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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결사 아홉스님의 깨달음..."마음의 밑바닥으로 돌아가라"

등록 2020.11.20 1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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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권 작가, 스님들 인터뷰집 '상월선원' 펴내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백승권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종합정보센터에서 '상월선원'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0.11.20.jmstal0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백승권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종합정보센터에서 '상월선원'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있잖아요. 그걸 깨버리고 싶었어요. 한겨울 천막수행을 한 스님들이 하나 같이 한 이야기가 마음의 밑바닥, 삶의 밑바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정적인 관념과 상을 깨고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거기에서부터 부처의 길을 찾으려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봤거든요. 그런 걸 봤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백승권 작가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의 '천막 동안거(冬安居)' 극한 수행을 치른 아홉스님(인산·도림·심우·재현·호산·성곡·진각·무연·자승스님)의 이야기를 담은 '상월선원-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를 펴냈다.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한겨울 건설 현장 흙바닥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법당 삼아 묵언·하루 한 끼·외부접촉 금지·단벌 등 강도 높은 규정을 따라 무문관 정진에 임한 것을 말한다.

백 작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월선원 문 안의 숨은 이야기를 들춰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거창한 불교의 이론이나 스님들이 참선하고 나서 들려주는 법문, 선어 이런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마디, '마음의 밑바닥으로 돌아가라'라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음의 밑바닥으로 돌아간 아홉스님의 증언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행자로서의 스님보다도 삶의 밑바닥을 본 자연인으로서의 아홉스님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분들이 가진 명성이나 평가를 다 떼어버리고 자연의 모습으로 극한의 상황을 견뎠던 부분을 보이려고 질문도 그렇게 했다. 맨살이 만져지는 인터뷰집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천막수행을 마친 아홉스님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진행한 인터뷰에서 수행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수행에서 깨달은 점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일부 스님은 끝까지 인터뷰를 고사하는 바람에 다른 스님들의 발언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백 작가는 "스님들을 인터뷰하면서 거의 공통으로 들었던 것은 초심, 초발심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출가할 때의 마음, 그 마음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모두 하더라"라며 "그동안 자기를 둘러쌌던 옷을 다 벗어버리고 그야말로 마음의 밑바닥에서 자기를 만났다고 했다. 그게 바로 초심, 초발심의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백승권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종합정보센터에서 '상월선원'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0.11.20.jmstal0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백승권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종합정보센터에서 '상월선원'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email protected]


백 작가는 감명받았던 일화도 소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지낸 자승스님이 자신의 결심을 따라 천막수행에 나선 스님들이 추운 겨울, 수 없이 내리는 비에 괜히 문제가 생겨 다른 스님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노심초사 걱정한 사연, 법랍(출가해 승려가 된 해부터 세는 나이)과 관계없이 각자의 역할을 맡으며 90일을 함께 지낸 사연 등이다.

백 작가는 "심우스님이 법랍이 많음에도 스스로 나서 법당 청소 역할을 맡고, 추운 바닥이 얼까봐 늘 마른걸레로 바닥을 훔쳐냈다고 하더라. 불교가 법랍이나 상하 관계를 많이 따지는 편인데 정작 상월선원 안에서는 오히려 법랍 높은 분이 궂은일을 맡았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이런 문화가 종단이나 스님들 사회에도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하나의 모티브가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스님들이 인터뷰하지 않으려 했던 점이라고 했다.

백 작가는 "인터뷰 요청을 드리면 대체로 고사했다. 제가 여러 이유로 설득해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분은 끝내 못했다"며 "그 모습도 인상 깊었다. 보통 이런 것을 하고 나면 좀 알리려고 하는 게 세속의 모습일 텐데 스님들은 그런 걸 내세우지 않았다. 이런 모습 속에 천막수행을 한 아홉스님의 진정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헝그리 복서처럼, 스님들의 모습 속에서 헝그리 복서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백 작가는 "불교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 속에서 루틴하게 흘러가지 않나. 물론 종단 중심으로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 가야겠지만 종단뿐 아니라 뜻이 있는 사람들부터 새로운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님들이 초심으로 돌아간 모습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밑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 작가는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미디어오늘' 기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등을 지냈다. 2010년 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바 있고 글쓰기 컨설팅 업체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 업무용 글쓰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뉴시스]'상월선원', (사진 = 조계종출판사 제공) 2020.11.20.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상월선원', (사진 = 조계종출판사 제공)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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