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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술의 알콜로드]김장 보쌈에 '겉절이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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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13 06:00:00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빚어내는 보졸레누보
신선하고 가벼운 맛…부담없이 편한 와인
타닌 성분 적어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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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알베르비쇼 보졸레누보. (사진=GS리테일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계절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봄철엔 도다리쑥국, 여름엔 민어회, 가을엔 전어와 대하, 겨울엔 김장보쌈과 과메기 등 말이다. 이를 와인에 대입해 보면 김장 준비를 하는 초겨울 생각나는 게 바로 '보졸레누보(Beaujolais Nouveau)'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되는 올해의 '햇와인'을 프랑스 말로 보졸레 누보라고 한다. 보졸레는 부르고뉴 남쪽에 위치한 지역이고, 누보는 '새로운'이라는 뜻이다. 즉, 보졸레 지역에서 나는 햇와인이 보졸레누보다.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좋다는 말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다만 모든 와인이 오래 묵힌다고 더 맛있어 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 무기인 품종의 경우 그렇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가메(Gamay)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보졸레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이 가메다. 보졸레에서도 숙성력이 있는 빌라쥐(Villages)나 크뤼(Crus) 등급의 와인을 만들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햇와인, 보졸레누보다. 그 해 9월 수확한 포도로 4~6주의 숙성만을 거친 뒤 병입해 판매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붙은 별명이 '겉절이 와인'이다. 겉절이를 시원하고 가벼운 맛에 먹듯, 보졸레누보도 거창한 기대를 하고 마신다기보다는 갓 만든 와인의 신선함을 즐기며 마셔야 실망이 적다. 다음 해 여름이 오기 전에는 소비하는 것이 좋다.

맑은 루비 빛의 보졸레누보에서는 라즈베리, 석류 등 붉은 과실과 꽃 향기가 난다. 과거엔 양조 방식에서 비롯되는 바나나, 풍선껌 등 인공적인 향이 보졸레누보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과실향을 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실 보졸레누보의 전성기는 지난지 한참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시 전 예약을 해야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지만 얄팍한 마케팅 와인으로 낙인찍히면서 예전의 영화는 잃은 지 오래다. 소비량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10만원 가량까지 치솟았던 가격도 거품을 뺀 2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프랑스 농민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와인이 보졸레누보인 만큼, 원래의 취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가격이 적정하다.

보졸레누보는 한식과도 썩 잘 어울린다. 매운 맛은 레드 와인이 지난 타닌 성분과 상극이라는 게 정설인데, 보졸레누보는 타닌감이 적어 매콤한 양념을 많이 쓰는 음식과 페어링해도 나쁘지 않다. 바디감도 가벼워 가볍게 술술 넘길 수 있는 와인이다. 일반 레드와인보다 더 차가운 온도로 마시면 맛이 더 잘 피어난다.

이번 겨울, 김장이 끝나거든 겉절이를 곁들인 보쌈에 보졸레누보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 '김장 보쌈에 무슨 와인이냐, 막걸리가 최고지' 하는 의견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이 맞다. 그 지역의 음식과 술이 어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합이다. 그래서 김장 보쌈과 보졸레누보를 함께하는 것은 그 당연함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늘 먹던 음식에 의외의 술을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식탁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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