.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우리의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다. 어떤 하나의 관점이 절대적으로 승리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더 성숙하고 상대에 대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으나 통일 문제도 혐오, 배제가 아닌 사랑으로 접근해야 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제4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 (사진=은평구 제공) 2020.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4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 (사진=은평구 제공) 2020.11.04. [email protected]


아룬다티 로이는 주로 종교, 악습, 카스트제도 등 계급에 의한 차별과 갈등을 주제를 다뤄왔고 분쟁과 차별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작가다. 주요 저서 '작은 것들의 신', '지복의 성자' 등에 이러한 주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이러한 집필 철학에 대해 "예술과 정치가 분리돼있단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소설이란 장르를 차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전 거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저는 정치적인 것, 젠더의 문제 등 무엇이든 그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쓴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작가는 최근 인도 모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반인도적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모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은 말이 안 된다. 록다운(봉쇄)을 불과 시행 네 시간 전에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기습공격을 가한 느낌이었다. 소식을 듣지 못해 소독제를 뒤집어쓰면서 집까지 몇 ㎞를 걸어와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며 "봉쇄는 무슬림을 악마화하는데에도 쓰였다. 무슬림이 코로나 지하드를 행하려 한다며 힌두 우월주의, 힌두 민족주의를 강화하는데 사용돼 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눈여겨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아룬다티 로이는 20년이란 세월 동안 한결같이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저는 저 자신을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투쟁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작가로서, 모든 사람들의 시각을 위해 논쟁하는 사람이다. 어떤 지지를 하는게 아니라 평등주의자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수천만명이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는데 저는 그 중 한명일뿐이라고 생각해야, 함께 창조하고, 이겨내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에 관해 "너무 감명받았고 기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도 "제 글을 통해 저를 잘 알고 있는 독자분들이 제가 가본 적도 없는 곳에 많이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것만으로 제 작품은 저로서 존재하고, 그 자체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한 통일문학의 대표 문인 고(故) 이호철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고자 2017년 은평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본상 상금은 5000만원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을 열지 않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로 대체했다. 제4회 시상식은 내년 제5회 시상식과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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