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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8년만의 국내무대 복귀' 김지현 "'호프', 정말 창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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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16 08:33:33
일본 극단 시키 한국인 첫 수석배우 출신
한국 창작뮤지컬은 25년 만에 출연
19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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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뮤지컬 김지현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5.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말 이 작품이 창작이에요?"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컬배우 김지현은 국산 창작뮤지컬 '호프(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78세 노파 '에바 호프'가 30년 동안 벌여온 재판기. 유대계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삼았다.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의 뮤지컬 데뷔작임에도, 지난해 초연 당시 탄탄한 완성도로 호평을 들었다.

일본의 대표적 극단 시키(四季)의 한국인 첫 수석배우 출신인 김지현 역시 이 작품을 극찬했다. 1996년 시키에 입단, 20년간 이 극단에서 활동하며 일본 정상에서 군림한 배우다. 빼어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뮤지컬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라이온 킹'에서 '라피키' 역을 맡았다. 시키를 나온 이후에도 일본에 거주하며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최근 흥인동 카페에서 만난 김지현은 "음악과 극의 내용이 너무 잘 붙어요. 군더더기 없이 아주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라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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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뮤지컬 김지현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5.  misocamera@newsis.com
김지현은 '호프'를 통해 8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다. 오는 19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재연하는 '호프'에서 타이틀롤을 맡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나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간 한국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뮤지컬 '시카고'(2008),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2011~2012) 등이다. 그런데 주로 라이선스였다. 한국 창작뮤지컬에 출연하는 건 1995년 '장보고' 이후 25년 만이다.

대표 창작뮤지컬로 자리매김한 '명성황후' 초연에도 오디션을 통해 타이틀롤로 캐스팅됐지만, 합류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호프'는 김지현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알앤디웍스의 오훈식 대표에 대한 신뢰로 그녀가 선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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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뮤지컬 김지현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5.  misocamera@newsis.com
'호프'는 유대인에게 상처를 안긴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관통하며 호프에게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원고를 'K'라는 인물로 의인화한 부분이다.

호프와 K의 관계는 소유주와 원고를 넘어 동반자 또는 친구로 보인다. 때로는 K가 호프 스스로처럼 보이기도 한다.호프에게 원고, 즉 K는 단지 유명 작가의 미발표작이 아니다. 엄마와 첫사랑에 대한 애증이 묻어 있고, 희망이었으며, 버거운 짐이었다.

호프는 K로 인해 현재를 살아가지 못한다. K는 그림자처럼 찐득하게 붙어 있다. 호프는 K를 떼어낼 수 있음에도 떼어내지 못한다. 자신을 망친 주범이지만 K를 떼어내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김지현은 호프가 처음부터 고집이 센 인물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환경과 조건들이 그 인물을 만든 거죠. 사랑하는 엄마에게 사랑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원고에게 그 사랑을 빼앗긴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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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뮤지컬 김지현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5.  misocamera@newsis.com
하지만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온 호프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은 채 존재한 원고는 서로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작품이 '힐링 뮤지컬'로 통하는 이유다.

"'호프'는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죠. 사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하지 못하잖아요. 억척스럽게 집착하던 스스로를 놓으면서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힐링의 방법 같아요."

과거에 김지현도 자신의 엄마에게 억척스럽게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미용업계에 종사한 그녀의 모친은 실리보다, 명예와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엄마를 굉장히 존경했어요. 어머니가 일본에 가셔서, 제 것을 다 버리고 저도 그곳으로 따라간 거죠. 일본에서도 엄마가 많이 챙겨주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 혼자 결정하고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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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뮤지컬 김지현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5.  misocamera@newsis.com
사실 일본에서 생활은 쉽지 않았다. 타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본사람보다 배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언어와 문화를 익히기까지 많은 실수를 했어요. 힘들었고 좌절도 했죠.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저를계속 채찍찔했죠. 계획을 끊임없이 세우고 계속 움직였죠."

공연은 물론 가스펠 팀을 창단해 콘서트를 꾸준히 열었다. 그런데 그렇게 꽉 채워서 살다보니 삶에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19 시국에서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자신과 삶을 돌아보게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김지현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일본에서도 공연이 중단됐을 때 제 주변을 정리정돈했어요. 자가격리 기간에는 제 자신을 정리정돈할 수 있었죠."

이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임하는 '호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호프' 속 인물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에요. 저 역시 한국이 집이니까요. 일본과 불과 비행기로 거리가 2시간30분밖에 안 됩니다. 오라고 하시면 언제든지 올 수 있죠.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한국 관객을 더 만나고 싶어요."

한편, 오루피나 연출이 초연에 이어 다시 합류했다. 김선영 역시 초연에 이어 호프로 돌아온다. K 역에는 초연 멤버 고훈정, 조형균과 함께 김경수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전쟁으로 인생이 바뀌는 인물 마리는 최은실, 김려원이 나눠 연기한다. 과거의 호프 역에는 최서연, 이예은, 이윤하가 캐스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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