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술의 알콜로드]김장 보쌈에 '겉절이 와인'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빚어내는 보졸레누보
신선하고 가벼운 맛…부담없이 편한 와인
타닌 성분 적어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편
[서울=뉴시스] 알베르비쇼 보졸레누보. (사진=GS리테일 제공)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좋다는 말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다만 모든 와인이 오래 묵힌다고 더 맛있어 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 무기인 품종의 경우 그렇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가메(Gamay)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보졸레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이 가메다. 보졸레에서도 숙성력이 있는 빌라쥐(Villages)나 크뤼(Crus) 등급의 와인을 만들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햇와인, 보졸레누보다. 그 해 9월 수확한 포도로 4~6주의 숙성만을 거친 뒤 병입해 판매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붙은 별명이 '겉절이 와인'이다. 겉절이를 시원하고 가벼운 맛에 먹듯, 보졸레누보도 거창한 기대를 하고 마신다기보다는 갓 만든 와인의 신선함을 즐기며 마셔야 실망이 적다. 다음 해 여름이 오기 전에는 소비하는 것이 좋다.
맑은 루비 빛의 보졸레누보에서는 라즈베리, 석류 등 붉은 과실과 꽃 향기가 난다. 과거엔 양조 방식에서 비롯되는 바나나, 풍선껌 등 인공적인 향이 보졸레누보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과실향을 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실 보졸레누보의 전성기는 지난지 한참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시 전 예약을 해야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지만 얄팍한 마케팅 와인으로 낙인찍히면서 예전의 영화는 잃은 지 오래다. 소비량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10만원 가량까지 치솟았던 가격도 거품을 뺀 2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프랑스 농민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와인이 보졸레누보인 만큼, 원래의 취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가격이 적정하다.
보졸레누보는 한식과도 썩 잘 어울린다. 매운 맛은 레드 와인이 지난 타닌 성분과 상극이라는 게 정설인데, 보졸레누보는 타닌감이 적어 매콤한 양념을 많이 쓰는 음식과 페어링해도 나쁘지 않다. 바디감도 가벼워 가볍게 술술 넘길 수 있는 와인이다. 일반 레드와인보다 더 차가운 온도로 마시면 맛이 더 잘 피어난다.
이번 겨울, 김장이 끝나거든 겉절이를 곁들인 보쌈에 보졸레누보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 '김장 보쌈에 무슨 와인이냐, 막걸리가 최고지' 하는 의견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이 맞다. 그 지역의 음식과 술이 어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합이다. 그래서 김장 보쌈과 보졸레누보를 함께하는 것은 그 당연함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늘 먹던 음식에 의외의 술을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식탁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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